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연습의 효과, 자신감
2003년 5월 5일 월요일 (어린이날)
어린이날 공휴일이어서 난 또 어떻게든 집에서 빠져나와 댄스 연습을 하러 갈 궁리를 했다.
별수 없이 사업상 바쁘다는 핑계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2시쯤에 필라에 가서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은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들이 몇 명 알탱 강습을 받고 있었다.
난, 언제나처럼 구석 거울 앞 내 자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뒤에 그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홀의 가운데서 왈츠 박스베이직을 연습했다.
오늘도 별수 없이 두어 시간 연속적인 연습을 했지만 중간에 한번 쉬었다.
한두 시간 정도는 이제 거뜬하게 쉬지 않고 견딜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박스 베이직을 약 두 시간 정도 한 후, A코스 루틴 연습에 들어가서 약 한 시간 정도 했다.
박스 베이직을 연습하고 루틴 연습을 하면, 이상하게도 내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고, 그 어렵게 느껴졌던 스텝이 너무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동작인지 아닌지는 몰라서 좀 불안하지만. 그렇게라도 연습을 해놓고서 나중에 선생님한테 정확한 자세를 배울 예정이다.
오늘은 음악에 맞춰서 해볼려고 의식을 많이 했는데 혼자서는 음악도 그런대로 잘 맞는 것 같았다.
단지, 음악에 안 맞추고 할 때는 천천히 느리게 동작을 구분해서 길게 끌었는데. 사실 이것이 더 어렵고 힘든 것 같았다. 음악에 맞추니까 동작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부드럽고 우아하게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하려고 의식하는데, 음악에 맞추다보니 좀 끊어지는 듯하게 몸이 다운, 업 되는 것 같아서 불만스러웠다.
베이직을 몇 번 집중적으로 연습했더니만, 이상하게도 간단한 A루틴 연습 때, 발이 쭉쭉 뻗어져서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감이 왔다.
난, 자세나 동작이 엉터리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들지만, 그래도 매우 재미있고, 아직은 엉터리일지라도 곧 뭔가 될 것 같은 필이 확 꽂혀오기 때문에 그것도 재미있고, 그래서 죽을 둥 살 둥 매달렸다.
참으로 신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도저히 루틴과 스텝은 못 밟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그리고 가볍게 내 몸이 쭉쭉 미끄러지다니.
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 혼자서 몇 바퀴를 왈츠 가장 기본 루틴만 되풀이 해봤다.
남들 눈에는 우스꽝스럽게 비칠지 모르지만, 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음악도 발과 잘 맞는 것 같았고, 그냥 몸 전체가 쭉쭉 뻗어나가면서 발이 나도 모르게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듯 했다.
단지, 스텝을 깜박깜박 잊어 버려서 그걸 생각하느라 몇 번 중간에 맥이 끊어졌지만...
그리고 잘 안 되는 내추럴스핀턴도 집중적으로 연습해봤다.
글치만 그건 정말 선생님께 다시 물어봐야겠다. 아무래도 내 느낌에 엉터리 같아서....ㅋㅋ
하지만 나 혼자서 이렇게 해봤댔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숙녀님과 홀딩하면 또 무너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날걸, 뭐.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기로 하고, 지금은 나 혼자서라도 계속 해야지 뭐......ㅎㅎ
선수 대회에 나간다는 젊은 커플이 연습하고 나가면서 남자분이 나에게 말하기를 ...
"곧 엄청나게 잘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하니까요."
약간은 비아냥거림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난 칭찬이라고 여겨야겠다.
정각 6시가 되어서 그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도 4시간 정도 연습했다.
[댓글]
cbmp
강변마을님~ 꼭 원하시는 바 성취하시길 빕니다. 화이팅입니당.. ^^
03.05.06 13:03
로라
남의 일기를 훔쳐 보지는 않고, 그냥 보았는데.....괜찮은지요?....경력이 오래되신 것 같지는 않은데 노력이 보통 아니시네요. 저는 아직 그렇게 몇시간씩 해보지 않았는데....반성을 하게 되는군요...빠른 시간내에 발전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힘내십시요!!!
03.05.10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