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사(長安寺) - 장안사에서
可貴金朝寺 가귀금조사
금빛으로 찬란했던 귀한 절이
嗚呼半已頹 오호반이퇴
슬픈지고 반은 이미 무너졌네
澗聲空浙瀝 간성공절력
시냇물 소리 가을바람처럼 공적한데
山影謾徘徊 산영만배회
산 그림자는 한가로이 에워쌌네
有佛香燈暗 유불향등암
불전에는 향도 등도 꺼져 있고
無僧堂殿開 무승당전개
스님도 없이 법당은 열려있네
危樓鐘獨遠 위루종독원
멀리 퍼졌을 높은 누각의 외로운 종소리
吟賞轉悠哉 음상전유재
음미해 보노라니 점점 아뜩해지네
朝寺(조사) ; 찬란한 절.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절.
嗚呼(오호) ; 슬퍼 탄식할 때 내는 소리.
浙瀝(절력) ; 가을날 바람소리,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謾(만/면) ; 속일 만, 게으를 만, 넓을 만, 업신여길 만, 한가로울 만. 속일 면, 교활할 면,
有佛香燈暗(유불향등암) ; 佛(불)은 당연히 佛像(불상)으로 풀어야 하고 향등은 향과 燭燈(촉등)으로 풀어야
마땅하다. 자칫 有(유)와 暗(암)을 어떻게 연결할지 망설이는 역자를 만난다. 불상만 있고 촛불도 향도
꺼져있다로 푼다.
徘徊(배회) ; 목적없이 어슬렁 거리며 이지저리 돌아다님. 여기서는 한가로울 만과 겹쳐 산이 스스로의 그림자에
에워싸였음을 묘사하고 있다.
危樓(위루) ; 위태한 누각이라 하니 누각이 높다는 말인데…반이나 쓰러진 절 종각이 높다해야 할까? 위태롭다
해야 할까?
吟賞(음상) ; 음은 음미하다. 상이 붙어 유추하여 음미하다. 소리를 더듬어 음미하다.
悠(유) ; 아득할 유, 멀 유.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 지는 상황이다.
哉(재) ; 비롯할 재, 처음, 재난 등의 뜻이 있고 어조사로도 쓰인다. 悠哉(유재)라 하면 아득함이 심화된 경지를
그려내고 있으니 현대어로 아뜩하다 정도 되겠다.
장안사(長安寺)는 내금강에 있는 사찰로 유정사, 신계사, 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중 하나다. 절경으로 유명한 금강산 장경봉(獐頃峯)아래 있는데 예로부터 명승지로 이름이 높았다. 보우대사가 찾은 때 장안사는 과거에 비해 많이 쇠락했다.
대사가 금조사(金朝寺)라 부른 것은 아침햇살의 금빛이 절간에 서렸던 모양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웅장하지도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대사는 무너져 가는 절과 등불도 향도 없는 불전과 아무도 없는 열린법당을 바라보며
마음속 적막감을 토로한다. 한때 멀리 퍼졌을 종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