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물과별' 숨은 꽃 특집 시인의 말
ㅡ 시는 의뢰인 없이 혼자 하는 굿 / 이담하
시란 무엇일까? 시와 나는 얼마만큼의 거리일까? 나의 시는 얼마만큼 왔을까? 나의 시는 누구에게 닿을까? 시는 밥이 될까?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수없이 하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시를 쓰면 쓸수록 깊은 수렁 즉 ‘시의 크레바스’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시의 균열에 빠지고 갇혔다가를 반복하는 무음의 제스처 같기도 하고. 가까이하려면 멀어지고 멀어졌다가도 다시 가까워지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시가 아닐지 하는 생각에 빠진다.
‘요동치는 심장을 갖은 사람이 시인이다’라는 말을 기억한다. 나만의 무주지無主地에서 쓰는 나의 시는 현실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예술이다. 독자나 평자의 눈높이에 맞춰 쓰는 맞춤 시보다 나만의 무주지에다 시를 던지고 싶다. 나만의 세계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낀 곱고 예쁘고 아련하고 아름다운 시보다는 타인의 승부 세계에서 복서의 심정으로 심장이 뛰는 스텝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시를 쓰고 싶다.
시인은 별것도 아닌 것을 별것으로 보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쓰는 시는 언제나 고백하지 못한 말이라서 가장 약한 부분이 아닐까. 어쩌면 분노의 영역, 모순에 항거하는 영역에서 의뢰인 없이 혼자 하는 굿이라서 고독의 영역, 위안의 영역, 치유의 영역이 아닐까.
상식적, 상투적 관념에서 벗어난 표현의 다양성의 시는 경이롭다. 시도 표현 수단이라서 상투적, 상식적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려면 오늘의 시는 어제와 달라야 하고 내일의 시는 오늘 쓴 시와 다를 때. 작가마다 작품마다 표현과 방식이 다른 생산자일 때 슬램이나 플럭서스에 접근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