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럼에서 강의하신 서거원 양궁 대표팀 감독의 강의를 요약했습니다. 감명을 받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모두 기억하시지요? 야구와 양궁은 동그라미 두개 차이인데, 사람들의 관심도는 너무나 다릅니다. 올림픽이 다가오면 모든 언론에서 양궁은 유망종목이라고 하며 난리법석을 떱니 다. 올림픽이 좋은 성적으로 끝나고 3개월까지는 관심종목이 됩니다. 그리고는, 다음 올림픽 까지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은 원래부터 잘해온 것이 아니고 그 실력은 타고난, 물려받은 재능의 결과가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뚜렷한 목표의식과 전략의 결과 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먼저 등반한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 1953년 뉴질랜드의 힐러리경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사람중에는 누구일까요? 故고상돈씨입니다. 1977년에 세계 58번째로 등정 했지요. 24년만에 58번째 사람이라면 1년에 몇명꼴로 성공하는 것 이겠습니까? 2004년도에는 330명이 등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실버원정대가 생길 정도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1. 장비의 과학화 2. 베이스캠프를 옮겨간 것입니다. 바로 "발상의 전환"이지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매일매일 고민하는 사람에게서 발상의 전환이 나오게 되고, 새로운 성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본인은 고객을 늘리기위해 끊임없이 무슨 고민을 하십니까? 계약을 체결하기위해 어떤 방법과 공부를 하십니까?
다시 양궁이야기로 돌아와봅시다. 우리나라에서 랭킹 80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5위 안에 들어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이 관건인데, 자기 관리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력이 좋아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국이 세계대회에서 1위를 석권하기 시작하자, 양궁은 계속 메달수를 줄여왔습니다. 남자 2, 여자 2...정말로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처럼 스포츠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합니다. 아직도 국내대회에서는 금메달을 12개씩 부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12개 중 10개의 금메달을 따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시간이 갈수록 위기감은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다음의 대비책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장비의 개발이었습니다(비지니스,중상해,새희망???).
그 당시 최고의 장비는 미국과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감독으로서 국내선수에게 가장 잘 맞는 활을 제작하려고 우리 나라에서 활을 생산하는 업체를 모두 스크린해봤지만, 정식으로 활을 생산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고 결국 찾은 것이 완구업체 딱 3개였습니다. 이 회사의 공장을 찾아가 우리 선수의 습관과 체형에 맞는 활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장비를 개발하는 작업과 동시에 선수들에게는 강한 체력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물어왔습니다.
양궁에도 체력훈련이 필요한가?라고..양궁을 할 때에는 활시위를 당기는 데에 엄청난 힘이 들어갑니다. 한번은 역도선수들이 운동을 하다가 우리 양궁선수들을 비웃은 적이 있었습니 다. 그것도 운동이냐고!! 하지만 그 엄청난 힘을 가진 선수들도 활시위를 당기지 못합니다. 그만큼 엄청난 근력과 체력을 요하는 종목이 양궁입니다. 그런데도 호리호리한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긴 상태에서도 잠이 들듯한 편안한 표정으로 합니다. 이러한 경지에 가기위해 엄청난 훈련을 해야합니다. 누구나 남이 이뤄놓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활시위를 한번이라도 당겨본 사람은 절대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양궁경기의 환경을 살펴봅시다. 1미터가 넘는 길이의 활이 70미터의 과녁을 향해 날아갈 때 얼마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겠습니까.."악천후에 대비하는 훈련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엄청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데, 이것은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본선에서는 12발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이 12발을을 준비하기 위해 선수촌에서 매일 새벽 5시 30분에 훈련을 시작합니다. 오후 7시까지 맹훈련을 합니다. 이 훈련시간동안 하루에 900발을 쏩니다. 훈련이 끝나면 모두 녹초가 되는데 8시부터 10시까지 자유시간 2시간 주고, 밤 10시면 전원 소등 후 취침하도록 지도합니다. 다음 날 훈련을 위해서.. 그런데, 그 자유시간 2시간동안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습 니다. 자유시간에도 몰래 연습장에 나가서 전원 개인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훈련을 어떻게하고있습니까? 훈련은 하십니까?
본인의 능력을위해? 그럼 어떤 훈련을하고계십니까?
최후의 승부를 위해 차라리 그 시간에 연습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하더군요. 목표가 분명하니 열정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이 자유시간동안 쉬지 않고 쏘면 100발이 가능합니다. 결국은 매일 1000발을 쏘는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슬로건으로 내거는 말이 있습니다. "1000번의 열정, 1발의 냉정"입니다. 엄청난 연습과 최고의 집중을 뜻합니다. 이렇게 훈련하는 선수들의 소원을 물어보면 3일동안 밥도 먹지 않고 잠만 잤으면 좋겠다고 합니다.그만큼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입니다.대표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체력, 순발력, 집중력, 담력, 승부근성 테스트를 거칩니다. (총 5단계의 검증시스템)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뽑힐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당할 재간이 없다고 하지요.
여러분은 본인의 직업을 즐기십니까? 떳떳이 이야기는 하십니까? 또, 그럴자격은 갖춰가고 있습니까?
골프의 예를 들어봅시다. 골프를 4시간동안 치면 평균 8킬로를 걷는다고 합니다. 자기 돈을 내고 그만큼을 걷습니다. 하지만, 함께 있는 캐디는 돈을 받고 걷습니다.. 그런데, 누가 더 즐거워합니까? 오히려 돈을 쓴 사장님이 즐거워합니다. 모처럼 좋은 공기도 마시고 좋았다고~ 캐디는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이 돈 벌려고 몇시간을 돌아다녔는가?'라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을 받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모두가 마음가짐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자기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마지막에 성공하는 사람입니다. 노력하는 자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즐기는 자,
즐기는 자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질긴 자"이지요..
목표에 대한 근성,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의식.. 이것이 관건인 것입니다 3년 후 올림픽 양궁경기장에 비가 올까? 바람이 불까? 이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와 반복 훈련을 해야합니다. 내공도 함께 길러야합니다.. 최악의 기상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입니다. 매년 6월이 되면 기상청에 공문을 보내서 태풍이 올 날과 강우량 및 풍속 등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가장 날씨가 나쁜 날을 택해서 훈련일정을 잡습니다. 좋은 날씨에서는 누구나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악천후 훈련이라는 것은 하는 그것을 체험해본 자만이 실전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종 선발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녀 8명이 남습니다. 정말로 실력이 팽팽합니다. 실력차이가 거의 없지요.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가 최종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본 외국기자들이'한국에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고 기사를 쓸 정도입니다. 과거의 성적과 명성은 모두 지워냅니다. 현재에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가 선발되어야한다는 것이지요. 나도 보험계약자이지만, 무더기로 날리는 문자는 받을 때마다 기분이 상합니다.
관리방식에도 전략이 있어야합니다.
나의 경우에는 350명 정도를 관리합니다. 외국의 협회 사람들, 외국 국가대표감독들까지도 일일 히 인간관계를 맺고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심지어 실전에는 장내 아나운서의 특성에 따라서도 성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이들과도 친 해져서 관리합니다 만약 그 아나운서가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성적이 달라집니다. 띄워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들도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장내 분위기를 어떻게 유도하는 가는 당연히 심판의 고유권한입니다. 아테네 올림픽시절의 일화입니다. 심판진과 장내 아나운서 리스트를 미리 확보하여 살펴보니 우리와 우호적인 심판진이 후보에 들어있었습니다. 그 아나운서의 와이프 생일을 알아보고, 그녀의 취미가 희귀한 음악CD를 모으는 것이라는 정보를 얻은 뒤, 선수들에게 최신가요를 적어내라고 하여 30장의 CD를 구웠습니다.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 무척 많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 와이프 생일 선물을 전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감동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리고는 선물하기 전에 다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선물에 의미를 부여해서 줄 수 있으니.. 그런데, 올림픽 규정을 찾아보니 시합하기 일주일 전에 운동장을 개방하는데, 어떤 특정한 음악을 틀어야한다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재량은 아나운서에게 있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동장을 개방하는 동안 이걸 틀어놓고 들어보면 되겠다고 조언했습니다. 그 아나운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하면서 1주간 종일 그 음악을 듣게 되었고, 우리 선수들은 집에서 연습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에 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더했습니다. 점수를 아나운싱할 때 우리말로 해달라고.. 흔쾌히 들어주었습니다. 우리 선수가 과녁을 적중시키자 서툰 발음이지만 한국말로 "10점"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이 사실을 안 선수는 감독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훌륭하게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던 미세한 것들을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2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2월 9일에 제주도에 갔습니다. 밤 9시에 모여서 앞 사람과의 거리를 1킬로미터로 두고 제주시에서 한라산 1100고지를 넘어 중문단지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마에 렌턴 하나 차고.. 가장 공포스러운 분위기죠. 곳에서 들짐승 소리도 들리고, 그 추위에 강한 바람과도 맞서고, 아무 것도 안보이는 암흑입니다.. 11시간을 걷고 뛰고 반복했습니다. 이 훈련을 무박 4일간 반복합니다. 걷고 뛰고 걷고 뛰고.. 인간의 한계에 다다릅니다. 또 하나의 훈련사례입니다. 선수촌에서 영하 18도, 밤 12시에 잠든 선수들 전원을 깨워 차에 태우고 천호대교로 갑니다. 1킬로 간격으로 전원 경보를 시작합니다. 밤새 걸어서 새벽에 63빌딩에 도착합니다. 이 시각이 아침 7시입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훈련을 수시로 합니다. 이것은 체력훈련만이 아니라, 시차적응을 겸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대회에 출전해야하는 선수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차적응을 조기에 할 수 있는 몸상태로 변합니다. 보통 시차 1시간을 적응하는데에 하루가 꼬박 걸린다고 합니다. 금메달을 위해서는 결승전 날짜에 맞춰서 생리일자도 옮겨줘야합니다. 산부인과 전문클리닉, 스포츠 심리학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초청하여 심리학 치료를 겸해 1년간 조정에 들어갑니다. 관중들의 야유와 소란을 극복하기 위해 야구장에서 훈련을 해보는 발상의 전환도 해봤습니다.. 올림픽 결승경기장과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싸이클 경기장에 가서 15분 휴식시간중에 급하게 들어가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미사리 경정장의 수천명 관중앞에서도, 공수부대에서 막타오 뛰는 연습도, 인천 실미도, 북파공작원 부대에 가서도 훈련, 62미터 번지점프.. 이런 엄청난 훈련을 겪은 자만이 내공을 쌓고 결정적인 승부를 낼 수 있습니다.
* 제가 국가대표 감독 20년간 정리한 교훈이 있습니다.>
1. 자신과 무한경쟁하라.(환경탓, 제도탓은 무의미하다) 목표가 뚜렷해야 열정이 생깁니다. 2.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라. 적어도 10년의 미래는 내다보아야한다. 10년 후 삼성화재에서 당신의 위치를 생각해보십시오. 준비에 실패하는 사람은, 실패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운과 능력차라고 생각하십니까? 연습의 차이라고 생각하지않습니까? 3.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자. 4. 성공의 순간, 위기를 느껴라. 잘 나갈 때 조심해야합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합니다. 수영의 박태환선수를 생각해봅시다.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지요? 그런, 지금은 어떻습니까? 바로 올림픽 1년 후 전종목에서 예선탈락했습니다. 작은 성취에 취해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긴장하고 새로운 시도를 잊지 말아야합니다.. 5. 최고 실력자더라도 열정이 없으면 시체와 마찬가지이다.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가집시다. 열정의 반대말은 바로 태만입니다.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아직도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그 선수는 잘못 뛴 것입니다. 나의 이런 다섯 가지 원칙과 신조가 국내에 양궁이 들어온 지 30년만에 세계 최고의 장비와 정상의 실력을 갖추게 된 양궁성공의 비결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