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교수은유의시학강좌 은유의 시학 41 - 몸 은유 몸 언어 몸 시 (10), 최근의 몸시 읽기
7. 최근의 몸 시 읽기 1) 몸 은유 몸 시의 어제와 오늘 “체험주의 철학의 핵심은 인간의 몸이다” 참으로 놀라운 선언이다. 체험주의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이성이니 가치니 본질이니 철학이니 하는 언어들이 몸과 무관한 신비로운 정 신이나 영혼의 소산으로 아는데 사실은 인간의 경 험적 소산이며 그 경험이란 바로 감각을 지닌 인 간의 몸, 바로 신체와의 접촉에서 느낀 이미지가 은유 과정을 거쳐 언어가 되고 그런 언어들을 계 속 은유적으로 투사하여 추상적인 언어 바로 철학 적인 언어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이 론들은 ‘은유’가 단순히 언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하 는 언어적 기술의 일종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체험주의에서 은유는 단순히 언어적 기술의 문제 가 아니라 몸 은유가 모든 언어의 출발이고 우리 의 사고와 행위를 지배하는 매우 광범위한 인지 작용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몸 은유의 원리를 일찍이 터득하고 이를 구체적인 언어 행위로 활용한 것이 바로 시다. 따 라서 필자가 은유의 시학을 정리하면서 주목하게 된 것이 이번 열 번에 걸쳐 강의 해온 몸 은유 몸 언어 몸 시가 된다. 몸 은유 몸 시가 시도된 것은 고전 시가부터다. 가장 오래전부터 활용한 의인법 활유법 의물법 등을 고전 수사법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이들이야말로 몸과 사물이 하나라는 일원 론의 관점에서 사물을 노래한 몸 은유 몸 시의 모 습이다. 다음은 이미지금이나 이미지 시론 중에서 특히 감각기관 이미지나 신체기관이미지들은 몸 은유 몸 시의 전형적인 형태가 되겠고, 최근 페미 니즘 시인들이 시도하는 여성 몸 시도 비록 페미 니즘이라는 이념적 목적의식은 있지만 몸 은유 몸 시의 한 형식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최근 몸 철학이나 체험주의 철학을 이해 했거나 적어도 몸과 마음 또는 정신과 물질 등으 로 세계를 분리하고 차별하는 이성중심주의를 거 부하고 나와 타자를 융합하고 화해하려는 일원론 적 또는 유기적 관점에서 몸의 문제를 시의 주제 로 삼는 최근 몸 은유 몸 시의 시 작품들을 마지막 으로 살펴볼 것이다.
2) 정진규의 모두가 유기체로서 몸 시
최근 몸 시로 주목받는 시인으로는 김지하 정진규 김기택 채호기 등이 있는데 그중에 정진규는 1994년 연작 시집 「몸시」를 발표하여 더욱 관심 을 끌었다. 그는 정신과 육체, 시간과 영원이 합일 된 세계가 몸이며, 이런 몸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시라는 입장이다. 몸에 대하여 이경철 은 온몸의 시학, 우주적 서정」에서 나의 안과 밖, 마음과 신체라는 심신, 정신과 물질이 만나는 곳 이 몸이다. 나와 우주가 만나는 곳이 몸이다. 사물 의 안과 밖이 만나는 곳이 몸이다. 현실과 꿈이 만 나는 곳이 몸이다. 몸이란 구체적 실체라고 하였 다. 몸은 안과 밖이 만나는 구체적 공간이며 나와 세 계가 소통하는 접점이라는 데서 역시 체험주의 입 장에 다가서고 있는데 정진규 시인에게 '몸'은 그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몸은 세계 자체이며,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이 말은 곧 세계나 존재가 곧 유 기체, 생명으로서의 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 는 생태주의적 발상에 가까운 것이며 사람과 자연 만물은 우주의 일원으로 한 생명체이며 그 질서에 따라 생장한다는 나와 너, 마음과 물질의 2분법이 지배하는 기계론적 세계관 이전의 물활론적 애니미즘 세계일 수도 있다. 중략- 울음 살결, 소리 살결 슬픔의 소리테가 소리 없이 둥글게 돈다 많이 느려졌다 여름내 징 한 채로 울 고 울던, 울음으로 닳아진 살결 그래도 가을 살결 엔 햇살 꼬리가 남아 돈다 세상에, 슬픔도 끝자락 에선 빛으로 머무는 걸 본다 쉽게 놓지 않는다 둥 글다 닳아진 징바닥 하나로 둥글게 남은 네 가슴 아무래도 많이 얇다 얇아서 깊이가 보이기 시작한 다 좀 춥다 허리 꺾인 연꽃 줄기들 늦도록 방죽을 떠나지 못한다 -정진규 <율려집38 늦가을〉
3) 채호기의 반영상 이미지로서 몸 시
정진규와 달리 채호기 시인은 오늘의 문명이 황홀 한 영상 이미지들을 앞세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데도 속수무책인 현실 앞에서 인간의 무력한 상실 감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시인이 할 수 있는 길은 시적 수사나 기교가 아니라 순수한 알몸의 교감으 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중략- 이 시는 우선 억눌린 몸의 비명에서 인간 존재의 실상을 실토한다. 왜 비명인가 오늘날 영상 시대 의 가장 큰 피해자는 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몸 은 진리나 이성이 아닌 천하고 죄 된 육신으로 천 대받았고 오늘날은 이미지와 광고의 홍수에서 상 품으로 포르노로 악용되고 있기에 몸의 진가는 왜 곡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참 사랑은 수사나 논리가 아니다. 사랑은 그대 몸의 손길만 다아도 울음이 그치고 그대 손바닥이 내 몸에 닿으면 잠들 수 있다. 그뿐인가 내가 그대에 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순진무구한 내 몸뚱 아리다. 최고의 사랑도 최고의 가치도 그것은 물 질이나 문명이나 언어가 아니라 바로 몸이라는 말 이다. 따라서 몸은 하찮은 것 같지만 가장 진실한 것이 된다.
4) 홍문표의 에덴의 시학으로서 몸 시 홍문표의 시는 원죄 이후 이성과 물질과 욕망의 악순환 속에 상실된 실낙원의 인간 현실에서 복락 원의 길을 묻는 작업이다. 왜 인간은 에덴에서 추 방되었나. 그것은 이성을 상징하는 선악과를 먹었 기 때문이다. 선악과 이전의 에덴은 신과 인간과 자연의 구별이 없고 대결이 없고 분열이 없는 하 나이 세계였다. 문제는 선악과란 이성중심주의가 중심이 되면서 신과 인간 자연이 분열되고 남녀가 분열되고 마음과 몸이 분열되고 이원화하여 대결 하는 죽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시의 길 구원의 길 에덴으로 가는 길은 너와 나, 주체와 타자, 인간과 신과 자연의 분열을 넘어 모두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홍문표 시는 인간과 자 연만 한 몸이 아니라 인간 자연 그리고 영적인 하 나님 즉 신과도 한 몸의 몸 시가 된다. 늘 푸른 강물이듯이 나는 당신의 목덜미를 잡고 당신은 내 외로움의 등줄기를 잡고 할딱거리는 대낮의 정사처럼 엉클어지는 운명이게 하소서 바다는 강물의 발목을 잡고 강물은 청산의 겨드랑을 잡고 청산은 하늘의 목줄을 잡고 해적선 노예들의 족쇄처럼 화인 맞은 엉덩이의 문신처럼 나는 당신의 폭력이 되고 당신은 나의 눈물이 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훠이훠이 날아가는 서역 구만리 -홍문표 〈늘 푸른 강물이듯이.22>에서
시를 왜 쓰는가, 시의 목표는 무엇인가, 과학처럼 이성처럼 구별하고 차별하고 서열화하는 것인가. 아니다. 분열에서 통합으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외로움에서 어우러짐으로, 그래서 주체와 타자 너 와 나의 경계를 넘어 마침내 함께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내가 일찍이 그 진리를 알아차린 것이 내 몸이고 내 시학이다. 몸은 각 기관이 나누어져 각 각 그 역할이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유기적으로 얼크러져 하나를 이룬다. 강물과 대지와 하늘이 엉클어지듯이 나는 당신의 목덜미를 잡고 당신은 내 외로움의 등줄기를 잡고 정사처럼 엉클어지는것이다. 바다는 강물의 발목을 잡고 강물은 청산 의 겨드랑을 잡고 청산은 하늘의 목줄을 잡고 엉 클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훠이훠이 서역 구만리를 나르는 것이다. 우리는 몸으로 와서 세상과 만나면서 몸으로 소통 하다가 몸을 세상에 투사하여 이미를 만들고 마음 을 만들고 몸과 마음이 합하여 언어를 만들고 이 론을 만들고 문명을 만들고 철학을 만들어 더욱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몸과 마 음은 하나다. 그런데도 몸과 마음이 별개라는 정신 우월주의를 끝내 고집하는 한 세상은 그 이분법의 악순환에서 분열과 차별과 증오와 투쟁과 살육이라는 원죄의 굴레를 벗지 못할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인 세 계 아니 마음도 몸에서 출발한 은유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에덴동산을 회복하는 복락원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바로 몸 은유 몸 언 어 몸 시의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