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려가야지요. 운동화를 신고 산을 내려가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흙이 많은 육산에서는 수시로 미끄러지고, 바위에서는 착지와 접지가 불안정하여 발목을 접지르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내려오다 보면 일반 운동화의 경우 열발가락 전체가 운동화 앞부분에 계속 닿아서 아파오고 며칠간 고생을 하게 됩니다. 하산시 체중의 3배 무게가 다리에 실리게 되며, 그 하중으로 무릎에 충격을 주게 되어 무릎이 시끈거리거나 아프고 심한 경우에는 두고두고 고생하게 됩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내려와야 합니다. 특히 하산시 뛰는 행위는 무릎관절을 망가뜨리는 자살행위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동네 산이나 낮은 산을 갈 경우 꼭 방수가 되는 고어텍스 등산화를 신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단지 등산화는 편리와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발목을 잡아주고 편안하며 하산시 충격을 흡수하고 바위에의 접지력이 높은 것으로, 등산화 전문 생산업체의 것을 고르십시요. (비싼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길거리표는 사지 마십시요. 후회합니다 ) 등산화 구입시 반드시 평소 신으시는 구두보다 10mm 큰 것으로 구입하여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두꺼운 등산양말을 2켤레나 신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무릎보호를 위해 또는 이미 탈이난 무릎을 위해 두꺼운 기능성 깔창을 깔게 됩니다. 큰 것은 양말이나 깔창을 이용해 조정할 수 있으나 사이즈가 작은 것은 대책이 없습니다. 일부 생산업체에서는 5mm 크게 신으라고 추천하나 제 경우에는 10mm가 적당하다고 보며, 일부 외제의 경우 15mm까지도 크게 신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등산은 처음부터 “먼 곳으로, 높은 곳”으로 시작하지 마시고,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시작하십시요. 가까운 곳에서 낮은 곳에서 시작하면 소풍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으며, 굳이 고가의 장비를 한꺼번에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등산화부터 필요에 따라 준비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배낭을 준비합니다. 배낭은 크게 나누어서 근교산행용(~30리터), 당일 및 무박용(~60리터), 장기산행용~100리터)으로 나뉘게 되는데 30리터급은 당일 및 무박용으로 가능하나 겨울에는 약간 모자랍니다. 40리터급이 가장 무난하면서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배낭에는 개인의 취향이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가 들어가지만, 반드시 들어있어야 할 필수품 몇가지는
첫번째, 라이타입니다. 산불예방을 그렇게 강조하는데 웬 라이타? 하시겠지만, 흡연자,비흡연자,여성 그리고 근교산행여하를 막론하고 배낭에는 라이타가 비상용으로 있어야 합니다. 담배 필려고? 아닙니다. 지난 2월 국망봉 일가족 참사시 제가 의아했던 것은, 남자가 셋이나 있었는데...추후 보도에 따르면 세분 다 비흡연자였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라이타는 필수품입니다.
두번째, 물과 초코렛등 비상식량입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세번째는 후래쉬입니다. 산에는 해가 일찍지고 겨울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또 사람사는 일이 다 그렇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산에서는 더욱 막막해 집니다. 일몰 때까지 하산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어도, 일년 내내 쓰지 않아 배터리만 괜히 소비한다 싶어도 후래쉬는 필수품입니다.
네번째는 핸드폰입니다.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자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옵니다. 그렇게 근교 산행을 하다가 점점 영역을 넓혀 산악회도 따라서 멀리 가보고 장거리 산행도 해보면, 무엇이 필요한가 어떤 것이 좋은가를 결정 할 수 있는 안목이 트이게 됩니다. 그때 차근차근 장갑,수통,스틱,기타등등을 준비하십시요.
제 경험을 비추어 보면 싼 것이 반드시 싼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초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구입하다보면 다시 고가의 같은 장비를 이중으로 구입하게 되드라구요. 초보를 벗어나서? 아닙니다. 아직도 초보지만, 그동안의 구력으로 그 잠깐 사이에 보는 눈이 틀려지고 느끼는 감각이 변해서 입니다. 등산 장비는 한 번 사면 5년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10년이나 그 이상을 쓰는 것들입니다. 고가라고는 하나 건강을 생각하고 사용연수를 생각해 본다면 자기 능력 범위에서 제일 좋은 것(제일 비싼 것말고)을 선택하는 것이 이중지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체력에 맞게 산에 오르고, 설사 산밑에 까지 갔다 할지라도 본인이나 일행의 상태가 나쁠시 과감히 돌아와야 합니다. 모르는 길이 있으면 자꾸만 물어보고, 길을 잘못 들었다 판단 될 경우에는 얼른 돌아와야 하며, 행여 조난시 절대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고 능선을 취해야 하며, 일행과 흩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겨울 산을 운동화에 청바지에 오르겠다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세계챔피온과 싸워 이기겠다고 달려드는 것보다 더한 만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