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복실이
개는 키우거나 기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가축인 닭은 기른다는 말을 쓰지 않고 친다고 말한다.
친다는 말속에는 기르면서 번식을 시킨다는 의미가 보다 강조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유독 개를 두고 키우거나 기른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전통적으로 사람과의 접근성을 강조하고 처자식과 비슷한 반열에 둔 것을 강조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면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다른 개들도 덩달아 같이 짖는 개들의 참여의식과 집합성도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먹을 때 방해할 낌새가 보이면 주인이라 하더라도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삼엄한 경계심을 보이는 것도 자기 몫을 챙기는 데 사생결단의 결의를 보이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한 판별력과 우호적이거나 그렇지 못한 태도 역시 사람과 다르지 않다.
이런 똥개를 산골에서는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기르고 있었다.
뚜렷한 족보도 없이 이웃집에서 분양해준 이런 똥개는 진돗개나 사냥개처럼 영리하다거나 주인을 위하고 따르는 품이 충직한 것과는 달리 행동이 어리석고 굼뜬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상념에 잠긴 듯이 초연한 모습을 보이거나 주인의 심부름을 대신하는 영특함 따위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대체로 두엄더미 언저리를 맴돌며 먹을 것을 뒤지거나 툇마루 아래서 게으름을 피우며 너부죽이 엎드려 졸고 있다가 간혹 대문 밖 골목에 인기척이 들리면 한두 번 짖다가 다시 졸기 시작한다.
주인이 꾸짖으면 내막을 꿰뚫지 못하고 주인의 얼굴만 멀뚱한 시선으로 쳐다본 한다.
걸핏하면 사람들의 발길질에 채이고, 혹독한 몽둥이찜질을 당할 때도 없지 않지만 뚜렷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먹을 것을 탐하고 게걸들린 모습만은 한결같아서 철부지가 두엄더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배설을 할 때면 툇마루 밑에서 자다가도 대뜸 낌새를 알아채고 일어나 바로 사타구니 앞까지 달려와 배설물을 맛있게 먹곤 한다.
그러다가 실수하여 철부지의 하체에 앙증스럽게 돌출한 성기를 핥다 말고 물어버리는 일도 저지른다.
꾸짖기 좋아하고, 변덕스럽고, 심술궂은 어른들보다 성품이 단순하고 동네방네 뛰어다니기를 즐겨 하는 아이들 섬기기를 좋아한다.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날, 똥개 복실이는 어른들을 따라서 운동회 구경을 갔다.
운동장 주변을 배회하면서 먹다 버린 과일 껍질이나 과자 부스러기들을 핥고 다니던 복실이가 문득 바라보니 자신의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4학년짜리 친구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었다.
어머나 싶었던 복실이는 냉큼 구경꾼들 속을 뚫고 경기장으로 달려나가 달려가는 아이들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저 역시 달리고 있는 친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승점에 이르렀다.
결과는 놀랍게도 난데없이 뛰어든 똥개가 1등을 차지하고 말았다.
1등을 차지한 아이들보다 대여섯 발짝이나 앞서 골인 지점을 통과한 탁월한 경기 실력을 보여 준 것이었다.
그런데 상을 타기는커녕 웃거나 혹은 흥분한 구경꾼들의 돌팔매질에 대경실색하여 꼬리를 잔뜩 사리고 운동장 가장자리로 쫓겨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네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다가 자기 친구가 또래들과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라도 목격하게 되면 득달같이 현장으로 달려가 친구의 상대를 향해 온몸으로 맹렬하게 짖어대거나 심지어 물어 비틀기도 사양하지 않는다.
주인을 따라 장에 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친구 뒤따라 고갯길 너머에 있는 읍내 학교까지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친구가 교실에 틀어박혀 수업을 받는 동안 끼니를 거두어주는 사람이 없어 종일 배를 곯아가면서도 교문 밖 근처를 배회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하교하는 친구와 동반하여 귀가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하굣길에서도 친구가 또래들과 어울려 고누를 두거나 공깃돌 놀이를 하면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고, 냇가를 만나 자맥질을 하면 또한 벗어둔 옷가지를 지키며 기다려 준다.
친구가 군것질을 하고 있으면 볼썽사납게 보채지 않고, 한 입 뚝 떼어줄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
새끼를 낳아 몸조리하는 중에 집안의 다른 식구들이 다가가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자기 친구가 다가와 새끼들을 만지면 전혀 경계심을 보이지 않고 고즈넉이 바라보기만 한다.
괄시 받고 따돌림당하며 그렇게 사는 동안 여름이 다가오면 언제나 아이가 앞장서고 개는 뒤따르던 행동 구도가 바뀐다.
마을의 장년들이 초여름부터 똥개만 보면 숙덕거리는 투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젠 개가 앞장서고 아이가 뒤따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마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그 굼뜨고 미욱한 똥개가 보고 싶다.
<김주영/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