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266회는 그 남자의 파라다이스 편이 방송됐다.
해발 900m의 드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깊은 계곡이 흐르는 곳에 자연인 김영호(78/입산 18년) 씨의
보금자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대에 진학하길 희망했던 자연인. 그는 어릴 때부터 취미가
있었다. 바로 그림 그리기이다. 중고등학교때는 학교에서 미술반에서 활동했고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여러번 타오기도 했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다. 서울에 있는 홍대 미대를 가기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들은 완강히 반대했다. 예술가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다고 부모님은 생각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광대가 될려고 그러냐 환쟁이가 돼서 뭐하겠다는 그러냐라며 그를 윽박질렀다.
예술분야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장남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은 부모의 말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사범대학에 진학해 생물선생님이 되었다.
그러나 교사라는 직업이 그에게는 너무 맞지 않았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그가 위엄을
보이며 하루종일 강단에 서서 분필가루 마시며 강의하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도 힘든 과정이었다.
그러나 결혼도 하고 이남 이녀의 아버지가 되자 하는 수 없이 25년이라는 세월을 교단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방학때 낚시하러 다니는 것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누구의 지시도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고 싶었다. 자연인은 젊었을 때부터 자연인의 성향이 풍부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반복된 일상생활에 싫증에 싫증이 거듭된 그는 결국 25년간의 교직생활을 멈추고 말았다.시계바늘
처럼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에 심하게 지치고 만 것이다. 주변에서는 6~7년 더 버티면 교육자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만류했지만 그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연금을 포기하고 일정분의 돈을
받은 뒤 그는 훌훌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 이상 그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그런 결단을 내리게 한 것이다. 그래도 가족들은 그의 결심을 받아 들였다. 그의 앞길을 막지 않은
것이다. 더 늦게 전에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이루고 싶었던 그는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산으로 가
버렸다.
허허벌판이었던 산을 하얀 도화지 삼아 자신이 꿈꿔온 낙원을 그린 자연인.
이글루처럼 생긴 독특한 황토 집을 짓고, 물이 넘쳐나는 지형을 이용해 물레방아와 재미있는
분수들을 만들었다.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손재주 그리고 미술 실력이 제대로 합쳐져 어느 정원
어느 놀이공원보다 더 멋진 테마파크를 이루고 만 것이다.
그는 그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현실화하는 아주 기막힌 재주를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 어느 자연인의 터전보다 멋진 산중 정원을 그는 혼자의 힘으로 이룩해 냈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윤택은 그의 수영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좋아했던
자연인은 땅을 파고 콘크리트와 돌을 쌓아 제대로 된 수영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큰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물놀이 기구도 가져다 비치해 놓았다. 윤택은 오랫만에 수영을
실컷할 수 있었다. 윤택의 놀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인공 낚시터가 있었다. 상당히 큰 규모의 낚시터. 젊었을 때부터
낚시를 좋아한 자연인은 혼자의 힘으로 큰 인공 낚시터를 만들어 그 안에 송어 잉어 등을 키우면서
심심할 때 낚시를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자연인은 낮에 일할 때와 저녁에 만찬을 할 때 옷모양새가 다르다. 옷도 분위기에 맞춰 입어야
음식맛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멋진 옷을 갈아 입은 그는 저녁을 준비한다.자연인은 인공
낚시터에서 낚시로 잡은 송어 두마리로 송어회덮밥을 제공했다. 회뜨는 것도 일품이었다. 윤택은
산중에서 송어회덥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고 엄지척을 했다.
아침이 되자 그의 일과는 산중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어항의 물고기들에게
사료를 주고 닭장에 닭들에게도 먹이를 준다.닭장도 예사롭지 않다. 기존에 있던 나무를 자르지않고
그 상태로 닭장을 만들었다. 닭들이 밤에는 홰에 올라가 자기 때문에 나무가지에 올라가 자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기에도 멋진 닭들은 자연인에게 매일 신선한 달걀을 제공한다.
자연인은 아침 메뉴로 토마토 스크램블을 선택했다. 토마토를 팬에 일단 볶고 그위에 달걀을 풀어
스크램블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영양만점이다.토마토는 위장에도 좋고 각종 영양소를
간직하고 있다. 댤걀으로 단백질도 보충한다.호텔 아침 식사같은 분위기를 준다.
그의 집에는 다래정이라는 쉼터가 있다.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던 다래나무를 그대로 나눈채
아래에 쉼터를 만들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다래나무 아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름도 다래정이라고 명명했다.
음식 만드는 곳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같은 장소에서 매일 같은 음식을 해 먹는 것은 그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음식 만드는 곳도 달라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점심으로는 누룽지 탕수육을 만든다. 집안에 자라는 호두나무에서 나온 호두도 들어간다. 누룽지를
달걀 푼 것에 담그고 호두도 넣어 옷을 입힌뒤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양념소스를 잘 만들어 누룽지
위에 부으면 된다. 이 역시 그가 산중에서 고안해 낸 음식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그가 구상한 것을 이루기 위해 공구도 많이 구비했다. 나이가 들어 이제 공구가 없으면 진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공구로 그가 구상하는 것을 하나 하나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다.그가
구상하고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아름다움을 그는 아주 좋아한다.
자연인은 마음을 비우며 사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제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최대한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 그 이루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상상하는 것은 현실이 되는 산중 낙원이다.
김영호씨의 이야기는 2017년 10월 18일에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