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호칭
우리말에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는 상당히 많다.
유교적 효사상을 강조하여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심청전에서는 심학규가 과거시험 이후 실명하여 심‘봉사’로 불리고, 성경에서는 ‘소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밖에 ‘장님’, ‘맹인’, ‘시각장애인’ 등의 호칭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공식적이고 정중한 표현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리고 ‘맹인’은 정중하지도 그렇다고 멸시하는 뜻도 아닌 보통의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장님’은 원래 지팡이에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으나 요즘은 무시나 경멸과 같은 좋지 않은 어감을 지닌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장님은 맹인의 명칭으로, 이능화는 今娥時俗盲之詞 曰判數 亦曰杖林
蓋意味基杖行而賣卜者也(조선도교사 , 제22장, 맹인매복업)라 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점친다는 뜻의 장님이라고 하였다. 조선 중기 이후 맹인들은 맹청을 설립 하고 단체 활동을 했다. 이 맹청에서 맹인들 사이에 여러 가지 명칭이 사용되었다.
그 중형으로 보기에는 연령이 높고, 아저씨로 보기에는 연령이 낮은 손위 맹인을 '긴 장(長)'에 높임말인 '님' 을 써서 '장님'이라 불렀다 한다. 따라서 장님은 맹청 내에서 존칭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놀림말, 저주하는 말 또는 무당의 장님 타령으로 인해 경멸하는 호칭으로 전칭되었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 후기 또는 40~50년 전만해도 서울 경기 지방에서 맹인이 지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놀다가 모여들어 맹인을 보고 '장님, 장님' 하면서 놀렸으므로, 장님이란 명칭은 오랫동안 놀림말로 인식되었다.
장님과 관계된 부정적 영향을 주는 말로는 '장님 보면 재수없다'는 것이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조선시대에는 맹인들이 명과학(命課學)을 전담하면서 합법적으로 점복과 독경을
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무당은 교육을 받지 않고 푸닥거리로 생업을 유지 해왔는데 치병과 지성을 드리는 것이 맹인 점복업자와 그 기능이 같아 항상 경쟁 관계에 있었다. 나라에서 무당들의 영업 행위를 억제했기 때문에 무당들은 성내에 살지 못하고 성밖에 나가 살았다. 무당들은 정월 초가 되면 서울 성내로 들어와 새해 신수를 보고, 고사를 지내도록 하기 위하여 아는 집을 찾아가는데, 그때 맹인이 그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맹인에게 경이 이미 넘어갔으므로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을 알고, '장님 보면 재수없다'고 하며 땅에 사금팔이로 금을 긋고 침을 탁 뱉곤 했다고 한다.
'장님 보면 재수없다'는 말이 퍼져나가 사람들이 맹인을 보면 재수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고, 특히 '아침에 장님을 보면 재수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자)'이란 명칭은 1970년대 초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명칭이 일본에서는 '시각장해(視覺障害)'로 대만에서는 '시각장애(視覺障?)'로 각각 사용되고 있다. 이 시각장애란 명칭은 한자권의 나라에서 사용되던 명칭이 아니라 영어의 'the visually handicapped'를 번역한 것이다.
영어에서는 시각장애가 세 가지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즉 시각불능(visual disability), 시각손상(visual impairment), 시각장애(visual handicap)이다.
시각불능이란 볼 수 없다는 의미가 강조되고, 시각손상이란 눈이 해부학적으로 손상되었다는 점에 강조점을 두고 있으며, 시각장애는 시각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묵자(墨字)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 학생이 묵자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묵자로
공부한다면 시각적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점자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시각장애 학생은 시각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시각불능과 시각손상
은 시각장애인에게 상존하는 문제이지만 시각적 어려움은 조건에 따라서 어려움이 될 수 있고 어려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회적인 장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어권의 나라에서는 'handicap'이란 용어 대신 'impairment'나 'disability'란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세 가지를 분류하지 않고 시각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시각장애인에는 저시력인(과거에는 약시자)과 맹인이 포함된다. 저시력이란 '영어의 low vision'을 말하고, 약시란 'partially sighted'를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력을 강함과 약함으로 나누는 일본식 표현인 '약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시력'으로 부르는 학자와 '저시'라고 부르는 학자 사이에서의 명칭에 대한 갈등도 있다.
첫댓글 ㅋㅋ 아이디가 또 바뀌셨네요! ㅎㅎ
김홍엽샘의 무한 지식 창고..ㅋ 이 메뉴 명칭을 바꿔야겠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