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이 아닌 보라매동 공유공간으로 출근했습니다.
지리를 익히기 위해 더 빨리 출발하여 보라매동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습니다.
공유공간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바닥을 쓸고 닦으며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들과 약속했던 주민센터 앞 9시 55분.
길을 모르는 결이와 영선이는 당곡지구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길을 아는 신비가 친구들까지 주민센터 앞으로 데리고 와주었습니다.
결이와 영선이와 신비의 아기자기한 뒷모습이 마치 삼총사를 연상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말 걸고 친해지고 싶었지만 긴장감에 몸이 굳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아이들과 친하게 지낸 경험이 많은 저는
아이들과 만나면 금방 친해져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낯설어하고 있던 와중에 복선이가 도착했습니다.
분홍색 헤드셋을 착용하고 머리는 알록달록 염색한 복선이도 조금은 부끄러운 듯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하가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어른같아 보였던 세하, 5학년이지만 조금은 성숙한 듯 했습니다.
아이들은 공유공간을 향해 아이들이 앞장서서 걸어갔습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영락없는 골목대장이었습니다.
공유공간에 도착한 후 제 소개를 했습니다.
“제 친구의 동생의 친구도 이름이 주영이에요! 근데 걘 김주영이에요!”
학교에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는지 아이들이 제 이름에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다같이 종이에 자기 이름을 쓰고 ‘진진가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진진가 게임’은 ‘진짜진짜가짜 게임’의 줄임말로 자신에 대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써놓고
다른 친구들이 그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맞히는 게임입니다.
아이들도 처음엔 부끄러워서 대신 읽어달라고 하고 목소리도 작게 했으나
나중엔 신나서 “선생님 3개 말고 4개 쓰면 안돼요?”라며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활동명을 정해보았습니다.
‘잠 안자는 파자마파티’, ‘파마머리 파티’, ‘파자마 파뤼’, ‘파자마 파티파티파티파티파티’, ‘포카파티’,
‘루피 파자마 파티’등 여러 활동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획단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개 싸움, 과자 파티, 항아리게임, 몸으로 말해요, 고요 속의 외침 등 하고 싶은 활동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라탕을 먹고싶다고 하며 티격태격했습니다.
“나는 매운 거 못 먹어서 0단계 먹을래”
“그럴거면 사리곰탕 사먹어”
“난 불닭볶음면도 잘먹어서 3단계 먹을래”
그 전부터 혼란스러웠던 저는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며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이주희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하고싶은데로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은 잘 잡아주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해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물어보고, 이런 것들로 활동명을 정해보자고 말해서
‘새해파티’, ‘검은토끼 파티’, ‘검토파티’ 등 여러 가지 활동명이 나왔지만,
다수결로 활동명은 ‘검토파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소 특성상 조리가 불가능해 음식도 김밥이나 주먹밥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업 이야기만 하다보니 아이들이 지쳤는지 한 명씩 핸드폰을 보고 눕고 참여도가 떨어졌습니다.
이주희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지금 흥미를 잃은 것 같으니,
환기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하기 싫어했던 복선이와 세하도 재밌게 참여해주었습니다.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이 끝난 후 아이들과 규칙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에게 규칙을 정해보자고 한 후 제가 정신없이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주희 선생님께서 오셔서 아이들에게 각자 종이를 주며 규칙을 직접 쓰며 꾸며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갑자기 반짝거리면서 적극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그림을 그리며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내가 너무 부족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회의가 마무리 된 후 복지관으로 가서 오늘 회의 내용을 정리하며 이주희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아이들에게도 과업이 될 수 있어요. 과업을 놓치더라도 아이들과 관계 맺는 것이 중요해요.”
복지요결의 주안점 중 관계 부분 마지막 단락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사업은 관계로써 돕는 일이고 관계를 돕는 일입니다.’
제가 과업을 꼭 모두 소화해내겠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정말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복지요결을 몸소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정말 다사다난 했던 하루였지만, 큰 깨달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