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포럼 Part 2: “2000년대 이후 아시아영화를 중심으로 본 한국영화의 현황”
카이에 뒤 시네마 측 참석자:
샤를 테송(샤, 前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스테판 들로름(스, 現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티에리 주스(티, 前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뱅상 말로시(뱅, 카이에 뒤 시네마 기자)
한국 영화 관련 참석자:
정성일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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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성일: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카이에에 있어 봉준호의 사용법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한국 영화를 카이에는 어떻게 mapping하는 것인지? 작가의 기준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지? 한국 영화에 카이에가 던지며 나아가는 질문은 어떤 것인지?
A 스: 카이에는 화석처럼 굳어있는 잡지가 아니라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으며 당대 편집자의 취향이 크게 반영된다. Best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A 뱅: 봉준호가 박찬욱의 대척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A 스: <괴물>에 담긴 경제성의 완벽함을 놀랍게 여겼다. 공포스러운 장면에 담긴 유머와 같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다양한 톤이 유럽인들에게는 매력적이다.
Q 정성일: 낯선 영화를 자신들의 영화사 가운데 위치시키려는 태도가 카이에의 입장인 듯 하다. 최초에는 드골식의 자국주의/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의 측면에서 미국 영화를 지지했다고 여겨지는데, 스테판 편집장의 (개인적인) 미국 영화 애호성향이 구로사와 기요시나 봉준호와 같은 미국영화광에 대한 인정과 함께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 영화를 통해 미국 영화의 변종성에 대한 관찰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A 스: (문제제기한 감독들에게 있어) 스티븐 스필버그나 드 팔머 등과 같은 감독들의 영향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B급 영화나 대중영화 등을 조롱치 않으며, 영화에 대한 선험적 태도 없이 접근하는 것이 카이에의 입장이기에 저예산 영화나 블록버스터에 대한 차별 역시 두지 않고 작품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한국 영화가 보여주는 재미있는 세계는 임권택과 같이 한국의 전통에 집중하는 모습과 홍상수나 봉준호와 같이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재현하는 두 방식으로 나뉘는 것 같다. 김기덕과 같이 한국적인 전통이나 (예상 가능한) 감성을 넘어서는 영화도 필요하다. 자신이 갖고 있던 것과 새로이 받아들인 것을 잘 통합시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Q 허문영: 10BEST를 통해 나타나는, 오늘의 카이에가 cannon을 선택하는 기준은? 혹여 지역 할당제나 장르 할당제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A 스: 10BEST의 선택에 있어 지역적 안배는 없다. 각 편집자가 추천작을 제출할 따름이다. 헐리웃적인 미국영화 보다는 독창적인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
Q 스: 2000년대 한국 BEST는 어떤지 궁금하다.
A 정성일: 홍상수는 <하하하>이후 만장일치로 비평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이며, 봉준호와 박찬욱에 대해 비평가들이 어느 정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기덕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다. 김지운에 대해선 ‘연예인’을 향한 대중적 취향과 관심이 크다고 본다.
Q 정성일: (한국+홍콩+미국영화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류승완에 대한 카이에의 관심을 언급하며) 류승완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창동에 대한 카이에의 비평적 관점은 어떠한지?
A 스: (카이에와는 달리) 김기덕, 박찬욱, 이창동 모두를 지지하는 <포지티브> 誌가 있다. 카이에가 이창동과의 인터뷰를 하지 못했는데, 인터뷰 기회를 얻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정교한 시나리오와 연출 가운데 카이에는 연출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하겠다.
A 뱅: 이창동은 <밀양>이 최고인 듯하다. 시나리오를 중요시하고 연출은 old-fashioned 한 방식을 통해 형식적으로 다루었다고 여겨진다. 이창동은 상업성과 marginality를 공유시키고 있기에 굳이 (비평가 집단이)지켜내지 않아도 스스로 굳건히 존재하는 작가인 것 같다.
A 스: 프랑스인들은 classical한 것 이외에도 abnormal한 것들에 대한 사랑이 크다. 이런 점에서 멜로드라마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류승완의 영화를 흥미롭게 생각한다. 덧붙여, 외국영화들이 주로 스릴러를 중심으로 개봉되는 파리 영화시장의 특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A 샤: 양익준의 <똥파리>나 <무산일기>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Q 포럼게스트: 민족성(아시아성, 한국성, 일본성 등등)에 대한 카이에의 관점은?
A 뱅: 국가적 분리는 별로 중요치 않다. 영화 내부에서의 힘과 역동성은 굳이 한국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성(이라는 선입견)을 뒤집음이 한국 영화의 힘은 아닐까?
A 스: ‘이국적인 것’에 대한 (일차원적인 관심에)주의를 기울이지만 아시아 영화를 통한 감동은 분명 존재한다. “아시아 영화와 카이에”라고 표현 할 뿐, “카이에가 말하는 아시아 영화”라 표현하지 않는다.
A 샤: 영화를 통해 그 나라를 잘 알게 되는 것이 가능할까? ‘전통’ 따위를 건드리지 않아도 그 문화의 정체성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일 것이다. 한국에는 임권택과 같이 ‘잃어버린 한국’에 대해 언급하려는 욕망이 있는 듯하다. 이에 반해 홍상수는 인류학적 측면에서 몹시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 ‘한국인으로서 산다는 것’을 말하고 보여주기에, ‘한국인됨(Koreanness)’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인류 보편의 감정과 본성에 대한 질문을 (한국인으로서) 하는 것이다.
부산영화포럼 Part3: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
카이에 뒤 시네마 측 참석자:
샤를 테송(샤)
스테판 들로름(스)
티에리 주스(티)
아시아 영화 관련 참석자:
이수원(이,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아핏차퐁(아)
홍상수(홍)
봉준호(봉)
Q 티: ‘유럽영화’랄 것이 이제 없는데, ‘아시아 영화’라는 어휘가 적실할까? 세 사람에게 ‘아시아 영화’란 무엇인지? 동의하는지?
A 홍: 아시아 영화 많이 안 봤다. 아시아 영화 간에 공유되는 특성이 있을까? 다양한 영향과 스승이 있었고 이에 동서양의 구분은 없었다. 굳이 카테고리화 시킬 필요가 있나?
A 아: 아시아라는 건 상상의 공동체인 것 같다. ‘아시아 영화’로 분류되기 보다는 ‘아핏차퐁 영화’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은 계속 던지고 있다.
A 봉: 아시아인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일하지는 않는다. 감독 각자의 우주가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분류 불가능한 영화를 만드는 일에 더 끌린다.
티: 오즈도 30년대 미국영화의 영향을 받았다. 영화에 있어 ‘순종’과 ‘잡종’에 대해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각 사회에 대해 영화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괴물>처럼.
봉: 외국의 장르를 끌어들여 한국만의 혼돈과 광기를 보여주려고는 했다. 하지만 이는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가운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에 가깝다. 장르의 전통과 convention(인습)이 다른 장소에서는 어떻게 해코지 당하는지에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에겐 일상이지만 타자에게는 사건인 순간들을 즐기고 발견해 내려한다. 이건 개인적 취향이다.
홍: 카테고리화 시키기 위해 작은 것에 집작하다가 작품 자체를 훼손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Q 홍: 영화에 대한 글쓰기가 (카이에 필진들의) 삶에 주는 행복은?
A 스: 지금까지 본 영화들 가운데 80%의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보기 이후 비평이 (자연히) 찾아온다. 영화를 보며 느낀 기쁨에 대해서 쓰며 영화 보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A 티: 비평, 즐겁게 한다. 영화하기와 영화쓰기 사이의 연관관계를 깨닫게 된다. 영화에 대해 쓴다는 건 매우 지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A 샤: 영화 비평이 내 삶을 바꿨다. 영화를 보기를 통해 어찌 생각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영화가 나를 만든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영화란 타인의 삶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이며 실제로 많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영화를 보았던 시기도 거쳤고, 새로운 것들을 찾던 시기도 거쳤으나, 이는 모두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들이었다.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속 인물들을 고려한다면 열정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매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역사와 아시아 영화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살피는 1부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만, 영화사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상태에서 거친 정리글을 올리는 일이 무리한 것으로 여겨져 2,3부에 대한 기록만을 올립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다른 분들께서 1부 내용을 간략히 올려주시거나 2,3부 내용을 수정/첨가 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물론, 여러 후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리라 예상해 봅니다만,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숙지고 너른 말을 만난 일은 하나의 '사건'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큰 울림과 떨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포럼의 성과를 책자로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친정에서 글이 먼저 올라와서 반갑습니다. 후기를 어떤 식으로 풀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좋은 본이 되어 주셨습니다. 1부 글을 제가 올릴까 하는데, 미처 정리 글 형식으로 올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제 개인용으로 노트해두어 사이사이 빈 대목들이 더러 있습니다. 괜찮다면 청라가 정리해둔 글을 제게 메일로 보내주신다면 맥락을 짚으면서 빈 대목들을 채워 넣어 글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카이에 뒤 시네마> 필진들의 글쓰기에 관한 글은 다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다들 한치의 주저나, 망설임도 없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들이 트뤼포, 고다르, 로메르, 샤브롤의 후배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