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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나는 사랑한다고 믿었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감정을 교류하면서, 어느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느낄때가 있었다.
작은 신의 같은것이 존재했었던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적어도의 신의라는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약속인 것 같다.
뭐.....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하겠지만..
우린...아니..나는..그 작은 신의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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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VS 이현 *
우린 만난지 3년이 되는 커플이다.
뭐 모든 커플들이 그렇듯..이 좁은 바닥에서 공인된...(1000일 파티에 작은 호프집을 가득 메울정도의 사람들이 왔었고)
작은것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쓴듯한 흔적이 서로에게 보이는...그런 시시콜콜한 커플이다.
나의 이름은 이정민, 나의 그녀의 이름은 민이현.
나의 나이는 29살, 그녀의 나이는 32살.
나는 느릿하고 비릿한 뱀띠, 그녀는 혈기왕성한 범띠...
누가 그랬는데...
"올해가 뱀띠한테는 대운이라서 너랑 니 애인은 올해 결혼하지 않으면. 아마 평생 못할꺼야"라고...
뭐, 그사람은 내가 이반이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애인님이 고명하신 여자분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난 그 얘기를 그대로 이현씨에게 옮겼고, 이현씨는 초코바 한개를 꺼내서 입에 물으시더니,
"그럼 우리 결혼하러 갈까?"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약간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던게 생각난다.
"차리리.........그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에...결혼하자고 말할것......."
* 반항 VS 고집장이 *
여튼...
우리 이현님과 나의 성격은 막상막하!!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들인지라, 내기에 강하기도 하고 (술먹기 내기에선 둘 중에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 전까진. 죽어도 마셔보는)
막무가내성 성격이 짙어서인지....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싸움의 끝이 어디인지는...우리들 자신도 모른다.
우리는 그래서 서로를 고집장이라고 부른다.
한번은...크게 싸움이 난적이 있었는데, 뭐 이건 이현님이랑 싸운건 아니지만,.....그래도..^^;;
내가 이현님이랑 전화로 말다툼끝에 앙탈 비슷하게...(지금 생각하면 앙탈으로 밖에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니가 날 좋아하고 있는건지, 난 모르겠어. 매일 나랑 안만나주고, 니가 그러고도 애인이야? 정말 니가 날 좋아하는지 진심으로 묵묵히 생각해줘."라고 전화를 앙칼지게 끊은 후에...
하소연 하려고 전화한 친구가, "술사줄께. 나와!!"라고 말해서 아무생각없이, 핸펀 하나랑 슬리퍼 하나를 질질끌고 동네 호프집에가서 맥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또다른 친구가 "너 어디냐? 나 소개팅하는데 분위기 영 아니야. 같이 한잔하자. 내가살께"라는 꼬드김에...
얼른 그쪽으로 갔었던 적이 있었다.(난 참 내가 생각해도 꽁짜나, 여기저기 끼는것을 엄청스레 좋아하는듯 하다.)
뭐...여기까지는 그냥 그럭저럭 넘어갈수도 있지..하는 분들 많으실꺼다.
하지만....나 여기서 절대 끝내지 않았다. (우리 이현님이 못마땅해하시던 부분도 여기서부터지만...)
내가 워낙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기도 하지만...(내가 느끼기에..나는 자뻑공주다!) 친구 녀석또한 한 미모 하기때문에,
여자 둘이서 술마시는게 못마땅했던지...저쪽에 어떤 구리구리하게 생긴넘들이 구찮게 하길래,
나는 나의 이쁜입으로
"이런 개새끼들, 술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야지..왜 시비야? 씨바~~" 라고 말한것 밖에 없는데, 꼴에 남자라고 벨이 꼴렸던지,
술판좀 엎고, 의자 들고 오고, 좀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난 가뜩이나 우리 이현님때문에 상한 속을 그녀석들에게 풀어버리고자, 이른바 패싸움을 펼쳤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내 주먹에 흐르는 피를 보고 (맥주병을 주먹으로 막아서, 약간의 피가 흘렀다) 기겁해서,
나랑 친한 언니라고...생각한 이현님에게 전화를 해버렸다.
패싸움 상황은 어느 정도 종료!!( 피흘리면서 미친듯이 날뛰는 년을 상대하고 싶어하는 남자는 없는듯...아마 몇대씩 맞고 술이 깨자, 사람 많은 번화가에서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있다는것에 대해 쪽팔렸을지도 모르지만..여튼 슬금슬금 도망가는 통에 상황종료!!)
피곤한 몸을 맥주 한모금으로 달래고자, 구석 호프집에서 한잔 하고 있을때,
우리 이현님은 걱정이 됐는지...전화를 계속 했고, 그것에 짜증났던 나는 전화기를 두동강 냈다.
(지금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급기야 새벽 3시가 넘어서 주안에 있는 호프집이랑 호프집은 다 뒤지고 돌아다니시던 이현님에게 딱 끌려서 아무말도 못하고 집에 끌려 들어간적이 있었는데, 우리 이현님은 나보다 더 독하신분!!
일주일동안 아무말씀이 없으셨다.
사람이 화가나면 화가난다고 말하는게 정상일진데...우리 이현님은...어찌나 꿋꿋하신지...
두 손이 발이 되도록...두 발이 손이 되도록 싹싹빌고 나서야..어느정도 화를 풀었는데..
그때 알았다. 우리 이현님이 얼마나 독한...고집장인지...
* 꼴초 VS 금연주의자 *
나는 담배를 아주 좋아라 한다. 술자리에 앉아서 한갑은 기본이고, 화가나거나 뭔가 안풀리는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찾게되는것이 담배이다.
근데,, 우리 이현님...
절대 금연주의자 이시다.
운동을 어렸을때 부터 계속 하셨기 때문에, 흡연을 하시면....몸에 안좋으시단다. 그걸 몸소 느끼셨기에...금연을 강요하신다.
사귀기시작할 무렵엔, 손수 담배를 사다주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울땐, 차를 세워서...저쪽 구석에서 피우길 배려했었지만,
3년차가 다 되어가는 무렵엔...나 담배 안피우는지 알고 계신다.
나도 이현님 앞에선 물론 안피우고, 그분 만나는 날에는 담배에게 손도 안댄다.
강요도 있긴 하지만, 난 이현님이 너무 좋아서....
무조건 원하는것을 들어주고 싶은 간절한 욕망에 지금 끊은지....6개월이 되어가는듯 하다.
* 바람둥이 VS 바람둥이대마왕 *
내가 바람을 피울때의 일이다.
물론 내가 드러내놓고 피우진 않았지만, 친구들은 그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냥....나 좋아라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잘해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 영화도 보고 시원한 맥주 한모금 정도 한게 무슨 바람이냐고 나는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나에게 떳떳하지만, 친구들은 그게 바람이라고 했다.
우리 이현님은 내가 그런것에 대해..별로...(드러내놓고) 신경쓰진 않았다.
한번은 친한 친구가....(쏠로인 이반-사귀자고 데쉬했으나, 거절했다.)
제주도에서 천견이랑 한라봉 농사가 잘됐다면서, 택배로 두박스 것도 회사로 붙인적이있었다.
우리 이현님은 그때, 친절히도 차로 집까지 날라주셨고....한박스 가지고 가라던 나에게 웃으면서
"너 많이 먹어라. 두개다 비싼건데..."라며 쓍~하니 집으로 가서, 그때도 한 일주일정도 말을 안했던것 같다.
또한번은 친한 친구(이번엔 남자녀석)이...
술이 떡이 되게 취해서 둘이 호프집에서 끝장을 보고자 맥주마시기 대회를 하는데..
취기가 올라왔던지...500CC를 다 비우기전에 꼬꾸라져버렸다.
고개도 못가누던 그녀석을 위해서 나도 물론 취했지만, 무릎배게를 해주고,...
당당히 우리 이현님에게 전화를 해서 그녀석을 집앞에 버리고 왔었다. 물론 새벽 4시를 넘어가고 있던 늦은시간때문에 그런것도 있겠지만, 우리 이현님 그때는 한달 갔었다.
이건....내가 피운 바람이고...어디까지나 웃어넘길수 있는 문제 아닌가?
난...이현님 뿐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사람이니....그 끊을 놓을수가 없는 사람이니...
이현님이 바람피울때........진정한 바람둥이 대마왕을 내게 보여주셨다.
내 생일은 12.25일 크리스마스다.
이현님 생일도 12.25일 크리스마스고..
우리 이현님...24일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초등학교 동창들이랑 파티하기로 했어. 넌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집에 있던가, 친구들 만나던가해."라고 말하고,
25일날도 나와함께 점심 정도는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했었다.
뭐....그날 평소와 다르게 너무 핸썸한 이현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랫만에 설레였었으니, 어느정도의 옷차림이었는지는 짐작 하시리라..
(175의 늘씬한 큰 키에 찢어진 검정색 치마!! 가죽 코트를 살짝 걸친 이현님 모습은...왠만한 모델 저리가라지..쓰읍~)
12월 31일 새해를 맞이하고자, 해돋이를 보러가자고 그렇게 약속을 굳게 하신 이현님.
12월 31일......"나, 오늘 야근해야한다." 라며 달콤한 멘트와 함께 전화를 끊으셨고...난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면서 이불속에서 펑펑 울었었다.
내가 뭐 쪼잔하게 이런거 가지고 우리 이현님에대해 평가한다는 것은 절대 금물!!
며칠후, 우리 이현님과 나란히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연인들이 다 좋아라하는 삐리리~ 가 통하여......이현님의 집으로!!
(이하 대충 생략!!)
아침이 되서, 우리 이현님이 샤워하러 가신 사이 옷가지를 챙겨들고, 가려는 찰라, 침대 바닦에서 뒹구는 이현님의 것과는 완전 다른 속옷 발견......ㅠㅠ 다른 여자의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았고...냄새로 확인했다.
순간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아니...떨어졌다.
어떻게 할까를 한참....멍한 내 하얀 머릿속에서는 계산을 하고 있었고 몇분의 시간이 순간처럼 길게 느껴졌을때...나는 내 나쁜 머리를 탓할수 밖에 없었다.
미분, 적분 계산하는 머리는 핑핑 잘 돌아가면서....국제 유가 폭등에 관한 국제 정세에 관한건 이러쿵 저렇쿵....어줍잖은 의견 교환때는 잘도 돌아가면서...이런 간단한 문제조차 계산할수 없게 되버린..내 머리는 돌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나, 옷이랑 수건줄래?"라는 목소리가 저 건너편에서 들려왔고, 난 손에 쥔 것들을 모조리 다 이현님이 있는 문쪽으로 밀어넣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현님....
잔뜩 상기되어, 고정된 자세로 이현님을 향해 몸을 반대편을 돌려버린 나.....
이현님이 살짝 뒤에서 안아준다.
그의 손의, 가슴의, 뺨의 체취가....숨소리가...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거 그냥 친구꺼야. 술이 너무 많이 취해있길래, 우리집에서 잠깐 재운거야. 이해할수 있지? 우리 정민이가 싫다면, 담부터 조심할께. 그러니까, 화 풀어" 이현은 내 몸을 자기쪽으로 돌려세우고,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눈물은 여전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고개를 끄덖이며, "깜짝 놀랬잖아. 진작 말해주지.....담엔 꼭 미리 말해줘야해. 알았지?"라고 간신히 말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게....단순히 술 취한 친구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이현의 입에서 진실이 흘러나오는 것을...내 짐작대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있어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나는 믿을꺼다....이현님이.....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 거짓말 VS 진심 *
나는 종종 이현님에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친구들과 만날때, 늦게 들어가는 술자리에서...이현님의 잔소리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귀가 12시전을 강조하시는 이현님이기에 10시 20분이 지나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을 가서, 집이라고 전화를 한다던지.
말다툼끝에..(우린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서로 고집이 세기에..맨날 싸운다.)
진심과 다르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다던지...하는 그런 류의 것들..
이현님이 물론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긴 하겠지만, 손에 꼽을 정도??
바람둥이 대마왕 사건이 있은후론, 어디를 가는지...어디서 무얼 하는지....언제 들어가는지..꼬박꼬박 보고형식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나마 맘이 좀 놓이고 있는 상황!!
때는 바야흐로...발렌타인데이!!
이현님과 나는 회사가 파하는 저녁에 만나서.. 오붓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
우선 식사를 하고...간단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밤새껏 정성드려 뜬 목도리와 이현님과나의 커플룩을 선물로 내놓자, 눈을 동그랗게 뜬 이현님!!
아무것도 준비 못했다는 미안한 표정으로...선물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꼭 끌어 안아주었다.
"미안해. 정민아! 미안해!!"라고 말하는 이현님의 손아귀 힘이 좀 세다고 느낀건 내 착각이었을까?
우린 그날 좀 일찍 (9시에)헤어졌다.
물론 이현님이 우리 집앞에다가 나를 데려다 놓고....자신의 집으로 간게 고작이었지만.
회사 일이 밀려서...같이 오래 못있어준다고!! 담달에 배로 보상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이현님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감정은 눈녹듯이 녹고...
흐믓한 미소와 함께 난 잠이 들었다.
* 사랑 VS 집착 *
사실 난 단순한 인간이 아니다..아니 못된다.
성격상...궁금한게 있으면 참고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다.
이현님의 그사건((바람둥이 대마왕!!))사건을 겪은 후로, 난 이현님이 말한 그 친구가 누구인지.....
조사했다.
그녀의 이름은...해연!! 이현님의 초등학교 동창!!
그녀는...하루의 시작과 중간, 끝을 이현에게 알리고 있었다. 뭐냐고? ->만인이 가지고 있는 핸폰으로.
매일 매일 이현과 함께 있을때는 해연의 문자로 시간을 대충 짐작 하고 있을정도였으니까,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너무 너무 궁금했다.
문자를 이렇게 매일 보내는 그녀가....나의 이현에게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리는 그녀가 너무 궁금했다.
해연의 문자를 보고 피식 웃고는, 바로 답문을 보내는 이현의 앞에 섰다.
"나....해연이 누군지 궁금해. 만나게 해줘"라고 말하는 나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뭐 영화에서 처럼 가늘게 애처롭게 떨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심하게....떨리고 있었다. -극한 흥분의 상태!!
한참 내 표정과 모습을 바라보던 이현님은 "니가 알아서 뭐하게? 하긴, 얘도 니가 궁금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이내 지어보이며 나를 등지고 걷기 시작했다.
"근데, 너 말야. 이거 집착 아니야? 난 어디 얽매이는거 싫어하는 사람이야." 이현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약간 화가 났는지..나를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표정이 나에게는 더러운 벌레를 보는듯한 그런 착각을 일으켰고....다시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나...사랑하지 않아?"하얗게 변해버린 내 머릿속에서는 고작 한심하게도...이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련하게 매달리는 인간이 되어버린것인가?
한심해졌다.. 초라해졌다. 내가 내가 아닌게 되버린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아니...나 너 사랑하니까, 만나지. 나 너 사랑해. 이 얘긴 더이상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이현에게선 더이상 내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무너져내린 자존심에도 끝내 그런 행동을 하진 못했다.
내머릿속엔 "너 사랑하니까, 만나! 나 너 사랑해"란 말이 울림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 폭발 VS 이별 *
기다리던....화이트데이!
이현의 지난번 말도 있었고, 요즘 뜸해진 우리 사이가 서먹하긴 했지만, 나는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
둘만의 화이트 데이!!
모처럼만의 오붓한 데이트..그런걸 기대하고 있었다.
화이트데이가 주말이었던 관계로 이현님과 나는 아침일찍 부터 만나기로 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이런 저런 생각으로 즐거워하고 있던 나는 약속시간이 한참지나서야 허둥지둥해하며 뛰어오는 이현님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여기있어...헤헤"
이현님은 앞에서 한참을 숨을 고른후, "많이 기다렸어? 나 너랑 저녁에 술한잔 할려고, 차 안가지고 왔는데, 늦어버렸네. 그럼 영화표 예매하러 올라가자." 언제나 처럼 이현의 손이 내 어깨로 얹혀지고, 나는 이현의 팔에 손을 감는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매표소 앞에 다다랐을때...
잠깐의 당황한 기색을 보인 이현님...."지갑을 안가지고 왔네..헉...어떻하지? 나 다시 집에 다녀올께"라며 몸을 돌리려고 했다.
"나도 돈있어. 집에 가지마. 갔다오면 좀더 오래 같이 못있잖아. 신경쓰지마"라며 이현을 붙잡았다.
데이트 네내 신경이 쓰였는지 이현은....영화 후 식사를 끝으로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럴수도 있는건데 뭘 그러냐는 말을 하고 싶어지만,...괜히 자존심 건드려봤자, 좋을 것없다는 예감에 다소곳이 고개를 끄덖이면서 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샤워를 마치고 팩을 하고 있을때, 이현에게 전화가 왔다.
"잘들어갔니? 뭐했어?"
"나...샤워하고 팩해!"
"그래? 지금 현우랑 민지 7주년이라고 연락이 왔는데, 나도 지금 받았어. 너도 같이 갈래?"
"정말? 나도 가도돼?"
"그럼...나혼자가?"
"알았어..전화할께."라며, 전화를 끊은 내 얼굴은 어느새 웃고 있었다.
아까 너무 기대에 못미친 만남이 연장 된다는 것이 좋았는지....팩을 서둘러 지우고 옷도 입고..
얼른 나갔다.
7주년 치고는 참 조촐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 이현님 친구의 파티엔 정말 친하다고 자부하는 친구들이 서넛앉아있을뿐! 케익이라던지, 샴페인이라던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7주년 축하해요"라는 말을 하고 좀 늦은 도착을 한 나는 이현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사이 시계는 12시를 넘고 있었고,
갑자기 울리는 문자신호음(이현의 것)은 내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내가 이현에게 누구냐는 눈짓을 했을때, 이현은 귀찮다는듯..핸드폰을 내게 넘겼다.
-이시간에 나 빼고 술이야? 나 삐진다. 나없이 있으니까 재밌어? 행복해? 나 삐졌으니까, 알아서해라 (해리)-
난....어떻해야하는거지?
이런 문자를 그냥 보여주면, 난 어떻해?
"지금이 몇신데..아직까지 이런 문자를 보내? 좀 작작좀 하라고해" 날카로운 나의 목소리때문이었을까?
화기애해한 분위기는 이미 깨져 있었고, 모두들 나와 이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현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자기도 화가 났는지...
"그래? 그럼 그만만나! 너한테 더이상 구속 받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까지 집착하는 너한테 어디까지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어! 헤어지자 우리!!"
말 싸움이 크게 번지자, 이현의 친구들은 이미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주위를 둘러본 이현은 그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고, 나는 혼자 맥주집에 앉아 한참을 울면서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눈물도 나고, 이미 많이 먹어버린...평소의 주량을 훌쩍 뛰어넘는 알콜 기운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우선은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서둘러 택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고 나면........괜찮을꺼야.
이거.....다 꿈일꺼야.
* 헤어짐 VS 시간 *
자고 나면 꿈이었을 꺼라는 내 예감은 100% 빗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자, 아직도 입에서 나는 알콜의 단내는 어제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줬다.
그날 하루종일 이현에게 전화를 수십수백통을 했지만, 받지 않는다.
가끔 이현의 모습을 마추치면, 나의 시선을 피하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기다리기로 했다.
이현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만나는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왜?? 그것이 구속이되는지...왜??우리가 헤어져야하는 이유가 되는지....
새벽이 다 되어서야, 술에 취한 이현이 비틀거리며, 아파트 앞 현관으로 들어섰다.
"나랑 잠깐 얘기좀해" 계단에 쪼그려앉아있던 내가 이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틀거리던 이현은 언제 그랬냐는듯...나를 그 큰키로 내려다 본다.
"너랑 더이상 할말 없어. 어린애처럼 매달리지마. 소용없어."현관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 꽂는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딸깍!"하고 문이 열린다.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시작하자"나는 이현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이현은 내가 잡은 옷자락을 살짝 터는 것으로 내손을 뿌리치곤, 젖은 눈망울로 나를 내려다 봤다.
"우린 여기까지야. 그만하자." 무신경하게....건조하게... 젖은 눈망울과 달리 그따위 말들을 내뱉은 이현은...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간이 흘렀다.
한달 두달이 지나고 석달 넉달이 지나면서.......
점차 이현에 대한 추억이 사라져 가고 있다.
가끔...그에대한 기억이 떠오를때면, 한 쪽 가슴이 무너져 내리듯 아픈...묘한 감정이 나를 짓누른다.
시간이 흐른다...
내가 정말.....사랑했을까?
이현은 정말 나를 사랑했을까?
그것고 별개로......시간은 흐른다.
# 그대....사랑이 진정 존재하는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