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
김도곤은 서울졸업여행을 갔다 온 후 온 부산 시내를 누비며 서울여행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업무적으로 엄청 바빴다.
가보지도 않은 남대문 자랑부터 남산이 백두산만큼 높다느니 청와대에 갔는데 자신을 알아보고 대통령비서가 나왔다는 둥 동대문은 동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짓말은 고사하고
3일 동안 서울 가시나가 여관 앞에서 자기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통에 한쪽 알 빠진 선글라스 내 보이며 여학생들 피해 다니느라 이렇게 한쪽 알이 빠졌다나 뭐라나? 이런 식의 완전 뻥으로 부산사람들 놀래게 하고 다녔다.
그러나 모두 김도곤이 앞에서는 응 그렇구나 그랬을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김도곤의 말을 믿은 사람은 없었다.
김도곤은 부산시내 아는 사람들마다 일부러 찾아다니며 똑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귀찮아 진 타 학교 친구들 모두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김도곤은 하는 수없이 충무동의 국제시장과 유명한 자갈치시장 생선 아주머니들 찾아다니며 생선 사는 척하면서 서울 생선은 눈이 요게 달렸는데 부산고기는 여기 달렸다는 식으로 다시 열을 올리고 다녔다.
그러나 김도곤의 뻥에 아무도 김도곤을 나무라거나 면박 주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면 생선 아줌마들은 한 마리라도 더 팔 욕심에 김도곤이 생선 사주기를 은근 기대하면서 맞장구쳐 주었기 때문이다.
김도곤 만약 동남아라도 갔다 왔으면 우리나라 사람들 전부 그를 피해 다니느라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내 친구라서 그런지 몰라도 김도곤이 얄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너스레가 재미있었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참 미남이었습니다.
영화 배우 신성일 보다 아주 쬐꼼 더 잘생긴 외모에 목소리는 장폴베르몽테 보다 더 낮은 저음이었는데 성질도 참 좋았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선생님은 생물수업을 담당했는데 흰 가운을 입고 생물실에서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 꼭 의사 같은 느낌의 중년 보통남자였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의 성적이 나쁘거나 사고를 치면 교탁에 팔꿈치를 고이고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엄지와 중지로 두 눈을 지긋이 누르고 계십니다.
그럴 땐 모두 긴장했습니다.
선생님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징조였으니까요.
그러던 선생님이 두 눈을 누르고 있던 엄지와 중지를 턱 밑으로 지긋이 당기면 선생님의 두 눈은 사팔뜨기가 되어 우리들을 웃겼습니다.
그래서 붙여 진 별명이 삼파리였습니다.
왜 사파리로 별명을 짓지 않았냐 면 존경하는 선생님을 차마 사팔뜨기의 준말인 사파리라 칭할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잘 생기신 선생님의 멀쩡한 두 눈을 병신으로 만들 수도 없었고요.
선생님이 오늘처럼 기분이 안 좋아 교탁에 두 팔꿈치를 대고 엄지와 중지로 두 눈을 누르고 계시면 항상 어디든 장소 분위기 상대의 기분 따위는 완전 뭉개고 끼어드는 김도곤이 역시 오늘도 또 나섰습니다.
- 쎄엔님예
-
_ 쎼엔님
-
- 어디 많이 아푸신 가베예
- 그래 많이 아프다
- 그라문 지 퍼덕 약사갑고 오까예?
- 아니다 김도곤
- 어언지예 쎼엔님이 아픈거 다 이유압니더
- 그래 자네들 때문에 내 마음이 몹시 아프다
그럴 때 우리는 선생님 앞에 모두 고개를 숙입니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전교 1위 반인 우리 반이 삼사위로 내려 앉으면 선생님은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선생님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고 공부를 게을리하는 우리들 때문에 속 상하시는 겁니다.
김도곤은 어떻게 해서든 선생님의 기분을 풀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쎄엔님요
- ?
- 지난번에 서울 졸업여행 갔을 때예
- 그래서?
- 그때 쎄엔님은 서울하고 부산하고 오데가 틀린다고 생각했심니꺼?
- 그야 여러가지 지
- 구체적으로 말하몬예?
- 음 우선 도시의 규격도 틀리고 말씨도 틀리고
- 그기 아이고 예 쎼엔님은 우짤라꼬 수박 겉만 할심니꺼?
- ?
- 속을 디다봐야 부산하고 서울하고 틀리는 걸 학씰히 알 수 있능기라예
- 그럼 자넨 어디가 그리 틀리던가?
- 예 단디 들으이소이 서울하고 부산하고는 똑 두가지가 틀립디더
- 어떻게?
- 먼저 예 똥푸는기 틀립디더
- 똥 푸는 게?
- 예에 아침에 여관에서 자고 있는데예 똥푸는 사람이 지나가능기라예
- 그래서
- 부산에서는 똥 풀 때 똥푸이서 똥푸이소 이라 안캅니꺼?
- 그렇지
-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야박해서 그란지는 몰라도 예
- ?
- 똥자는 빼뿌리고예 퍼어 퍼어억 일캅디더 지는 그기 처음에는 무신 소린지 몰랐능기라예
그래서 쪼차 나가봤더마는 똥지게 지고 가는 사람입디더
- !
_ 퍼어 퍼어억 하고 쫄랑시럽게 가는데 우찌 우습던지 지가 참말로 똥싸삐릴 뻔 했심니더
- 허허허허 또 한가지는?
- 뻔데기 파는 기 틀립디더
- 어떻게?
- 서울내기 다마내기라는 말이 딱 맞십디더
- 음
- 뻔데기 파는데 우리 부산 사람들은 뻔데기 사이소 뻔데기 왔심니더 글칸다 아입니꺼
- 그렇지 서울 사람들은?
- 뻔 뻐언 뻐어언 글캅디더 서울 사람들이 깍쟁이라는말이 우찌 그리 딱 맞는지 모르겠십디더
말 맺마디 더하몬 될낀데 말도 데기 애낍디더
우리들 학창시절엔 위생차가 골목마다 들어 올 수 없어 똥을 그렇게 펐습니다.
아침마다 골목마다 똥 지게를 어깨에 매고 그렇게 외치며 똥을 펐는데 그때 그 냄새 정말 고약했었죠.
또 40대쯤 되는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번데기 파는 것도 조그만 손수레에 양은 작은 솥 걸어 놓고 그렇게 소리치며 팔았습니다.
아날로그 시대 때 김도곤의 이야기에 담임 선생님은 그만 웃고 맙니다.
우리도 선생님을 따라 웃었었고요.
그리고 우리는 담임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김도곤이만 빼고 말입니다.
헐~
김도곤
너 공부 안하고도 우리 담임선생님 마음 풀어 드렸구나
네가 우리 반에서 제일 낫다
멋진 녀석
첫댓글 지난날의 60년대를 다시 제조명해보는 아침이었슴니다.
역시김도곤은 미련한것같으면서도 제치꾼이었군요.
저자의 말씀처럼 아나로그 시대 학생들의 제미있었던 학교시절 잘보았슴니다.
오늘은 우리 큰 손자 졸업식에 참석하고 하루종일 부역드느라 답글 늦었습니다
유치원 졸업했거든요.....ㅎㅎㅎㅎ 고운밤 되십시오
서울자랑을 너무 심하게 했군요. 그러나 그시대에는 보통 자랑은 많이 했던시절이었슴니다.
시발택시 타고 차창밖으로 긴목 늘어빼고 아는사람보면 손흔들어 자신을 뽑내고 했던 시절이었지요.
세상 많이 변했지요 그래서 지금은 디지탈시대인가요~~ㅎㅎㅎ
유머섞인 책 잘보았슴니다.
원래 촌놈 서울 구경하면 ...왜 노래도 있었죠?..서울구경..서영춘 씨가 불렀던 코믹송^
그런데 시발택시 기억하시는것 보니 또 이슬님의 세대가 아리송해집니다....^.*
진짜 그랬습니다...길건너에 있는데도 창밖으로 목을 쭈욱 뽑고 이ㅆ^ㅡㄹ아~ 이렇게 목청껏 불렀죠......ㅎㅎㅎㅎㅎ......저보다 좀 후배 되면 구엽다는 표현쓰고 싶은 이슬김 님의 표현 즐감했습니다.
읽어도 어느회를 봐도 볼때마다 코믹한 연제글에서 김돈의 틔는 모습이 한쪽나사가 빠진듯하면서도
주인공 이 제치있는 모습 본받을만합니다.
고맙습니다.
초혼 님 김도곤 칭찬해 주시니 저도 덩달아 어깨 들쓱여 지네요.
좋은 밤되십시오
학창시절 수학여행 가슴설례이고 즐거웠던시절 그때만해도 서울한번씩 다녀오면 요즘 세계일주나한것처럼
자랑거리가 많았던 시절이었슴니다. 실감나는글 잘보았슴니다.
엄청 까불고 다녔죠.
그 당시엔 여행이란 하 나의 사치품이나 특권층만하는 그런 것 쯤으로 알던 시대였으니까요
김도곤 학생을 앞세운 코믹스토리 항상 웃음을 주시는 작품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도 만인의작가 좋은책많이 내시여 베스트쎌러 되시길 기원 하겠슴니다.
너무 과분한 말씀해 주셔서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고맙고 도 고맙습니다
김도곤학생 오늘도 사고친줄 알았더니 선생님의 저하된 컨디션을 조절하기위한 수단
알아 모셔야 하겠슴니다.
전교에서 1~2 등 가는학급이라면 불루보트님위 위시한 모든학생들, 천재들만 모였네요.
오늘도 제미있게 구독했슴니다.~~
오늘도 벌써 땅거미 집잡아드네요. 편안한 저녘되세요.
.아~
우리 김도곤...절대 사고만 치는 그런 친구아닙니다. 언제 때가 되면 이야기해 드리겠지만 한번은 김도곤이 서면에 있는 한 학교 깡패들에게 얻어 맞고 온 친구 복수하느라 일주일 그 학교 정문지킨 사건 신문에도 났습니다. 결국 그 깡패 무릎꿇고 맞은 김도곤의 친구에게 죽통 사죄하고 끝낸 이야기도 있습니다.정말 의리파였죠.
그리고 우리 학급만 수재들 모인건 아니구요 전부 평준화했는데 우리반이 항상 일등이었습니다. 김도곤이 우리반에 들어 올수 있었던 것도 평준화 적용아니었으면 ......?
그런일도 있었네요 그쯤되면 너무 유명했겠슴니다.
제미있게 읽었슴니다.
김도곤....과묵하지만 별종이었던 건 확실합니다..지금 다시 생각해도.........
좋은 하루 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