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윤이와 범준이 그리고 채희를 만났습니다.
둘레 어르신들에게 드릴 새해 인사 카드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
들뜬 마음 덕분에
1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범준이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손을 흔들자
범준이는 족히 100m는 넘어 보이는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와주었습니다.
시작부터 고마움 한가득입니다.
범준이는 하늘이가 데려다줬습니다.
누나도 같이 가서 놀자는 말에
"누나는 우리랑 차원이 달라."
범준이가 거절했습니다.
오늘은 범준이가 당사자이니
그 뜻에 따라야겠습니다.
(하늘아 미안합니다)
좀 이어 오윤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윤이는 제 친구에요."
범준이는 오윤이가 많이 좋은가봅니다.
제가 손잡고 걷자고 했는데
제 손 대신 오윤이 손 잡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제 손 잡으세요."
오윤이가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제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오윤이의 섬세함이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채희가 등장했습니다.
채희는 색종이부터 색연필, 사인펜, 스티커 등으로 가득찬
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와 채희는 엄청 많이 가져왔네!"
"오윤이랑 범준이가 안 가져올거 같아서 제가 다 챙겼어요."
그렇지 않아도 범준이가 색종이를 깜빡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줄 수 있는 사이,
친구란 이런 것이구나를 아이들에게 또 배워갑니다.
오늘은 새해 인사 카드를 만들거라는 말에
"저 색종이 접기 잘해요!"
"아니에요 제가 더 잘해요"
아이들의 자랑이 이어졌습니다.
"넌 고질라도 만들수 있잖아."
"선생님 오윤이는 드래곤도 만들어요!"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자랑해주는
아름다운 상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 지금 어디 가는지 아냐는 물음에
"지우 선생님이랑 거기서 여름에 회의했어요."
반가운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권지우 선생님 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네! 너무 보고 싶은데 못 봐요."
오윤이가 아쉬운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활동이 끝나도 기회만 된다면
아이들이랑 놀러 와야겠다 다짐했습니다.
또한 권지우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기억되는 선생님이고 싶어졌습니다.
신림동 공유공간에 들어가
아이들이 직접 온도 재고 손 씻었습니다.
"제 번호는 모르고 엄마 번호는 아는데!"
출입자 명부도 직접 작성했습니다.
범준이는 들어가자마자
저희 외투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하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내 옷은 내가 알아서 할게."
똑부러지는 채희의 목소리였습니다.
누구한테 인사 드릴지 정했냐는 물음에
채희가 대답했습니다.
"이디야 커피 사장님하고요 코끼리마트 사장님이랑 요구르트 아주머니랑...."
"어린이집 선생님한테도 쓸거에요!"
"나도 나도 충남마트 사장님!!"
오윤이와 범준이도 거들었습니다.
인사할 어른들이 넘쳐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는 가위질을 잘해요."
오윤이와 범준이의 가위 실력은 수준급이었습니다.
"카드에 뭐라고 적을까요?"
"음... 새복 많이 받고..."
"응?"
"네 그리고 건강하시라고요."
"새복? 새복이 무슨 말이야?"
"새해 복을 줄인거에요! 저는 그렇게 말해요."
오윤이는 자신만의 멋진 표현으로
새해 인사 카드를 완성했습니다.
"그럼 오윤이가 꼭 무슨 뜻인지 다음주에 설명해주세요."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새해 인사 카드 완성되었습니다.
"이것 보세요!!"
범준이가 저를 잡아당겼습니다.
범준이의 카드에는
코끼리마트 대신 '파끼리'마트가 있었습니다.
오윤이와 범준이는 숨이 넘어가라 웃었습니다.
작은 실수를 웃음으로 넘길줄 아는
멋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저 다했어요!!"
범준이가 외쳤습니다.
범준이가 가장 먼저 끝낸 기념으로
활동일지 쓰기로 했습니다.
날짜부터 장소, 활동내역
그리고 활동소감까지 멋있게 적어줬습니다.
"재밌어요 또 만들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한시간 반이면 새해 인사 카드를 다 만들고
세배 연습도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열정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만들었습니다.
"남은 편지는 어떻게 하지?"
"제가 집에서 만들어 올게요."
채희가 선뜻 나서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생님은 뭐를 잘해요?"
오윤이가 물었습니다.
"뭐 잘하는 거 같아요?"
"운동이요!"
범준이가 대신 대답해줬습니다.
오늘부터 운동 잘하는 거로 하기로 했습니다.
왼손에는 오윤이 손을
오른손에는 범준이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오윤아, 오늘 우리 집에서 놀고 가자."
범준이는 오윤이랑 더 놀고 싶었나 봅니다.
어머님들께 오늘 활동 내용과
감사한 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답장해주셨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목요일 만남이 벌써 기대됩니다.
첫번째 만난 날 밤 제 꿈에
친구들이 나와줬던 것처럼
오늘 밤도 기분 좋은 꿈 꾸고 싶습니다.
오늘도 이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늘부터 운동 잘하는 거로 하기로 했습니다"
창균 선생님 글에는 웃음 포인트가 항상 하나씩 있어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행복한 겨울놀이 하시길 응원합니다~!
아이들의 새해인사카드가 예뻐요~! 카드 받으면 기분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오윤이 잘 챙기는 범준이
가위질 열심히 해주는 오윤이
지난 여름 활동하며 인사드린분들 다 기억하고 말해주는 채희
부모님들께 아이들 잘한것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잘 연락드리는 창균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