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를 원래부터 좋아했나요?
음악보다 요리를 더 먼저 좋아했어요.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는 꿈은 정말 오랫동안 간직했던 바램이었죠. 이탈리아 유학이 끝나갈 무렵 귀국을 할 것인지, 토리노에 있는 유명 요리학교에 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할 정도였죠.
이탈리아의 음악과 요리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이탈리아가 요리 천국이잖아요? 이탈리아의 요리가 기교적인 요리가 아니라 좋은 재료로 인공적이지 않은 점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발성도 그렇잖아요. 가장 편안한 소리를 갖다 놓는 것이 그렇죠. 요리와 음악과 문화가 굉장히 연관성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탈리아 요리를 접하고 먹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됐죠.”
유학하면서 요리를 많이 먹으러 다니셨나요?
10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정말 많이 먹고 다녔죠. 공연 때문에 19개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요리를 먹었는데, 음식을 먹으면 그림이 그려져요. 자연적인 재료인지 아닌 지 를 구별할 수가 있죠.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죠. 오감을 통해서 내추럴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은 미니멀리즘. 내추럴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조리가 쉽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니까 자연스러운 맛 자체로 좋은 거죠.
이탈리아에서는 90%의 재료가 싱싱합니다. 저의 식당에서도 제가 하남에 사는데, 근처에 대규모 수산물복합단지가 있어 항상 싱싱한 해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통영에서 해산물이 올라오면 하남에 가장 먼저 배송되는데, 항상 싱싱한 해물을 구할 수 있어 매일 아침마다 장보러 갑니다.
매일 직접 장보러 가시나요?
그건 모든 셰프의 기본이죠. 가격도 착하고 신선해서 좋은 재료를 쓸 수가 있습니다. 허브는 가락시장에서 구하고요. 겨울철이면 허브가 원가의 20배가 뛰지만 정말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제가 먹고 싶어서 시작했기 때문에 재료만큼은 절대 포기 안합니다. 제가 하는 요리는 크리에이트(create)가 아니고 제가 10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요리를 재연하는 거예요. 가정식 요리를. 양도 많이 주고 가격도 착한 편이고요.
유학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었나요?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 요리는 제가 하고, 한식은 와이프가 했지요.
행복한 '삶 위한 예술' 로 개업 ,‘Art for Life’
- 오랜 꿈이던 레스토랑을 직접 열게 되셧네요.
네, 가게 '오스테리아308' 오픈한 날이 2015년 11월 18일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Der Fliegende Holländer> 2015.11.18-11.22 국립오페라단)의 첫 공연 하는 날과 같습니다. 제게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날이고, 개업하게 된 직접적인 모티프(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한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국립오페라단과 오페라계에 바라는 점을 꼽는다면
아주 간단하게 비교하자면, 이태리의 라 스칼라극장에서 성악가가 5년 근무했다면, 그는 경력이 인정됩니다. 경력있는 성악가가 A팀, 그 뒤로 신생팀이 B팀으로 잡아주고, 이런 걸 오픈스튜디오라고 하죠. 그렇게 해서 무대에서 배우고, 선배들에게 배우고, 그렇게 돌아가야 공생하게 되죠, 서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지요.
그리고 또, 대한민국 오페라계의 가장 큰 문제는 경력을 인정 안하는 분위기인데, 무대에 서는 성악가의 평균 연령대가 30-40대예요, 50대가 '돈 카를로'의 필립포, '라트라비아타'의 제르몽을 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다 물러나있게 되어 50대 성악가가 없다는 겁니다.
오페라는 젊은이들의 축제가 아니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가 불러 제끼는 노래가 아닙니다. 성악가 강병운 선생님이 이제 나이가 드셔서 가사도 틀리시고 하시지만 그 자체가 '필립'(오페라 <돈 카를로>의 주인공)이예요.
"노인의 덜덜 떨리는 노래, 그게 진짜(오페라)죠."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오페라라는 거죠. 노인의 덜덜 떨리는 노래, 그게 진짜죠. 그것을 20대 합창단이 나와서 쌩쌩 음정 맞추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탈리아 극장에서는 엄마 역에는 다 할머니(성악가)가 나옵니다.
- 요리하며 노래하며 일상이 바쁘시겠습니다
생각을 바꿨어요. 저의 멘토이신, 이전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오보이스트 성필관 선생님이 저랑 똑같은 마음으로 기관을 나와서 식당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이 자신은 평생을 ‘라이프 포 아트 Life for Art’로 살았는데, 문득 뒤집어보니 ‘아트 포 라이프 Art for Life' 가 되더라. 갑자기 활력이 생기고,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이 이 가게의 멘토예요. 그냥 내려놓으니까 편안합니다. 삶의 일부니까.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죠. 매일매일.
- 무대에 설 때 가게는?
저희는 “노래하는 요리사”를 표방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연주하는 날은 문을 닫습니다. 예약제로 운영하니까 팬들이 ‘오늘은 밥 먹으로 안가고 연주회 가겠습니다.’ 라고 하죠.
- 가게 문 열고 40일 됐는데, 한 달 손익분기는?
생각보다 너무 훌륭해요. 깜짝 놀랐어요.
최소의 규모로 편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테이블이 4개인데,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규최대인거죠. 음악하고 요리하고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작은 하우스콘서트도 몇 번 했는데, 향후 자연스럽게 부담되지 않고 서로서로 즐거울 수 있는 자발적 음악회가 꾸려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오스테리아308의 대표적 요리는 뭐가 있나요?
파스타가 가장 잘 나가죠. 그리고, 연어 그라브락스라고 염장한 연어를 허브에 싸서 먹는 거죠.
또 딸리아띠는 등심 스테이크를 잘라서 루꼴라하고 치즈에 싸서 먹는 건데, 맛있죠. 이 두 가지가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기 메뉴 입니다. 스테이크 파스타 하고요.
-이탈리아에서 유학 시절 즐겨 먹던 요리가 있다면?
참치 스타게티죠. 뽀모도로(토마토 페이스트)에 참치캔을 넣어서 만든 요리인데, 만들기도 간단하고 가난한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먹던, ‘유학생 스파게티’로 불리는 거죠. 그리고 이탈리아 참치가 맛있거든요.
- 외국에서 향수병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곤 할 때가 있습니다
네, 음식은 추억이고 위로고 그렇죠.
정성스럽게 한 요리가 맛있듯이,
좋은 소리를 가진 가수가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악이 좋은 것과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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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와 음악의 연관 관계라면
음악을 하기 전에 완성품을 그리고 재료를 구해요. 그게 첫 번째죠.
그리고 좋은 재료를 쓰면 좋은 요리가 나온다는 걸 알아요. 본능적으로.
그리고 거기에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똑 같고, 결과물도 같아요.
좋은 소리가 좋은 음악을 해요.
정성스럽게 한 요리가 맛있듯이, 좋은 소리를 가진 가수가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악이 좋은 것과 같지요.
객석에서의 피드백도 음식과 비슷해요.
주방을 오픈해놓았는데, 제가 한 요리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재미있어요. 보면 알아요. (요리가)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그리고 무대에서 유일하게 객석의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성악가이기도 하거든요.
남한강 길을 따라 하남 외곽도로변에 위치한 ‘오스테리아 308’은 햇빛 가득 들어오는 테이블 4개 있는 단촐하고 소박하면서 아늑한 밥집이다. 지나다 문이 닫혀있으면 그 날은 셰프가 연주하러 간 날이다. 음악가들의 생일파티가 자주 열리는 이곳에서는 항상 음악이 흐른다. 2월에는 새로 발매되는 음반에서 주인장인 베이스 전준한과 가수 이광조와 함께 부른 듀엣곡 '엄마'가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임효정 기자 사진 박연우
첫댓글 첫 장 사진 일부러 올려봅니다 .
잘 사용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