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행] 영광굴비와 삼백의 고장에서 친환경 천일염 탄생 현장을 보다
아주 깊이 아파 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이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한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 벌판에 낭자한 물의 흰 피들
저것은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 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
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실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 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 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장석주 시인의 詩 '소금'

영광의 한 염전에서 만난 오줌싸개의 추억^^
키를 둘러쓴 소년 조형물을 보니...
입가에 웃음이 소금기처럼 묻어난다 ㅋ

영광...하면 연상되는 브랜드인 영광굴비의 명성은
바로 천혜의 자연 풍광을 이용한 질 좋은 천일염 때문이다.
단맛이 나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과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의 '굴비(屈非)의 정신(?)'과의 조화^^

영광을 예전에는
쌀과 소금, 목화가 많이 나 삼백의 고장으로 불렀다.
서해 바람과 햇볕, 그리고 눈빛 시린 천일염.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바로 영광의 명성을 이어왔을 것이다...

한 종편 방송의 '미각 스캔들'에서
서해안 일부 염전 비위생적 생산을 고발했었는데...
내가 여행 중에 둘러본 영광의 한 염전은 달랐다.

신체 유지 필수요소 소금, 알고 먹자!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6%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 천일염,
전국 생산량(약 32만t)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영광 소금.
영광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의 염전은 반경 4㎞ 안에 농지나 오염원을 없애고
2007년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함수창고의 지붕을 채광이 좋고
부스러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자재로 바꿨다고 한다.
함수창고에는 중금속 여과기를 설치해
함수(鹹水.소금으로 만들어지기 직전의 소금물)에서
철 등 금속성분을 걸러낼 수 있게 했다.

현대화된 염전 시설들...
소금꽃 사이로 걷는다.
아무리 중요해도 과하면 독(毒)!
소금처럼......

염전에 조성된 체험장과 실증단지에서 다양하게 조성된 염판들을 견학하며
소금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함으로서 갯벌 천일염의 우수성을 느끼는 현장...

염전 바닥의 장판을 걷어내고 도자기판, 옹기판을 깔았다.
별도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진 펄 위에 올려두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갯벌은 살리면서 작업과정을 수월하게 해주는 시설로,
토판염과 장판염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이 염전은 자체 종합처리공장도 갖추고 있었다.
염전에서 거둬들인 천일염을 세정·탈수·건조·분쇄·선별·포장 등
12단계 공정을 거치게 해 각종 미세 부유물과 금속성분 등을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저 소금꽃은 햇볕과 바람,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내려 온
우리 조상들의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

이렇게 위생적, 친환경적인 '갯벌 천일염' 생산하여 국제 인증 받고
한류 마케팅 활용, 외국으로 수출하여 고소득을 창출하고
염전 종사자들의 생산 의욕도 고취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소금꽃이 피어도 기다려야 한다
소금창고에서 3년을 묵혀야...
영광 법성포, 설도항에서 조기와
새우, 황석어, 까나리 등 젓갈과 조우할 수 있다.
간수는 소금에서 나오는 쓴 맛이 나는 액체이다...
간수를 빼기 위해 3년을 기다리는 소금창고.
인간도 스금창고가 필요하다...^^

내 청춘이 지나가네
말라붙은 물고기랑 염전 가득 쏟아지는 햇살들
그렁그렁 바람을 타고 마음의 소금 사막을 지나
당나귀 안장 위에 한 짐 가득 연애편지만을 싣고
내 청춘이 지나가네, 손 흔들면 닿을 듯한
애틋한 기억들을 옛 마을처럼 스쳐 지나며
아무렇게니 흙먼지를 일으키는 부주의한 발굽처럼
무너진 토담에 히히힝 짧은 울음만을 던져둔 채
내 청춘이 지나가네, 하늘엔
바람이 펄럭이며 빛나는 빨래들
하얗게 빛바랜 마음들이 처음처럼 가득한데
세월의 작은 도랑을 건너 첨벙첨벙
철 지난 마른 풀들과 함게 철없이
내 청춘은 지나가네, 다시 한 번 부르면
뒤돌아볼 듯 뒤돌아볼 듯 기우뚱거리며
저 멀리,
내 청춘이 가고 있네
내 청춘이 지나가네 / 박정대

소금의 종류...대량천일염, 호수염, 암염, 갯벌천일염.
세계 소금 생산량 2억 1천만 톤 중
98%가 염화나트륨 99%인
먹는 식품이 아닌 광물 수준의 소금...-.-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을 보유한 우리나라 실상?
염화나트륨 80%, 몸에 좋은 영양소 미네랄 20%를 함유한
갯벌 천일염은 세계 소금생산량의 0.3%이고
우리나라가 주 생산국.
그런데,
연간 대한민국 식용 소금의 소비량은 1백만 톤이며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고 한다.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이유 알겠지요...-.-

4대강 등 엉뚱한 곳에 국고 낭비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자연이 준 보물 갯벌 천일염을 개발하여,
영광군처럼 생산환경 개선을 통해 자연 친화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면서
명성을 유지하여...
소금 수입량을 줄이고, 명품 소금 수출길 개척하고,
몸에도 좋은
신토불이 신화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내 몸이 소금을 필요로 하니, 날마다 소금에 절어가며
먹장 매연煤煙 세월 썩는 육체를 안고 가는 여행 힘에 겹네
썩어서 부식토가 되는 나뭇잎이 자연을 이롭게 한다면
한줌 낙엽의 사유라도 길바닥에 떨구면 따뜻하리라
그러나 찌든 엽록의 세상 너덜토록
풍화시킨 쉰 살밖에 없어
후줄근한 퇴근길의 오늘 새삼 춥구나
저기, 사람이 있네, 염전에는 등만 보이고
모습을 볼 수 없는 소금 굽는 사람이 있네
짜디짠 땀방울로 온몸 적시며
저물도록 발틀 딛고 올라도 늘 자기 굴헝에 떨어지므로
꺼지지 않으려고 수차水車를 돌리는 사람, 저 무료한 노동
진종일 빈 허벅만 퍼올린 듯 소금 보이지 않네
하나, 구워진 소금 어느새 썩는 살마다 저며와 뿌옇게
흐린 눈으로 소금바다 바라보게 하네
그 눈물 다시 쓰린 소금으로 뭉치려고
드넓은 바다로 돌아서게 하네
소금바다로 가다/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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