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가톨릭
평신도들의 학구열이 넘치는 교회
홍콩은 1841년 전교지역인 감목구로 설정되어, 당시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군인들 가운데 천주교 신자들(주로 아일랜드 출신)에 대한 사목적인 필요에 의해 마카오에 있던 포교성성 대표인 스위스 교구 출신의 테오도르 조세(Theodore Joset)신부가 파견되어 사목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1874년 대목구가 되었고, 1946년 교구로 승격되었다.
대다수가 현지 중국인으로 구성된 홍콩교구의 총 신자수는 363,000여 명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 신자가 약 138,000여 명(필리핀 120,000여 명, 기타 국적 18,000여 명) 있다.
본당은 51개이다. 이 밖에도 각종 센터들이나 천주교 학교의 강당이나 소성당에서도 소그룹으로 활발하게 미사를 봉헌하므로 총 97개인 셈이다. 주언어는 광동어이나 51개 본당 가운데 5분의 3이 주일마다 영어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어, 불어, 독일어, 일어, 스페인어, 필리핀어 등의 미사 또한 정기적으로 거행되고 있다.
현재 홍콩교구장은 2012년에 추기경으로 서임된 요한 통(John Tong)이고, 전 교구장이었던 요셉 전(Joseph Zhen) 추기경을 포함해서 현재 두 분의 추기경이 있다. 사제수는 총 307명인데 그중 69명이 교구 소속이고, 나머지는 17개의 각기 다른 선교회, 수도회 소속이다. 이 가운데 현지인 사제는 63명이다.
교구가 단 하나뿐이고 본당수도 많지 않은 데 비해 사제수가 많다. 이는 중국 선교를 목적으로 진출한 선교회와 수도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선교회, 수도회 소속 사제들은 교육사업 등의 특수사목을 하고 있고, 또 사제는 물론 많은 수사와 수녀들이 중국선교와 관련된 일(교육과 사회복지 등)을 하고 있다. 수사는 65명이며, 28개의 각기 다른 수녀회에 소속된 수녀가 491명이 있다.
성소자 현황은 열악한 편인데 현재 교구 신학교에서 양성 중인 교구 신학생은 총 11명이고 기타 교구 소속(마카오와 베트남)과 선교회, 수도회 소속으로 16명이 있다. 수도회 성소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10명의 수도회 성소자, 20명의 수녀회 성소자가 있을 뿐이다.
홍콩교회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
열악한 성소 현황에 비해 홍콩 안에서 천주교 교육기관과 복지시설 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전문학교의 과정까지 총 276개의 학교들을 교구와 수도회들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홍콩 내 학교의 5분의 1 이상이나 된다. 쌘뽈학교 등 역사와 전통이 깊은 명문학교들이 상당히 있어 비신자들도 입학하기를 열망한다. 이런 천주교 학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인 세례자 가운데 상당한 비율이 천주교 학교에서 교육받았거나 자녀들이 천주교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계기를 통해서 신자가 되려고 한다. 천주교 대학은 현재 교구 재단의 카리타스 전문기술학교(전문대학에 해당)가 정식 종합대학으로 전환 중이고, 예수회에서도 종합대학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홍콩 카리타스 또한 각종 교육과 사회복지 업무(학교, 병원, 요양원, 특수학교, 혼인교육과 상담, 기숙사 등등)를 종합적으로 맡고 있는데, 홍콩 사회에서 상당한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현지인들이라면 카리타스라는 이름과, 해마다 홍콩시 전역에서 거행하는 카리타스 바자회나,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에서 주최하는 복지사업을 위한 모금 버라이어티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중국대륙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에 퍼져있는 화교 사회 안에서 중국인 천주교 단체의 교세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홍콩 교구에서 2012년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 세계 화교 본당 봉사자 대회를 주최하였는데 유럽,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각 지역의 중국인 본당과 공동체의 대표들 150명이 모여서 만남과 교류의 장을 열었다. 이는 중국인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세계적인 행사였다.
또한, 올해 11월에는 전 세계 화교 종신부제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홍콩교구는 전 세계 화교 천주교 사회 안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교회의 특색
홍콩교구는 1993년에 종신부제직을 설정, 현재 17명의 종신부제가 있고, 부제서품 후보자는 총 7명이 있다. 대다수가 기혼자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비교적 젊은 층(30, 40대)에서의 지망자도 나오고 있다. 미혼자인 지망자는 부제서품을 받고 나면 교회법에 따라 결혼을 할 수 없다. 종신부제 지망자는 만 55세 이전에 신청을 해야 하며, 이후에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종신부제들은 본당에서 전례, 강론, 교리교육 등 일반적인 사목을 담당하지만 대사회적인 특수사목(교정사목, 해양사목, 혼인과 가정 상담, 사회복지와 노동사목 등)도 병행하면서 종신부제만의 특수성을 살리고 있다.
홍콩교구의 유일한 신학교에는 열댓 명밖에 안 되는 신학생들이 살고 있지만, 주야간 포함해서 총 200여 명의 평신도들이 철학과 신학 과정을 신청해서 공부하고 있다. 다만, 홍콩 정부로부터 정규대학 과정으로는 승인받지 못하고 있는데, 교황청에서 인정받는 신학, 철학 과정으로서 직접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단순한 지식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개인적인 신앙의 열정과 교회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평신도들의 학구적인 열망은 교회에 대한 봉사로 이어진다. 이런 인재 양성으로 여러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홍콩 출신 평신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직자 가운데 유명 인사로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인 사비오 혼(Savio Hon)대주교가 있다.
홍콩교구의 전체 성직자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젊은 층의 사제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70세 가까운 신부들도 스스로 젊은 층에 속한다고 여기고, 실제로 교구 소속의 청년사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런데 교구에서는 2013년 1월부터 모든 성직자는 75세에 은퇴신청서를 교구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85세엔 모든 공직에서 면임된다고 발표하였다.
한 가지 한국교회와 틀린 점이 있다. 대부분의 본당에는 여러 명의 신부가 상주하고 있는데, 대체로 주임신부가 보좌신부보다 젊은(어린?) 경우가 많다. 필자가 사목하는 본당에도 두 보좌가 있는데 제1보좌는 80세로 6년 동안 필자를 보좌하고 계시는데, 다행히 제2보좌는 서품된 지 1년 된 교구 내 막내 신부이다.
막내 신부가 발령받아 오기 전에는 현재 80세와 65세인 두 할아버지 신부님이 필자를 보좌했다. 젊은 본당신부와 늙은 보좌신부가 상주하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한국에서는 좀 낯설 듯하다.
▶ 홍콩교구 www.catholic.org.hk
▶ 홍콩한인성당 www.seongdang.com
* 김동주 바오로 - 한국외방선교회 신부. 1997년부터 홍콩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8월호, 김동주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