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떡보다 빵에 더 진심이다. 오죽하면 제사상에 밀가루로 만든 빵을 올리고는 ‘상외떡’이라 이름 붙였을까? 쌀이 귀하던 제주였으니 빵을 떡이라 불러도 조상님은 눈감았을 밖에.
제주시 이도이동 주민센터 옆 골목에 ‘또빵’이라는 빵집이 2023년 10월 말에 문을 열었다. 벌써 빵지 순례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이름이 정겨워 ‘또빵’의 전사(前史)를 들어보았다. 서양 식 빵문화가 길지 않은 우리에게 제주 빵의 역사를 듣는 듯했다. 제주 제과점의 시작은 한국전쟁 후 번성한 듯하다. 물론, 일본인이 만든 제과점들도 있었을 테지만 기록을 찾기 어렵다.
제주시 서부두 수협 자리에 ‘영춘당’이라는 제과점이 있었다. 창업주가 누구인지 언제 문을 닫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영춘당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제과점이었다고 한다. 이후 지금의 금강제화 자리에 ‘호남당’ 빵집이 들어서며 제과점들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늘어난다.
1960년대 초, 제주에 피난 내려온 두 청춘 남녀가 ‘영춘당’ 제과점 한 귀퉁이에 앉아 맞선을 본다. 개성이 고향인 김영걸과 청천강가 신안주에서 내려온 황성자 두 남녀는 이후로도 자주 이곳을 찾았다. 영춘당의 젊은 기술자 문 상호는 두 사람의 만남을 호기심으로 지켜본다. 며칠에 한 번씩 찾는 두 남녀를 지켜보다 함께 나타난 처녀의 여동생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어느 날 영춘당에 나타난 처녀의 여동생에게 문상호는 만들다 부서진 빵을 건네었고 이를 안 가게 주인은 한바탕 문 상호를 혼내었단다. 밖으로 나온 문상호를 여동생은 안타까운 눈길로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친해진다. 그 후로도 문상호는 주인 몰래 부서진 빵들을 전해주며 여동생과 가까워지게 된다. 당시 빵집은 찐빵과 만두를 하는 찐빵집과 오란다, 곰보빵, 도나스, 식빵 등을 파는 제과점 두 종류였다. 영춘당은 찐빵, 만두를 함께 만들었고 서양식 빵을 파는 제주도 빵집의 선두 주자였다.
영춘당에서 맞선을 했던 남녀는 훗날 결혼을 하고 직장을 찾아 제주를 떠난다. 문 상호와 인연을 맺은 동생은 1980년대 초에 서사라 큰 길가에 ‘아리랑 제과’를 창업한다. 찐빵, 만두와 다양한 빵을 만들며 ‘아리랑 제과’는 제주시 서쪽의 유명 제과점으로 자리를 잡는다. 영춘당에서 만나 혼인을 한 김영걸, 황성자 두 사람은 육지에서 장사를 하다가 크게 도둑을 맞아 파산하고는 다시 제주로 내려온다. 당시 아리랑 제과를 운영하던 동서, 문상호의 제안으로 1986년 도남오거리에 ‘오거리 제과’를 창업한다. ‘오거리 제과’는 영춘당과 아리랑 제과의 방식을 따라 찐빵과 만두를 함께 팔았다. 김영걸의 아들 김종철은 수시로 아버지의 제과점 일을 거들며 제과에 눈을 떴다.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이미 서울에 있는 제과 학교를 수료했고 유명 제과점에서 일을 배운 후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최신 기술을 배우고 온 아들 덕분에 오거리제과는 더욱 번창하게 된다. 제과점이 잘 된다는 소문에 주변은 제과점들이 몰려들어 세 곳이 경쟁을 한다. 누군가 임대료를 더 준다고 오거리 제과를 노렸다. 게다가 가뜩이나 몸이 안 좋은 오거리 제과의 안주인은 16년을 이어 온 가게를 접어 잠시 쉬기로 한다. 아들인 김종철은 칼호텔에 입사하며 제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랜드 하얏트와 대한항공 기내식, 다양한 제과 업계의 지식을 배우고 시도하며 제과 인으로서 최고의 날들을 보내게 된다.
오거리 제과를 폐업한 김영걸과 황성자는 삼성초등학교 옆에 찐빵과 만두만을 메뉴로 한 ‘장
군만두찐빵’을 차린다. 이십여 년 넘게 이어온 도남 오거리 제과와 장군만두찐빵은 2007년 황
성자의 귀천으로 문을 닫게 된다. KAL호텔에서 제과장을 하던 김종철은 2022년 호텔 폐업과 함께 제과 제빵을 배우고 있던 딸과 조리를 배우는 아들과 함께 2023년 10월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 제과점 ‘또빵’을 열었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르겠다. 오래전 ‘영춘당’에서 맞선을 본 두 사람은 훗날 ‘오거리 제과점’을 차렸고 ‘KAL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아들 내외는 ‘KAL호텔’을 거쳐 ‘또빵’을 차렸다. ‘또빵’은 또, 빵집을 열었다는 뜻이다. 1950년대 영춘당에서 시작된 ‘또빵’은 아리랑제과, 오거리 제과, 장군만두찐빵을 거치며 ‘백년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빵’은 ‘한치 먹물크로켓’, ‘고사리 치아바타’와 ‘양배추 빵’ 같은 제주의 재료를 사용한 빵을 만들어낸다. 건강에 좋고 맛난 빵을 만들기 위해 이른 새벽 또빵의 문은 열리고 밤새도록 제주의 자연 속 천연 효모를 이용해 느리게 느리게 빵을 발효시킨다.
👇 ‘또빵 베이커리 카페’ - 제주시 오복5길 5 진흥빌라 1층
👇 영업 : 08:00 ~ 21:00 (수요일 휴무)
👇 예약및 전화문의 : 010-5520-0160
👇 또빵은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빵을 만들어 누구나
👇 케이크는 최소 2~3일전에 주문 부탁드려요
👇 카카오채널 https://pf.kakao.com/_xlRxfZG
👇 https://www.instagram.com/dough_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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