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월요일날 유도분만으로 출산하라 한 것을
연락없이 이틀 뒤 수요일로 가까스로 미루어 놓았는데,
나는 수요일에도 전화 한통화로 양해를 구하며 가지 않았다.
하루가 어디야.. 연장된 하루의 시간내에 진통이 올 것 같아서
잘 하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더 미루고 싶었던 거다.
기다리는게 능사는 아니지만, 아가도 나도
아무 문제가 없는 이 상황에서 단지, 더 기다리지 못해,
더 기다리지 못하고 수술하게 된걸 출산후에라도 후회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거다. 나의 기대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밤에 소식이 있겠지..'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고 자신도 없어지고,
기다림에 지치고, 수술할 경우도 생각해 보고..그러다 혼자 울고...
아니야, 하나님이 최선의 방법으로 인도하시겠지...
내 생각이랑 다를지라도.. 그리 아니하실지도 감사하고...
미리 걱정하며 내일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이 일은 내가 하는게 아니쟎아..
박희경, 문지영.. 오늘은 이렇게 또 새로운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침엔 머리 염색하시는 엄마를 돕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그냥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였던 것 같다.
일관성 없는 출산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찼고,
진통의 소식이 없는 배를 바라보며 한숨도 쉬고... 그냥 그랬다.
오후엔 눈섞인 비가 내리고 날씨가 몹시 추웠다.
날씨를 보며 망설이다가,
과연 걷기운동이 효과가 있는걸까.. 힘 없이 의심하다가
결국 오늘도 집을 나서서 버스종점까지 걸었다.
걷기운동의 연속...모든일의 전적인 부분을 하나님께 맡기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한 다음에 맡기는게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전날 공부도 하지않고 기도만 하는 학생이 되기 싫어서 걸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 걷는중에는 귀가 무척 시렸다.
그 와중에 비도 내려 우산도 들고..
걷기운동을 해온 그동안중 가장 악조건의 환경이 오늘이었다.
하마터면 부는 바람에 모자도 날라갈 뻔 했다.
다녀오니 걸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서 좋았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고, 종아리. 허리 등이 내 것 같지 않게 뻐근하다.
이렇게 아픈것이 자연진통이 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면......
진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프고 고통스럽다지만,
나는 오늘도, 그리고 지금도 그 진통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진통일지라도, 자연진통을 경험하며
출산을 코 앞에 맞닥뜨린 이시간의 산모들이 부러울 뿐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 들게 된 또다른 생각인데,
임신 초 입덧이 너무 심해 임신의 감격과 축복을 누리지도 않고
다만 너무 힘들다고 울고 불고하던 나를,
원인도 모르게 임신이 되지 않는 그 어떤 여자들은
무척이나 부러워했겠지.. 부러워하는 여자들이 그 어딘가에 있었겠지..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눈앞에서 팽팽 별이 보이는 진통일 지라도,
말할 수 없이 속이 미식거리고 골이 아픈 입덧중의 임신일 지라도...
그것이 크나큰 육체적인 고통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이렇게 예정일이 많이 지났음에도 자연진통을 기다리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며 긴장하는 정신적인 고통보다 더 나은것 같다.
있어야 할 것은 제때에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12월 19일, 대선후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흥미롭다(?)
그나저나 나는 선거를 할수 있게나 될지 모르겠다.
그때엔 아직 몸조리 중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