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문동 e편한세상아파트 관리동 3층에 자리 잡고 있는 책고래작은도서관 내부 모습. |
신문리 이장이었던 박정희 씨 동분서주 운영계획 등 서류 한 박스 분량 준비 지원금 7000만원 받아 2008년 말 개관 서울대도서관 근무 안인배 씨 관장 위촉 문헌정보학과 출신 최성림 사서 영입 "시에서 작은도서관 지원 더 해야" 책고래작은도서관은 장유 신문동 e편한세상아파트 관리동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한 두명 씩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겨울방학 특강인 북아트 수업을 들으러 오는 어린이들이었다. 백지숙 강사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자녀를 데려다 주기 위해 온 어머니 몇 명은 도서관 한 쪽 책상에서 책을 읽으며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 사이에 또 어머니 몇 명이 더 와서 책상 하나에 둘러앉아 일본어 공부를 했다. 북아트 수업에 이어 진행되는 일본어 회화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책고래도서관이 지역의 단위도서관이며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 | ▲ 책고래작은도서관 개관의 일등공신인 박정희(왼쪽 사진 맨 왼쪽·이하 시계방향) 씨와 최성림 사서, 안인배 관장. |
책고래작은도서관은 2008년 12월 22일 개관했다. 안인배(59) 관장은 2년 2개월째 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서울대도서관에서 8년간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성균관대학 사서교육원을 졸업했습니다. 서울대도서관에는 광복 전의 일본어 자료가 많았는데, 이를 분류할 전문 인력으로 특채돼 일본어 자료 분류 업무를 8년간 했어요.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보니, 작은도서관 일을 하게 됐습니다." 안 관장은 작은도서관에서는 관장보다 사서가 하는 일이 더 많고 중요하다며 최성림(38) 사서를 특별히 소개했다. 그는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전문가이다. 두 사람은 "책고래작은도서관은 관장도 사서도 모두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관장과 최 사서는 그러면서 "사실 소개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도서관 개설 당시 신문리 이장이었던 박정희 통장이었다. 그는 도서관 개관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최 사서의 전화 한 통에 박 통장이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개관 준비 때나 지금이나 박 통장에게 도서관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2007년 3월 아파트에 입주했습니다. 인근 푸르지오 1차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생기는 걸 봤는데 부러웠어요." 당시 e편한세상은 막 입주를 시작했던 참이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생기기도 전이었다고 한다. 박 통장은 e편한세상 본사로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전화도 하고, 당시에 활동을 하고 있던 김해의 작은도서관들과 학교도서관도 찾아다녔다. 또 부산 화명동의 맨발동무도서관과 감천2동의 산동네공부방 등 작은도서관이 잘 되고 있다는 곳은 거의 다 찾아다녔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박 통장이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파트 부근에 작은도서관이 없었어요. 혹시 다른 곳에 먼저 작은도서관이 생길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작은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운영 계획, 이런 저런 준비 서류를 라면 상자로 한 상자 분량이나 준비했죠." 박 씨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도서관 지원 설립 프로그램 응모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공고가 난 뒤 접수를 하면 혹시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떨어질까봐 초조했죠. 당시 김해시, 장유면사무소의 공무원들이 저 때문에 많이 피곤했을 겁니다. 틈나는 대로 찾아가서 '미리 공고를 알 수 없겠느냐, 공고일자가 나면 즉시 알려 달라, 다른 작은도서관 심사 서류를 참고로 보여달라'며 계속 찾아다녔으니까요."
| | | ▲ 오른쪽 사진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 모습. |
그러는 동안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사무실 공간을 작은도서관에 양보했다. 박 통장은 그 일에 대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책고래작은도서관은 마침내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도서관 지원 프로그램 공모에 당선됐다. 그 덕분에 7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도서관을 세울 수 있었다. 박 통장은 관장을 맡지 않았다. 도서관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관장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박 통장의 마음에 자리 잡은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만들기만 하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다른 지역에 내주는 것이 옳다, 우리 동네에 꼭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확인이었다. 박 통장은 "책고래작은도서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며 웃었다. 박 씨의 말을 들으면서 '김해의 작은도서관 탐방' 시리즈가 끝났을 때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화에 대한 주제로 박 씨를 한 번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관장은 작은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 시의 지원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에서는 사서의 인건비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관장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김해의 작은도서관 중 많은 곳이 일 년에 한 번씩 관장이 교체되는 실정이다. 힘들기 때문이다. 관장이 이렇게 자주 바뀌면 도서관 운영 역시 힘들다. 관장의 활동비 정도는 지원이 돼야 도서관의 기본 역할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