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교우를 모셔오라II-12 모범 선교사례: 서울 자양동 본당
'사랑의 잼'으로 닫힌 마음 사르르 녹여요
- 서울 자양동본당 신자가 냉담 교우에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사랑의 잼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 옆집 분은 그동안 구역ㆍ반장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그냥 끊고, 집을 찾아가도 모른척했대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냉담교우들을 위한 본당의 정성이에요'하고 잼을 내밀었는데… 세상에, 그분이 그렇게 웃는 얼굴을 처음 봤어요."
서울대교구 자양동본당(주임 양진홍 신부) 김 요안나씨는 냉담교우에게 '사랑의 잼'을 전달하던 때를 "어떤 기도를 할 때보다 감동적이고 뭉클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데면데면했던 전과 달리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은 물론이다.본당은 최근 사랑의 잼으로 냉담교우 마음을 활짝 열었다.
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하루를 꼬박 매달려 20㎏ 상자 20박스 분량 사과를 직접 깎고 썰고 절이고 끓여 병에 담은 사과잼 285병이 그 주인공이다.
사랑의 잼은 본당이 냉담교우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한 회두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지난 9월 가까운 곳에 사는 신자를 1~7명씩 나눠 맡고, 이들의 회두를 지향으로 기도를 바쳤다.
10월에는 우편함에 매주 주보를 배달했다.
단원들이 냉담교우를 생각하며 적은 성경말씀이나 양진홍 주임신부가 냉담교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어두기도 했다.
그리고 11월에는 가가호호 방문하며 잼을 전달한 것이다.
'먹어야 정이 든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전에는 대화를 청해도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던 냉담교우들 마음이 달콤한 잼 앞에서 사르르 녹고 만 것이다.
잼만 어색하게 받아들고 들어가 버리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냉담 중인 나를 이리도 챙겨주다니 미안하고 고맙다'며 집을 찾은 단원을 반갑게 집 안으로 맞아들였다.
잼을 건네받은 한 교우는 잼병에 붙인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글자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었고, 어느 교우는 대뜸 "앞으로 우리 친구가 될 것 같다"고 환히 웃었다.
어떤 이는 가족 병수발을 하느라 당장은 짬을 내기 힘들지만 꼭 성당에 나가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자연스레 냉담 이유도 파악하게 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아는 사람이 없어 서먹서먹해서,
이사 온 후로 새 본당에 적응을 못해서 등등….
대화는 대부분 '다시 성당에 가겠다'는 약속으로 끝났다.
사랑의 잼으로 마음을 연 이는 냉담교우뿐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잼을 전달한 단원들 역시 냉담교우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그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냉담 이유를 파악하게 된 단원들은 이사 등으로 처음 본당에 나오는 이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혼자 성당에 나올 용기가 없다며 망설이는 이를 위해 성탄 판공성사 때 동행한 단원도 있다.
사제들은 냉담교우들이 그간 고민을 시간 여유를 갖고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성탄 판공성사를 면담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원들은 그저 '성당에 다시 나오라'고 요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잼'처럼 인간적 모습으로 냉담교우들에게 적극 다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당은 내년 1월에 냉담교우 회두 피정을 열 계획이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25일, 김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