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58코스(여수구간)-2
이천마을 뒤편에는 비교적 널따란 밭이 있는데, 이곳 밭에서도 옥수수가 푸르게 자라고 있다.
마을 뒤편 언덕에서 바다와 섬, 곡선을 이룬 해안과 마을을 바라보며 한동안 넋을 잃는다.
평지보다 높은 곳에서 넓게 펼쳐지는 경관을 바라보는 멋은 그림으로 보자면 부감법이다.
바다와 섬, 해변마을이 어울린 모습은 마을 뒤편 높은 언덕이나 산비탈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남파랑길은 지도상으로는 이천마을 뒤편에서 해변으로 내려서지 않고 고개를 넘어 오천마을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이천해변으로 내려가 863번 지방도로를 따라서 가도록 이정표가 바뀌어 있다.
이천해변으로 내려서니 운두도가 이웃처럼 느껴진다. 운두도에 있는 가옥까지도 확연하게 바라보인다.
이천마을과 운두도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이천마을 앞바다는 주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썰물 때면 갯벌로 변한다.
여자만에 형성된 갯벌은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할 만큼 광활하다. 감도마을 뒤로 고흥 팔영산 여덟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준다.
오천마을로 가는 길에서는 달천도가 북쪽에서 손짓한다. 달천도는 남파랑길 59코스를 걸을 때 지척에서 만날 것이다.
오천마을에 도착하자 해변가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사람들은 물론 길손들의 쉼터역할을 해준다.
더운 날씨라 마을 노인들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천마을 앞을 지나면서부터는 방파제로 막아놓은 해변 시멘트길을 따라서간다.
오천마을 앞바다에는 이름 없는 작은 섬 하나가 육지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밀물 때라서 완전한 섬으로 돌아갔지만 물이 빠지면 작은 무인도 주변은 완전히 갯벌로 바뀐다.
해변길 위쪽 언덕에는 제법 규모가 큰 펜션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 펜션들은 여자만과 화양반도, 고흥반도가 만들어준 멋진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변길을 걷는데 바로 아래에서 바닷물이 출렁이고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바다향기를 전해준다.
이 길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여자만을 붉게 물들이며 고흥반도를 넘어가는 낙조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선을 따라 돌고 돌아가는 방파제는 해상데크로 이어진다. 808m에 이르는 데크는 해변과 근접한 바다 위에 놓여 있다.
해상데크 위를 걷고 있는데 바다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남파랑길 59코스로 이어가는 해변이 북쪽으로 바라보이고, 여자도 가는 선착장이 있는 달천도도 더욱 가까워졌다.
드넓게 펼쳐지는 여자만은 한없이 잔잔하고, 여자만 뒤 북쪽 멀리 순천시 별량면의 산줄기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푸른 바다는 파란 하늘을 품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은 산봉우리들과 사랑에 빠졌다.
바다는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거대한 여자만 속에서 또 다른 작은 만(灣)을 이뤘다.
관기방조제가 점점 가까워지고, 방조제 안쪽으로는 넓은 들판이다.
원래는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방조제를 막아 250여ha에 이르는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간척지는 상당한 면적이 논으로 개발되고, 방조제 주변은 조류지로 남았다.
41만㎡ 규모에 이르는 관기방조제 조류지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가사리 쪽에 수만 평의 갈대밭이 만들어졌다.
저수지처럼 보이는 조류지는 장마철 폭우나 홍수 등으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막고 바닷물이
농경지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여수시에서는 관기방조제 조류지를 가사리생태공원로 지정하고
습지에 형성된 갈대밭에 데크형 다리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관기방조제 바깥쪽은 갯벌을 품고 있는 바다로 역시 생명의 보고 역할을 한다.
관기방조제를 건너면 행정구역이 여수시 소라면으로 바뀐다. 남파랑길 58코스가 끝나고 59코스가 시작된다.
(2022. 5. 21)
*여행쪽지
-남파랑길 58코스는 여수시 화양면을 이루고 있는 화양반도 마지막 코스로 리아스식해변과 해변마을이 고즈넉하다. 드넓은 갯벌과 여자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서촌마을→마상저수지→감도마을→소옥마을→이천마을→오천마을→관기방조제(가사리생태공원)
-거리, 소요시간 : 15.6km, 5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서촌마을 버스정류장(전남 여수시 화양면 화서로 731)
-감도마을에 있는 감도식당(010-3392-3166)에서 식사할 수 있다. 주인이 직접 가꾼 채소로 만든 밑반찬이 정갈하고 주메뉴도 맛있다. 바지락손칼국수, 아구찜, 서대무침, 생선구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