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배우는 이유
-2019.06.10. 소설의 3요소를 통해 책 읽기
광동고등학교 1학년 4반 16번 한인영
종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시며 열어져 있는 문을 통해 들어오셨다.
“얘들아, 인사합시다”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소란스러웠던 교실은 고요해지기 시작했고, 반장의 구호와 함께 다 같이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께서 강현우에게 정수기에서 물을 떠달라고 부탁하시고 반장을 지목하며 순서대로 질의응답을 하시기 시작하였다. 3분단에서 마지막 아이의 답이 끝나갈 즈음 1분단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권용민을 지목하자 얼굴에 당황이 스며든 상태로 쭈뼛하게 일어났다.
“저요?”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표현은 최소화하고, 이익이 되는 표현을 최대화하는 방법이 뭐라고요?”
선생님께서 질문을 주자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요령의,”
“뭐라구?”
“요령,”
“뭐라구요?”
“요령의 격률,,”
“맞아요~”
선생님의 웃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질문세례는 끝이 났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글쓴이인 윤흥길의 또 다른 작품인 ‘장마’가 수능에 2번 출제되었다며 지금 우리가 배울 소설도 수능에 출제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진도를 나가며 소설의 3요소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였다. 배경은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있다고 하셨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70년대이며 이 시기는 산업화가 이루어져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도시화로 인해 시골에서 돈을 벌기위해 수도인 서울로 올라오던 때라고 하셨다. 나는 가끔가다 들었던 부모님의 유년시절 얘기를 떠올리며 소설 속으로 빠져듦을 느끼며 수업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시화로 인한 인간소외를 설명하시며 이를 다룬 작품인 카프카의 ‘변신’을 소개하셨다.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가족을 부양하고 살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방에 갇혀 생활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아니꼽게 본 가족들이 소홀히 대하기 시작하자 결국 주인공은 죽게 되고 가족들은 소풍을 가며 끝이 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셨다. 곳곳에서 아이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오고 선생님은 이 작품이 인간소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셨다. 책을 통해 인간소외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니 얼마나 끔찍한 현상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인간소외를 다룬 또 다른 작품인 프랑스 영화를 설명하시는데 선생님께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으신다며 머리를 붙잡으시고 기억해내시기 시작하셨다.
“아마도 ‘내일을 위한 하루’? ‘내일을 위한 시간’? 이거일 거예요~”
여전히 정확한 영화 제목을 유추하지 못한 채로 고개를 갸우뚱하시곤 내용을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이 영화 또한 인간소외를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며 물질적인 가치에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고 하셨다. 영화의 결말도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일 수 있겠지만 반 아이들의 “아...” 하는 소리가 결말이 그리 깔끔하지도 않고 씁쓸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선생님께서 낙서로 예시를 들며 똑같은 낙서도 가격을 매기지 않은 것은 그냥 낙서가 되고, 가격을 매기게 되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 미술품이 된다는 것이 인간소외 현상같이 씁쓸함을 자아낸다고 하셨다. 우리가 배우는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의 도시화를 통해 중요한 것은 인간이지만 돈, 숫자, 물질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가치로 판단하는 사회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하셨다. 모두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자, 이제 사건을 통해 알아볼까요?”
선생님의 경쾌한 목소리로 조용하던 분위기를 띄우시기 시작하며 다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사건은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지며 소설 속 과거의 사건은 광주 대단지 사건, 현재의 사건은 등장인물인 권 씨와 오 선생의 갈등이 주가 된다고 하셨다. 인물은 집주인인 오 선생과 세입자인 권 씨라고 하셨다. 오 선생과 권 씨의 처지를 설명하시다가 선생님께서 질문을 꺼내셨다.
“1970년대를 배우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우리가 굳이 1970년대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 하시며 반 아이들을 바라보셨다. 그 질문에 나도 말문이 막히고 아이들도 생각을 안 해본 질문인지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정숙해진 반을 보고 선생님께서 입을 여셨다. 다시 우리 역사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 역사를 통해 배울 점과 고칠 점을 찾아 대비하기 위해서 배운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광주 대단지 사건의 주도자인 권 씨는 실제 선량한 회사원이지만 전과자가 되었고 시청 근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집주인인 오 선생한테 경찰이 찾아와 권씨가 전과자이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였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게다가 권씨가 좋아질 것이라며 자기는 권 씨를 좋아한다는 이상한 소리까지 한다고 하여 조용하던 반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책의 본격적인 줄거리를 들으며 한참 재미있게 수업하고 있을 때 눈치 없이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봐요~”
질문할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반을 나갔다.
우리가 1970년대를 배우는 이유를 곱씹으며 다시 한번 문학작품을 배우는 이유를 깨닫고 많은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수업을 가진 것 같아 더욱 즐거웠던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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