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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th. Sep(토)
지난 3일간 앙하작업에 전원이 동원. 강행군을 했다. 톤당 $4는 너무 싸다는 생각이다. Las의 Mr. Tikam이 이 실정을 알려나. 거의 끝이 나면 Mr. Kishinani에게도 한번 상의를 해봐야겠다. 적어도 Lagos에서 본선 작업을 할 경우(특히 그 Pallet를 사용할 경우)에는 특별히 책정을 따로 해야 한다고. 종일을 느림보 행세를 하는 이곳 Stevedor도 12$. 세금공제하고 10$는 된다는데 -. 정식 확인된 것은 아니고 이곳 인부들 자체에 지급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밑돈다고 했다. 14일 128톤. 15일에 146톤. 16일인 어제는 116톤을 풀었다. 수화주인 Trans-con측도 늦은 양하작업 때문에 별짓을 다한다. 더구나 현장에 나와 있는 Mr. Ashok의 요령없는 control이 더욱 지연을 시킨다. 여기서 바지를 끌고 Kiriki라는 곳에 가서 양육하여 다시 공장으로 가져간다니 그 현장과 방법을 한번 보고 싶으나 시간이 없다. 아무튼 본선으로서는 한 개라도 빨리 내보면 된다. 그 후의 문제는 저들 자신이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러나 너무나 비능률적이라 고집을 세우니 미칠 지경이다. C/O와 그리고 나도 Mr.Ashok와 한번씩 다투었다. 하다가 안 되면 저이들 고기 저이들 맘대로 란다. 예의도 상식도 없다. 그냥 손 털고 말까 하는 생각뿐이다. 공연히 4$에 꼬여서 노는 입에 염불하는 식으로 계약을 했다 싶기도 하다. 그 놈의 돈이 걸린 일이다. 지금 전 선원이 푼전이 말랐다. 담배값까지 가불하는 판이다. 기회 있을 때 다문 얼마라도 비축을 해둬야 한다. 있는 놈의 일종의 횡포랄까? 좋다 너네 것 네 맘데로 해라 우리도 우리 마음대로 할테니 해보자. 어제는 그가 기어이 사정을 한다. 이런 걸 아더메치라고 하던가. 제대로 아침 8시부터 시작하여 Pallet를 쓰지 않고 그냥 쌓으면 두 barge에 약 5-6000카턴이면 약200톤을 실을 수 있고 그러면 7-8일이면 끝날 일이다. ‘하루의 용선료가 얼마고. 여기 인부들 인건비를 고려해 봐라, 어느 것이 이득이냐? 너희들을 위해서 하는 소리다. Mr. Kishinani한테 말해봐라.’
적어도 하루에 130톤 이상은 해야 겨우 $20(14,000원)을 번다. 월급 외에 이만하면 일당치고는 괜찮은 것이다. 그런데 20$이 200원꼴 같이 눈들이 이마에 붙어버렸으니 그게 문제다. 실상 이곳에서(이곳뿐만이 아니다. Spain, Italy도 마찬가지다) 쓰이는 화폐의 가치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진짜 한 푼 쓰기가 주저해진다. 부르는 것이 값이긴 해도 말이 1N이지 우리 돈으로 700원 상당이다. 걸어서 5분 갈거리를 1-2N내란다. 그것도 배짱이다. 저네들이 타면 25c면 족한데도-. Agent에서 나온 Super. Mr.Ajosi란 놈은 월 300N 받는데 너무 적단다. 길거리에서 선원이라면서 월 95N면 돼니까 배 좀 태워 달랬다.
이 귀한 돈을 어찌 아무렇게나 쓸 것인가. 또 욕심이지만 우선은 내가 쓰고 싶은 곳에서, 쓰고 싶을 때 쓰야 한다는 생각을 굳혀야 할 때다. 달러를 번다는 것은 크게 보아 국가적인 절실한 소망이지만 그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가야 한다. 개만도 못한 검둥이들 꼬락서니하며 한편에서는 굶어죽는 인구가 수월치 않는데도 이런 곳에서 그놈의 달러의 위력을 믿고 호화롭게 사는 일부 인도인을 부럽게 밉게만 볼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과 과정은 어쨌건 본받고 배워야 한다.
15일 기관실 윤활유 펌퍼수리 의뢰 마치다. 그간 며칠간에 전신이 몹시도 탔다. 내가 내 얼굴을 봐도 또 선원들을 봐도 모두가 제 색갈이 아니다. 누런색과 검게 탄 색이 섞여 그야말로 똥색이다. 마치 병든 얼굴들이다. 모두가 저러니까 잘 느끼지 못하나 늘 햇빛을 피하고 일하는 주방장의 얼굴을 보면 됨방 안다. 마치 백설같이 희게 뵌다. 보기 싫으니 검게 태우지 말라던 아내의 얘기가 생각난다. 우리 정주 정현이가 ‘아저씨’라고 부를지 모른다. 웃통을 벗어 붙이고 일하는 튼튼한 검둥이의 등빛이 검은 게 아니다. 진한 갈색이다. 일종의 윤기마져 돌고 빛이 난다. 탄력이 있어 뵈는 때도 있다. 대개는 버석하니 마치 말려 논 삼대모양 허우적거리는 놈들이 많지만 게 중에는 탄탄한 놈도 있다. 제대로 먹고 사는 탓인가. 옛부터 그런 놈은 값도 제값을 받았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lunch를 운전하는 그 근육 좋은 선장, 현장감독인 Mr.Amodu 그리고 Areh군등이 그렇다. 검으면 검은데로 아름다움이 있음직하다. 오직 손바닥과 발바닥만이 검지 않고 발거스럼하거나 누르스럼한 것이 마치 짐승의 발바닥을 보는 느낌이다. 안스럽기는 해도 -.
또 그 몸에서 진하게 풍기는 냄새가 차츰 코에 익어간다. 유독 심한 놈도 있지만 대개는 조금씩 있다. 음식탓인가. 그네들도 우리에게서 김치 썩는 내음을 느낄 것이다. 백인종이 내품는 고약한 기름기 썩는 것보다는 났다는 느낌이다. 아직 검은 아가씨의 짙은 체취는 맡아보지 않았으나 그놈의 색깔과 냄새가 차츰 희끄므레 해지고 구수해져 가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 질런지도 모르겠다.
삼베바지가 긴요하게 쓰인다. 같은 선원들도 가끔 입지만 이곳 놈들도 이스라엘 놈들도 한 번씩 만져 보자며 관심을 갖는다. 허나 근간 몇 군데 물린 곳이 모두 내놓은 다리부분이라 몹시도 귀찮다. 언제 물렸는지 미칠 지경이다. 바르다만 약이 거의 바닥이 났는데 그놈의 모기 주둥이가 뚫지 못하고 부러져 버리도록 야물게 구워질 수가 있을라나 모르겠다.
어제 오후부터 감기 기운이 있더니 오늘 본격적으로 증상이 뵌다. 콧물이 흐르고 재치가 줄줄 잇는다. 오유월 감기는 개도 않는다던데-. 심한 일교차에 가끔 들어다보는 Hatch. 그 속에서 품어대는 영하의 냉기를 마신 탓인지 모르겠다. Deck위는 영상 섭씨 30여도. Hold내에는 영하 10도. 그 차이는 40도가량이다. 선원들이 용케도 앓는 이 없이 잘 견지는 것이 다행스러우나 R/E가 첫 번째 몸살인가 눕고 새로 온 3/E가 몹시 피로해 보인다. 정작 일하는 사람보다 일도 않고 왔다 갔다 하는 내가 먼저 감기가 들다니 남사스럽다. Contact 600을 한 알 먹고 일찍 누웠다. 모처럼의 기회. 상육하자는 C/O, R/O의 권유도 뿌리치고 뜨끈한 물 한잔에 등줄기에서 후줄근히 땀이 흐른다. 질질 흐르는, 마치 콩나물시루에서 물빠지듯이 쏟아지는 콧물에 손수건이 눅눅하다. 코밑도 후꾼하고-. 젠장 이판에 어찌도 아내의 살결이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죽이느만-.
오늘 다시 Agent에 갔다. 훌쩍거리는 콧물이라 미안하긴했으나 동경 본사 그리고 Las의 용선자에게 Telex 보내고 모아온 편지도 띄운다. 모두 18장이다. 그러나 찾아온 것은 겨우 3장. 기항지가 일정치 않아 그런 탓이다. Mr. Kishinsni 집을 FLO선장과 함께 찾았으나 부재. FLO통신장의 노상소매치기. 시계 털치기 당한 이야기를 듣다. ‘내 손목 다치는 것보다 그 시계 부서지면 곤란하니 그냥 달래라’고 해보지 했더니 웃는다. FLO의 김선장! 나이가 제법 들어 뵈는데 처음해보는 선장. 스스로가 대견스러운가 보다. 선내 일급비밀인 선용금내역까지 보이면서 이런 보고도한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또 자기에 선원들의 불조화음을 그대로 욕설로 턴다. 그저 들어주는 척하면 된다. 무엇인가 아쉬움을 느낀다. 저것이 곧 나아가 우리 한국인의 결점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오늘 Agent에서 만난 자리. Mr Tangir, Samtani, 그리고 흑인부장과 나 사이에 Kano Reefer선장의 이야기가 나왔다. 뭐라고 얘기가 하고 싶으나 그놈의 혀가 뱅글뱅글 돌아가지 않는다. 사무적인 입장이 아니고 4명이 각각 다른 국적을 가진 의미에서도 그의 잘못에 앞서 울분이 치민다. 결국 아는 놈, 있는 놈이 굵고 잘난 놈이 된다. 그나마 큰소리 쳐가며-. 뭣이 입안에 삼삼한데 쓸쓸 풀리지 않는 데는 영 미친다. 이 시기가 지나야 뭐가 될란가. 암만해도 안 되는 느낌이다. 이 놈의 영어! 씹어 먹어서 될 일 같으면 사전채로 삶아 먹고 싶다. ‘영원히 살 것으로 보고 공부하자’는 말 두고두고 음미해 나가자. Mr. Ewulomi 영감, 내가 기생처럼 얄랑거리고 ‘뭣이 갖고 싶냐? 내 줄게’ 했더니 말라빠지고 희끗한 머리칼이 반쯤섞긴 대갈통을 젖히고 호담하게 웃으며 기분 좋아 한다. ‘야 이자슥아, 네가 좋아서 주는 줄 아나, 그래 물, 세관, 검역증 교부 등을 월요일까지 해주고 네가 직접 가지고 오느라, 그럼 내 너 갖고 싶은 것 줄게.’ 좋단다. 물이 다시 부족해져가고 세관은 Seal한 Bond를 열고 담배를 꺼내야 한다. 이 놈의 항은 이처럼 본선측이 미치도록 굽혀야 하니 그래도 될똥말똥이다. 수요공급의 원칙이 어김없이 그렇게 만들었다. 쳐밀린 배들, 적은 급수선이니 똥뱃짱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네들이 시설이 없어 전 세계 선원이 비웃고 욕하는 줄 모르고 -. 아무튼 뺏기면 손해고 못 찾으면 손해다. 수단 방법 과정은 누구를 탓할 수도, 탓해도 무용이다. 그저 제 것 찾고 갖추는 것이 상책이다. 요는 결과가 중요하다. 청수, 세관 등의 문제를 어서 해결해야 할텐데 -.
오늘 편지에 집고치는 얘기를 보냈다. 고치긴 고쳐야 한다. 아직 새로 지어 갖지 못할 바에는 -. 너무 외풍이 세어 얘들이 고생했다. 그리고 목욕탕이 없어 불편도 했다. 한편 생각해보면 내 형편에 그만한 집을 갖고 사는 것도 족하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유동적인 직업을 가졌고 아무튼 자산이 없으니-. 그러나 이젠 얘들도 내년이면 둘이 학교를 다닌다. 얘들 환경도 고려해야하고 또 애초부터 좀 무리해도 반반하게 고쳐두면 그 뒤는 얼마간 신경을 안 써도 되니 다른 곳에 쏟을 수도 있다. 왠만하면 지금의 터에 탁 털어서 새로 짖고 싶은 것도 지금의 심정이다. 아직은 여건이 안 된다 財形이 되어야 한다. 망미동도 지어야 하고 -. 무엇인가 똑닥선이라도 아니면 아내가 얘기하는 목욕탕이라도 가진 다음에 서둘러도 된다. 서로가 불편해도 우선 한두서너 해가 중요하다. 이렇게 몇 해만 해버리면 뭔가 좀 이뤄질 것도 같은데 그게 어렵다. 곧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나오면 7년, 3년씩이 보통이라는 통신장의 얘기. 그는 20세에 결혼, 42살에 23살의 아들이 냉동사로 승선중이란다. 그이 심정에 이해가 간다. 인간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을 어느 학문이나 규칙으로는 풀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모양이다. 계속 의견을 나누어 보자. 그래서 아내도 신경을 쓰게 함으로서 무엇인가 정신을 쏟게 하자. 능히 그가 해낼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그런 일을 함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견디기도 쉬울 것이다. 내 하루 밤 쓸 수 있는 유흥비가 집의 창문 한짝이라도 해 달수 있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죽치고 앉아 있을 자신이 있다. 최대한의 절약을 약속했다. 다들 나가고 없는데 콧물을 질질 흘리며 재치기에 시달리고 명멸하는 육상의 불빛에 동경어린 눈길을 보내고 -. 미치는 선율 속에 파묻혀 잠시나마 지금을 잊어보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게 하는 그 무서운 힘이 여기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보낸 Piano값. 그 결과가 궁금타만 제대로 쓰여지겠지.
18. Sep(일) 1977
일요일. 밝고 맑은 아침. 그러나 날씨만큼 마음은 밝지 못하다. 엊저녁 꿀물 한잔에 콘택 600 한 알 먹고 일찍 그런대로 푹 잤는데 개운하지 못하다. 콧물이나 기침은 다소 멎었으나 입안이 쓰고 머리가 팅하다. 심히 앓고 난 기분이다. 엊저녁 잠을 자기 전엔 자신이 너무 서글프기도 했고 집 생각, 얘들 생각 그리고 마누라 생각이 많이도 났었다. 마치 혼자서 죽어가는 심정이었다. 확실히 객지에서 몸이 불편한 것은 그 아픈 자체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금년 출국 후 처음 앓는 것이다. 그리 건강체가 아니고 늘 물렁하면서도 자주 앓은 편은 아닌데 -. 한번 씩 골탕을 먹는다. 작년 이맘때쯤이다. 9월초였으니까. 일본 내해의 岩城 Dock로 항해 중 요도결석증으로 꼼짝달싹 못했던 일이-. 얼마나 아팠으면 그때 눈물이 나기까지 했었다만. 눈이 좀 들어간 것 같고, 입안이 쓰나 식욕이 그리 줄지 않는 게 무엇보다 다행이다. 이 더위에 식욕을 잃으면 진짜 고역일텐데. 아침에 다시 콘택600 한 알에 꿀물 한잔을 했다. 그 때문인가 오전부터 잠이 쏟아진다. 어차피 쉬는 날 그냥 되는대로 잤다. 조용한 하루다. 침구, 세탁 등을 강한 햇살에 말리기도 하고 쳐 넣어 두었던 구두, 양복 등도 꺼내 말리는 선원도 있다. 낮에는 누구도 상륙을 않는다. 왜들? 냄새나고 어쩌고들 하다. 밤에는 안 나는가, 그래도 밤엔 눈에 안 보이면 덜하단다. 그 말도 맞다. 통신장 오늘 새벽 허급지급 귀선했다. 검은 아가씨따라 갔더랬다. 아가씨가 아니라 아주머니, 그나마 3아이의 엄마로 어수룩한 집에 까딱하면 주인(?)한테 칼맞을까 겁도 나고 냄새고 어쩌고 -- 한다. ‘아니 뭐 할 것 다하고 난 뒤 냄새가 어떻고 해봐야 소용없잖소.’ 허허 하하 모두 웃고 말았다.
오후 세 번째로 이발하다. 가급적 짧게 깎다. 3타수 조군이 깎아줬다. 한결 시원하고 얼굴 면도까지 하고 보니 찌든 얼굴이고 언제봐도 어슬픈 얼굴이지만 훤해 보인다. 저녁땐 바람쐬러 나갈까 했으니 아직 시원찮다. 왼쪽 옆구리 윗쪽이 가끔 뜨금거리기도 한다. 과로나 한번씩 앓고 나면 있는 증상이다. 강인하고 탄탄한 체력, 체격이 아니라 늘 조심을 한다만 근본적으로 좋아지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가끔 아내가 그립고 여자가 생각날 땐 Masterbation 으로 처리한 것이 신체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미혼자들, 특히 청소년시의 심한 그것은 정신적 또는 신체적인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들어왔었다만. 집을 나서면 실제 이것도 하나의 고민의 대상이다. 그냥 참고 견딜 수 있게 처음부터 생리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물론 의식적으로 피하고 억제를 한다. 우선 아내에 대한 가책이 있고 내 자신의 양심도 잇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일종의 노이로제 현상이다. 72년인가 묵호에서의 잠간의 실수가 가져다준 결과로 인해 빚은 당시의 심적 충격은 지금 끝 극심한 정신적 장애가 되고, 심지어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 못하게 까지 한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잘된 현상인지도 모르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정을 담은 것이 아닐진덴 단순한 동물적인 욕정이나마 맘끝 발생되고 느껴야 할텐데 그것이 하나의 강박관념에 너무도 깊게 깔려 사그리 잘려져 버린다. 오직 아내이외는 믿을 수가 없게된 지금이다. 幸인지 不幸인지. 무엇보다 어딜가나 남자로서의 그 본질적인 역할을 발산치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만 그로 인해 당장 中途下船하는 群像들을 자주 보아오는터라 한결 마음이 가벼운 것은 귀중한 얻음이다. 세관 다녀가다. 이젠 Agent의 의뢰 없어도 자동적으로 한번씩 들리겠단다. Mr. Ewulom 영감님 내일쯤 청수도 보내려나? 두고 볼일이다.
19th. Sep(월)
다시 시작하는 일주일. 뭔가 좀 시원시원하게 일이 진척되었으면 좋으련만-. 역시 그렇지가 못하고 오늘도 1 gang에다 한 바지 겨우 80여톤으로 끝냈다. 수화주측의 빈 barge가 없단다. 청수 가져왔다. 오전 내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어 Lansal의 여우영감을 불러 보려던 참이였는데 -. 아무튼 위기는 용케 면한다. 뭐 좀 줄테니 좀 많이 다오. 담배 달란다. 오냐 주마, 얼마나 더 줄라나. 50톤 배정됬는데 65톤 주겠단다. 그러자. 이놈의 항구의 청수 사정은 아무리 청수를 청구해도 척당 50톤 이상은 한 번에 안 준단다. 별 희한한 곳도 다 있다. 그나마 기분에 따라 65톤도 주고 70톤도 준다. 대신 어떤 배는 30톤 아니면 40톤밖에 못 받는단다. 뻔하다. 그러나 언제나 Sign Note에는 항상 50톤이다. 나 같이 요령 알고 담배라도 주는 놈은 70톤 주고 차이 20톤은 다른 배에서 못 주는 셈이 된다. 미치는 곳이다. 바가지를 쓰는 놈은 이곳을 처음 들어오는 선장들이고 1등항해사이다.
FLO선장은 40톤받고 50톤 sign했는데 도저히 부족해서 안 되니 Lome가서 더 받아서 다음 항 까지 갈 예정이란다. Agent에도 요령끗 하지 않으면 수배조차 안 해주는 것 같다. 요롱 쥔 놈이 임자인 판이다. 결국 65톤 이랬으나 펌프의 압력 때문에 57톤 받고 말았다. 정해진 양을 제대로 받은 것만도 다행이다. 또 올래? 그래. 언제든지 물 남거던 오너라, 고기? 담배? 뭐든지 주마. 좋다고 한다. 현찰이면 가장 좋겠단다. 그러자. 많이만 주라, 현찰 Naila로 주마. 그럴테지. 먹고 살자면 그게 제일 아닌가.
약속은 했다만 결과는 두고 보자. FLO호 남미 알젠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 데 Chart 있냐고 한다. ‘있지만 너 줄 수야 없지, 네가 구해야지. 이 멍청한 사람아.’ 주제도 모르고 각박하다고 할까봐 아예 없다고 했다.
오후에는 눈이 퍽 피로하다. 건너편 육상의 형광등 글씨가 분명히 않다. 시력조차 가는가보다. 안경이라도 맞춰쓸걸. Laspalmas에서-. 근간에 부쩍 더한 것 같다. 여기 도착이후 책을 마주한 시간이 다소 많아진 탓인가? Las에서 산 Slide Project로 그간 사 모은 Slide를 보다 Roma, Venice 그리고 Trieste. 심심할 땐 좋은 참고가 된다. 이것도 내가 학교에 있은 탓이다. 지난날 교직에 있었던 경험이 여기서도 참고가 될 줄은 몰랐다. 특히 선원들의 고충을 상담할 땐 쥐꼬리 만큼이나 들었던 심리학이 많은 도움이 된다. 다음 Las기항하면 집으로 우송해야겠다. 얘들이 좋아할 거다. 나 혼자서 보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각 곳의 풍물들을 모아 두면 얘들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외출했다 들어갈 때 반드시 적으나마 선물을 사 가지고 가는 것은 밖에 나가서 보고 겪은 일들을 가족에게 꼭 같이 나누고 싶은 뜻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아직 이곳 아프리카는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Camera를 갖고 나가기가 오히려 염려스럽고 그럴만한 틈이 없다. 다음 주일쯤은 한번 시도해 보자. 이곳에서 천연색 현상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모르겠다만 -.
20th. Sep(화)
아침부터 먹구름이 보이더니 비가 쏟는다. 9월 들어 처음 맞는 비인듯다. 오늘도 공을 치는가 영 소식이 없다. 우천때문인가? 11시경 서너놈 왔다. 어찌 됐냐? 오후부터 한단다. FLO 출항하다. 고생했다. 안항을 빈다.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에 2갱으로 140톤 양하, 아침부터 했으면 200톤은 거뜬히 했을 건데 -. Mr. Area. 내일은 아침 8시부터 시작하겠단다.
Agent 검둥이 감독. Mr. Ajose. 점심 밥그릇을 들고 와서 항의다. 고양이 밥같이 이렇게 주기냐고-. 하하 오늘 낮. 모처럼 별미로 한 우리의 비빔밥을 준 모양이다. 쇠고기는 쬐금 뿐이고 전부가 나물이란다. 우리는 속이 후련하도록 먹었는데 -. ‘이 자슥아, 이리 와봐라, 내가 누구냐? 선장인데 이렇게 너와 꼭 같이 먹잖냐. 이건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인데 그래도 먹어봐라, 매일 매일 메뉴가 바뀌니까 내일은 또 괜찮을 거다.’ 알겠다며 간다. 제 형편보다 높이 달린 눈. 그것이 문제가 된다. 이 나라의 물가가 비싸서 좋지 않고 그래서 한번은 상륙도 안 했다니 훌쩍 뛰는 시늉을 한다. 절대로 비싸지 않단다. 한번 가봐라. Hotel 이름까지 몇 개를 들먹이며 백인, 흑인아가씨도 널 기다린다고 -. ‘선장이면 돈도 많이 받을 텐데 왜 안 가느냐’고 -. 남의 속도 모르고 짜식! ‘그래 한번 가마.’ 그러면서도 나이제리아는 언제나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불평을 한다.
밥 팔아 똥 사먹는 지금의 처지에 어찌된 셈인지. 배짱은 커질대로 커졌다. 심지어는 인종차별한다는 남아프리카에서 왔다면 아예 입항을 허가하지도 않을 만큼 콧대가 세어졌으니 -. 민족주의인가. 이게? 賦存資源을 무기로 삼는 이 시대의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모든 실권이나 경제권 심지어 자신은 Island회사에서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먹고 살면서도 -. 결코 자신의 나이제리아가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고, 그리고 좋은 곳이라고 우기는 그들(비록 하역 인부들이지만)에게 무조건 얕볼 수만은 없는 숙연함을 보인다. 입항하고서도 보름째다.
추석이 일주일 남았다. 어서 끝을 내고 다시 어디든가 움직였으면 싶다. 온지도 벌써 한 달하고 1주일, 입항하고서고 보름째다 너무나 변화 없는 속의 긴장은 싫증을 가져오고 자치하면 소홀해지기 쉽다. 차항에 대한 schedule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근간 Mr. Kishinani도 한번 만나보고 시내 구경도 한번 나서자. 우선 내 자신부터 무언가 변화를 찾아보자 타의에 의한 변화보다 스스로가 찾아 갖는 변화도 의의가 있을거다. 추석 땐 돼지 한 마리라도 잡자고들 하는데 현재의 상태로서는 제대로 여건이 맞질 않을 것 같다만 2-3일 더 두고 보자. 양하하는 고기 중 그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순전히 잡어다. 한국어선이 잡은 것도 있고, 덕분에 사가는 이곳 사람들 보다 우리가 다행이다. 입맛대로 먹게 골라두었다. 남의 화물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은 안됐지만 이곳 사정이 그럴만하니 그냥 두자. 크게 Short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 오늘 먹은 삼치, 숭어회가 고소하게 一味였다.
21st. Sep.(수)
입항 후 양하의 최고기록을 세운 날이다. 174톤, 6100상자다. 그래도 일찍 마치기까지 했다. 이놈들 이제야 우리말한데로 한다. 진작 그럴 일이지. 그러면 벌써 끝나고도 남았을 텐데 -. 겨우 1000톤을 넘어선다. 꼭 열흘만이다. 이러 정도로만 매일 계속하다면 1주일이면 충분하다. 내일쯤 다시 Las에 타전해야겠다. 외항에 정박 중인 일본선 北幸丸. 그리스선적 Theoflos K호와 바꿔 입항하여 차례대로 못하고 말았다. 이제 Apapa 김선장까지 합세하여 협조했으나 Theoflos K호 선장이 어거지로 입항해버린 모양이다. 어찌보면 北幸丸선장이 그놈의 짧은 영어 때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기다리다가 뺏겨버린 셈이다. 그래서 항내에서는 내가, 외항에서는 Apapa Reefer의 김선장이 Lansal과 입체적인 연락을 가지며 협조, 마치 동양인과 서양인의 대결인양 편을 들었는데 -. 헌데 그놈의 그리스선에서 Cargo Damage가 있어 말썽이 난 모양이다. 검둥이들이 먼저 알고 입을 놀린다. 분명히 우리가 일본인들보다 개개인을 봐선 우수함을 느낀다. 제법 큰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종이에 적은 말 이외는 콱콱 막히고 떠듬거리는 것을 자주 본다. 그에 비하면 순서야 맞건 말거나 중간에 ‘에-’ 나 ‘아-’가 들어가건 말건 발음이 이렇던 저렇던 쉬지 않고 씨불이는 데는, 그래도 Lansal이나 East Mole에서 용케 알아듣고 교신이 되는 걸 보면 역시 문법보다는 단어 한 개라도 더 알고 배짱있는 놈이 낫다. 중계해주고 나면 단지 ‘どうもありがどございました(도모아리가도고자이마스)’ 한마디로 쑥 들어가버리는 걸 보면 꽤나 자존심들이 상하는가 보다만 모르는 데는 별수 없지 않은가.
Theoflos K호와 호코우마루가 바꾸어 접안한다는데 아직 결과는 없고 -. 호코오마루는 급유 때문에 본선과 연락이 있었다. A유 50톤 정도 받아야 하는데 Mr. Tikam이 히로시마마루와 상의하랬단다. 원 참 내가 이곳 대리인인가? 가능하면 주고 한 푼이라도 수입 잡아 선원들 담배값이라도 해야지. 먼저 번 Kano Reefer도 놓쳤으니 미안한 감도 있다. 기관부원들에게 -.
확실히 세계는 넓다. 이곳에서 동양인을 만나면 우선 그가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을 불문하고 서로 눈인사라도 나누고 머뭇거리며 국적을 물어보거나 한다. 전번 Roma에서도, Venice에도 그랬었다. 어제 오늘 호코마루를 위한 우리들의 애씀도 분명히 동양권이 서로 협조해서 서양권에 대항한 것이다. 인종의 기원 그리고 그 ‘種’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런데도 우월감을 갖고 대하는 일본인들이 있는걸 보면 오히려 서글퍼 뵈기도 한다.
옷장속의 겨울양복에 군데군데 곰팡이가 쓸었다. 너무 덥고 습기가 차서 그런 모양이다. 종일 햇볕에 말리고 손질을 했다. 이런 옷을 이런 곳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가끔은 시원한 바람을 씌여줘야 하는데 -. 세탁도 해주지 못한다. Africa오지의 원주민들이 벌거벗고 사는 것이 이해라기 보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이 벗고 지내보니 입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지경이다. 진짜 그놈의 체면이나 도덕이 없으면 홀딱 벗고 살았으면 얼마나 간편하고 솔직할 것인가. 진실을 진실 그대로 내놓고 살아가는 자연계와 같이-. 아울러 밑이 늘 눅눅하니 습하다. 며칠 전부터 하루 한 번씩은 씻고 말린다. 훨씬 기분이 맑고 시원하다. 계속할 만한 일이다. 마치 아내 곁에라도 가는 기분이기도 하고 -. 유태민족은 아무리 바쁘고 물이 없어도 꼭 두 군데는 씻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태인 여자들의 자궁암 발생율이 극히 적으며 이것은 의학적 통계화 되어있단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음직하다. 한 가정에 있어서 주부의 건강이 그로인해 좌우되는 일이라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남는 동전으로 사모아 둔 항공엽서를 몇 군데 소식을 띄우다.
22nd. Sep. (목)
11시경 Lansal의 Mr.Ewulomi영감이 부른다. 오후1시까지 보트 좀 보내 달란다. 방선할 모양이다. 얘기해둔 일을 또 몇 가지 한 것 같다. 보트가 나가서 기다린지 10여분, 다시 부른다. ‘야 보트나가서 기다린지 10분이 넘었다. 뭐하냐?’ 지금 나선단다. ‘세관 왔냐? 물 가져 왔더냐?’ 들어서면서부터 생색이다. 그래그래. 전부 제가 했단다. 당연히 할 일인데도-. Derrating Certificate 내놓는다. 9월 15일자다. 15N의 경비지출서에 도장찍어주고 시원한 맥주 그리고 집에서 보내온 고기포 두어 개 내놓았더니 그 튼튼하지도 못한 이빨로 씹느라고 자못 애를 쓴다. 그러면서 이거 어디서 났느냐다. 맛이 좋다고. ‘한국에서 우리 Wife가 보낸거지’ 좋은 마누라 두었단다. ‘좀 더 없냐?’다. 똥배가 튀어 나온 데다 검은 살결을 닮아가는 런닝샤스가 보기에 내가 민망스럽다. 튀어나온 배를 만지며 6-7개월은 되겠다고 했더니 박장대소를 한다. 술 한 병에 고기포 5점을 주니 입이 찢어진다. ‘그래 내가 시키는 것만 잘해주면 이런 거 생기지’ ‘알았으니 뭐든지 있으면 말하시오’ 필요할 때 즉효가 있는 방법이다. 내 것 주는 것은 아니니 잘 먹고 말만 잘 들어라.
os-1 박군과 wr-2 우군이 낮에 Hatch안에서 사소한 일로 싸운 모양, 한 놈은 약간 부었고 한 녀석은 팔에 상처를 입었다. 이 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두 녀석 모두 젊고 성실했는데- .그래서 이번에 진급도 시켰는데 -. 표면상의 이유 이상으로 원인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호통을 치기는 했어도 그로 인해 젊은이들 사이에 금이 두터워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평소의 그들을 보면 안심은 해도 좋을 듯하다. 먼저 손을 덴 박군도 잘못이지만 우군의 그 멋모르는 단순한 젊은 기질이 더 큰 결함이었던 것 같다. 견습(見習)때와 員職級때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얘기했으나 납득이 갔는지? 박군은 그래도 고등학교를 나온데다 다소 세상의 눈치를 알고 있는 듯 하나 우군은 아직 어리다.
통신장이 C/S에 대한 문제로 염려한다. C/E가 결부된 모양이고 그놈의 술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은 기간을 위해서 하나는 희생을 시켜야 겠다. 그냥 두면 갈수록 더할 지도 모른다. 추석을 넘기고 보자. 짐승도 자기가 싫은 곳은 피한다는데 -. 오늘 다시 1 gang만 했다. empty barge가 없다는 이유다. Mr. Ajose녀석, Coffe 한잔에 자기 마누라 사진까지 꺼내들고 떠벌린다. 그놈보다는 훨씬 발랄하고 예뻐 보인다. 여자라서 그런가? Coffee 많이 먹으면 그 힘(?)이 좋아지는데 왜 많이 안 먹느냐고 한다. 잠이 안 온다니까 그렇단다. 잠 안 오면 오직 좋으냐다. 사람 죽인다. ‘넌 마누라가 있으니 잠 안 와도 좋지만 난 뭐냐?’ ‘오 그렇구나’ ‘그러나 저러나 예쁜 아가씨 하나 구해주라’ ‘오! 염려말고 가자’. 그 진지한 표정이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다.
23rd. Sep(금)
빈 바지선은 두 척인데 인부가 없다. 하루도 제대로 되는 날이 없다. 인부 있는 날은 배가 없고 배 있는 날은 인부가 없다. 배 있고 인부 있는 날은 열쇠가 없단다. 그냥 Trans-Con에 가다. Mr. Kishinani나 Samtani 만나 내일 모래 추석에 돼지 한 마리값이나 얻어볼까 해서다. 왜만하면 그들로 마다하지 않으리라. 그만큼 해주었는데 -. 결과는 똥이었다. 편지 한 장 없고 어디 갔는지 만나지도 못했다. 한 놈은 미국 갔고 한 놈은 Theoflos. K의 claim문제로 정신이 없단다. Trans-con에는 새로 지은 사무실 정리에 한창이다. 늙으수레한 검둥이 부장, 제법 점잖은 빼며 안내를 해준다. 마침 Mr.Tangir를 만나 그의 차로 Kirikiri에 들려보았다. 참말로 복잡한 곳이다. 그 많은 Cement 부선, 그 시멘트 포대를 머리에 이고 개미행렬 같은 움직임. 숱한 인종, 총을 들고 수시로 순찰하는 군인. 들고 튀는 놈. 따라 뛰는 놈. 붙잡고 치고 박는 놈들. 어떤 놈들은 마치 화물이 제 것인양 쑥 꺼내들고 너도 하나 나도 한병씩으로 나누어 주기도 한다. 역시 가장 진실한 애국자는 저렇게 가장 밑바닥에서 힘으로 벌어먹는 사람들이 아닐까? 전신에 시멘트가루 칠갑을 하고 눈만 깜빡거린다. 그들이 없으면 그 숱한 기계문명도 제 기능을 잃고 말 것이다. 우리 배에서 싣고 간 고기상자는 여기서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한 개 한 개 머리에 이고 나른다. Lansal의 Chief Coordinator Mr. Josep Gal-paz가 여기 주재한다. 반겨 맞으며 시원한 콜라 한 잔을 준다. Mr. Tangir 차안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한다. 미리 서류함을 옆에 갖다 놓았다. 알만하다. 트란시버를 들고 종일 현장을 둘러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로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차안이 가장 조용한 시간이리라. 전부가 시멘트란다. 그게 곧 나이지리아의 발전을 의미하지 않소. 그렇긴 하단다. 실상은 대공사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거대한 부두축조공사. 고가도로 건설, 공장 건축 등등이 모두 백인들이 손에 의해서 지어지고 있지만 이 나라에 세워지는 한 하나의 진전은 보장되리라. 운전수와 함께 부두가에서 파는 땅콩, 구운고기 도너스 등 몇 가지를 사먹어 보다. 독특한 맛은 없다.
北幸丸에 들리다. 50대 정도의 선・기장. 그리고 30대의 통신장이 반긴다. 몇 차례 무선교신을 한 적이 있어 구면인 듯하다. 먼저 ‘그놈의 코도바(말)가 ...’ 하면서 선장이 고맙단다. 급유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여유는 있으니 용선자의 확인전보와 대리점에서 접안 수배하면 언제든지 급유할 수 있다고 했다. 잘 부탁하잔다. 그러면서도 오차한잔 없다. 괫심한 놈들 같으니라고.
C/O가 Formen을 구슬려 어디서 데려왔는지 한 갱을 더 데리고 와서 겨우 두 바지를 채워 164톤을 채웠다. 하주측 감독이 없는 작업은 역시 뭔가가 빠진 느낌이다. ‘어이 포멘, 저기 저놈은 종일 잠만자고 갈 때 고기만 훔쳐가는데 그냥 두기야?’ 내일부턴 안 데리고 온단다. ‘그리고 너 6시까지 한댔는데 왜 5시에 마치냐?’ ‘분명히 약속은 했으나 비공식적으로 데리고 온 인부라 그렇고, 내일부턴 잘해볼테니 대신 선장, 이 포멘이 잘한다는 추천장 한 장 써줄라나’ 한다. ‘그래 그러지 잘만하면 네가 써온 대로 타이핑해서 도장 찍어 주지.’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게 웃는다. 뻥뻥한 콧 끝이 더욱 펑퍼짐하게 퍼진다. 마치 고리라 상판을 하고 늘 웃통을 벗어 붙이고 앉아 Tally를 하던 키 큰 녀석이 며칠전부터 ‘Capt. one beer' 하더니 오늘은 아예 팔을 잡고 따라 나선다. 그놈 입에 한 깡 부어넣으면 이빨사이에 버리고 목구멍에는 몇 방울 넘어갈 것 같지도 않은 맥주 한 깡.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 말랬더니 정색을 하며 염려 말란다. 책상머리에 꽂아둔 정주생일날 찍은 천연색 사진을 제 달란다. 너무 예뻐서 제방에 두고 본단다. 이 자슥이 정신 나갔나? 아마도 자기방에 치장용으로 붙여 두고 싶은 모양. 가서 일이나 해라. 이 녀석들을 내가 상대할 놈들은 아니다. 1항사가 힘겨울 때도 있고 그냥 보자니 속이 터지는 수가 있어 내가 대신 말을 붙였더니 영 제 친구인양 달라붙는다. 손해 볼 거야 없지만 한두 놈들이 버릇없이 대드는 놈들이 있어 미움을 싼다.
24. Sep(토)
오전은 공을 치고 오후에 시작하다. 그나마 대리점측 감독과 화주측 Tally-men과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언쟁, Foremen들의 맞지 않는 손발 때문에 본선만 골탕을 먹었다. 기가 막혀 그저 허허 하는 웃음이 허파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저 적당히 넘기자.
Apapa 김선장이 방선. 같이 나가다. 처음 갖는 사적 외출이다. Las 이후 50여일만이다. 눈이 부시다. 아니 잘 안 뵌다. 영 침침하다. 분명히 근래 부쩍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Federal Palece Hotel을 거처 Kotra(한국무역회관)에 가보다. Awolowo 82가에 있는 조그만 2층의 아래층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단간방이다. 2층은 일본인이 쓴다. 李揆學씨가 현재의 주재원이다. 2년 조금 넘었단다. 세일즈멘으론 적합한 사람 같다. 아니 세일즈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39세. 38세 때 결혼. 지금 29세의 부인은 만삭의 몸으로 초산이랬다. 걱정이 태산보다 더하단다. 아는 이라고 하나 없는 이곳, 온통 검은 물결 속에서 바깥조차 못나간다고 - . Apapa에서 갖다 준 김치가 맛있다고 극구 칭찬을 한다. 얼마만큼이 사실인지는 모르나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무튼 반가운 사람들의 하나다. 박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걸린 이곳 대통령의 사진. ‘輸出立國’이란 대통령의 휘호. 쌓인 서적. 보잘 것 없는 진열장, 그나마 실제 수익사업은 일체 할 수 없고 그런 일이 발각되면 당장 쫒겨나는 조건이란다. Buyer 소개, 각 회사 세일즈멘의 안내. 출입국 하는 정부인사들의 치닥거리 등 정식 국교관계가 없으니 영사 역할까진 하자니 몸이 세쪽 네쪽이라도 모라잘 지경이란다. 신동아 9월호에 기고했던 ‘李正宰’씨의 바로 후임이라했다. 출항전 한번 더 만날 기회를 갖기로 하고, 다시 Federal Palece Hotel의 226호에실에 있는 현대자동차 After Service Men으로 나와 있는 Mr. Kim을 만나다. 젊은 친구다. 마치 색시 같은 음성, 6개월 기한에 4개월이 지났단다. 여기도 우거지상에 죽는 소리다. 현대의 Pony자동차를 수출중이란다. 역시 이곳의 특성대로 주객이 전도. ‘고객이 하인이고 팔아먹은 놈이 왕’이다. 그래도 큰소리치며 장사한단다. ‘거리가 너무 멀어 운송비관계로 경쟁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현지에 조립공장을 세우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외제가 아닌 국산차라고 사지 않는다.’고. 그것은 사실이다. 볼펜 하나라도 이상하면 얼마냐고 묻기 전에 어디제냐고 묻는다. 어떤 개인회사의 사원은 자신의 큰 가방에 Sample로 각가지 샤스 수백 장씩 가득 넣고 와서 직접 Buyer와 계약하고 가기도 한단다. 일선에서 달러를 벌기위해 직접 뛰는 그 사람들의 고충, 노력 그리고 귀한 땀의 보람을 과연 어떻게 쓰는 사람들이 알아 줄 것인가? 안다면 수십만 달러씩 해외로 유출시키는 共怒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셋이서 Eko Hotel Peacoke Club에서 간단히 한잔 하다. Show 한다고 하더니 얄궂은 3류 약장수 같은 친구가 신문지를 찢었다 붙이는, 또 카드 알아맞히는 게임 등 서너가지 마술(?)을 20여분만에 마친다. 싱겁다. 이게 Show냐? ‘Yes’ 란다. 아까 들어올 때 흰둥이 두 놈이 점잖이 차려입고는 백인과 흑인 여자 각각 하나씩 데리고 입장료 2N를 50kobo로 깎자고 하던 것이 실감난다. ‘야 백인아가씨 있냐?’ 그건 없고 검은말(?)은 얼마든지 있덴다. Mr. Kim은 아직까지 Lagos 시가지를 한 번도 벗어나보지 못했단다. ‘보소. 그래도 우리 한국의 태극기와 함께 그 깃봉(?)을 여기 꽂아 Nigeria를 정복하고 가야지’ 얌전하게 그러나 안면 전체에 웃음이 가득하다. 별로 깨끗하지는 못하나 넓직하고, 식사까지 합해서 하루에 거의 60N(약100$)이나 그나마 이곳에서는 싼편이란다. Habour Master의 외국인 Pilot들이 많이 이 호텔에 묶는단다. Egypt인들이 많다. 한번 본적이 있는 Pilot 'G'가 아는 체를 한다. 역시 우리와 같은 수출인력인가 보다. 1시반경 귀선.
Agent와 Motor 수리공장에 가다. 다음 항차에 대한 정보, 청수보급, 호코마루와의 보유문제 등을 얘기할 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 편지도 없다. 받고 답장해도 들어올 때가 넘었는데 -. 왠일 일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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