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군도(群盜) (3, 4, 5 권)
제 2 부의 군도의 주 이야기는 장길산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난 후, 사당패에 몸을 담은 묘옥이의 행방과 구월산 녹림당에 있단 이들이 밖의 생활에 적응하려다가 그렇게 하지 못하여 다시 화적일을 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금강산에서 배움을 받고, 구월산으로 돌아오는 장길산의 행방을 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시 그들의 무대가 해주, 금강산 뿐만 아니라 안성, 당진, 여주, 서초, 마포, 양주, 파주 등 친근한 지명들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마포, 서초 등이 시골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지금의 그곳과 비교를 하자면 상상이 쉽질 않다.
삼성동에 있는 보은사를 보면서, 도심속에 절이 그리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보아하니, 절이 먼저이고, 도시가 나중에 절 근처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고 한강변이 지금처럼 쭉쭉 뻗은 도로가 아닌 그 당시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무진장 부풀어진 서울, 도시화로 인해 흙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울, 자연의 냄새는 가고 없는 듯하다.
2부에서 또하나의 쟁점은 사랑이다.
장길산을 잊지 못해 다른 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묘옥. 그와의 짧은 사랑이었지만 진정한 사랑이었기에 일편단심하는 것인가? 하지만 길산은? 그는 묘옥과의 짧은 사랑은 강제적인 결혼으로 인해 잊혀진 것인가? 어찌 묘옥에 대한 행방에 대해 그리 무심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길산이 가족에 충실한가? 그것만도 아니다. 금강산에서 수련하는 동안 3년동안 자신의 아들이 출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는 의적이기는 하지만, 가족에는 빵점 가장이요, 사랑에 있어서도 빵점이 아닐까? 현재 2부까지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한남자. 이경순. 묘옥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이란? 묘옥의 외모에 뻑가서 가산까지 탕진하게 되고, 부인도 죽게 만들고... 결국 그의 진심을 알게 되는 묘옥은 마음으로부터 길산을 멀리 떠나보내고, 경순에게 마음을 내주게 된다... 묘옥은 그런 이경순의 행동에 애초에 좀더 냉정하게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진정 길산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랬을려나. 앞으로 분명 길산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텐데 그때 그녀의 행동이 어찌 될까 궁금하다. 경순은 아마 희망살인이라는 것에 의해 서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묘옥의 행동과 길산의 행동, 이경순의 행동에 나는 왜 분통이 터지는지...
2 부의 줄거리는 서툴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해주에서 장길산의 죽음 소식을 듣고, 묘옥은 고달근이 모가비로 있는 안성사당패에 들어간다. 다른 사당들과는 달리 절대 몸을 달지 않으며, 특히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이런 묘옥에게 몸이 달은 이가 있으니, 여주 사는 이경순이다. 이경순은 분원을 가지고 있는 부자이기도 하고 몰래 화승총 등을 만들어 돈을 벌기도 하였다. 남부럽지 않은 그에게 하나의 문제는 자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묘옥에게 자신의 자손을 만들어 달라고 접근했지만, 바로 몸과 마음을 모두 그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여주의 분원은 하인들에게 맡기고, 그는 안성사당패와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당진에서 당진의 부농 유치옥의 아들 유필준과 시비가 붙게 된다. 이에 이경순은 묘옥을 구하기 위해 관군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여 둘은 여주로 도망을 가게 된다. 고달근의 사당패는 이런 혼란스런 틈을 이용하여 한껀 챙겨서 양주로 도피하게 된다.
여주로 도망은 왔지만, 이경순은 감옥에 잡혀온다. 묘옥을 먼저 여주로부터 빼돌리고, 이경순도 이방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여주를 떠나려 했지만 이방이 자신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이경순 일가를 해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경순은 살해하지 못하고 그의 부인만 살해하게 되고, 이경순도 내막을 알게 되어 이방을 죽이고, 여주를 뜨게 된다.
여주를 떠난 묘옥은 이경순이 준 돈을 이용하여 거여에 정착을 해서 주막을 운영하는데 크게 번창을 한다. 그리고 우연히 술집에 찾아온 고달근이를 만나고 그들과도 거래를 하게 된다.
한편 금강산 운부대사에게 배움의 길을 떠난 장길산은 운부대사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하산한다. 그리고 금강산 가다가 만난 정학을 찾아간다. 이때 정학은 최헌경과 함께 이웃마을에 돌고 있는 염병을 처치하고자 도모하고 있었다. 이 염병은 관가에서도 손을 뗀 상태였다. 그는 정학, 최헌경과 함께 의서를 많이 읽은 선비 설유징의 도움으로 염병을 몰아내는 성과를 올리면서, 어려운 백성들의 모습을 알게 되고, 깨달은 바가 크고 다시 금강산 운부대사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배움을 시작한다.
구월산에 모였던 주요인물들은 각기 화적질보다는 일상속에 적응하고자 구월산을 떠나는 인물이 몇 있었다.
먼저 강선흥은 형집에 머물면서 형 대신 부역을 지게 되는데, 부당한 대우에 사고를 치게 되어 벌을 받고 친구인 첫봉(최일봉) 형제와 함께 미래를 도모하던 중 잠시 첫봉이를 도와 중국과 밀거래를 하게 된다. 이때 심백이란 인물이 이끄는 화적패들에게 첫봉이 셋째 세봉이와 어머니를 잃게 된다. 이에 선흥과 첫봉, 둘봉 형제는 세력이 약한 화적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여 심백의 화적패를 급습하게 된다. 심백이와 그의 측근 법호는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여 피하게 되고, 선흥이 일행은 첫봉이 무리와 나누어 불타산과 달마산에서 화적의 두령의 임무를 맡게 된다.
구월산 멤버 중 또한명 우대용은 평범한 사공으로 돌아가 살고자 한다. 그는 춘득이라는 배주인 아래서 사공을 하면서 같은 뱃사람 석범철과 상거래를 하던중 강주인의 어음사기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훈련도감 출신 홍천수, 석범철과 함께 어음사건을 해결하여 어음값을 받아낸다. 여기서 우대용은 발을 빼고 춘득이에게 돌아왔지만, 시일을 맞추지 못한 이유로 춘득에게 곤장을 맞고 내쫓긴다. 그는 잠시 강선흥을 만나려 그의 형 집을 찾았지만 강선흥은 이미 화적질을 위해 집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머물고 있는 달마산에 들어가 같이 화적질을 하기도 한다. 한편 홍천수와 석범철은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더 모으려다가 관가에 걸려 홍천수는 감옥에 가고, 석범철은 간신히 피하게 된다. 이에 모신이라는 인물이 그들을 추스려 수적질을 도모한다. 이에 석범철, 우대용이 찬성하고 귀양가는 홍천수를 빼돌려 합류시킨다. 그리고 조선에 필요한 화포제작을 위해 파주 문산포에 있는 화포를 몰래 제작하는 이를 만나게 된다. 그가 바로 묘옥을 그리 쫓아다니던 이경순이다. 경순은 그들에게 화포를 만들어주는 대신 묘옥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며칠 뒤 그들의 만남은 이루어진다.
한편, 장길산은 금강산에서 하산하여 낭림산맥 심메꾼들과 함께 잠시 머물다가 부정한 방법으로 금광을 캐는 이를 알게 되어 그들에게 억울하게 일하고 있는 노예들을 구출해내기를 결심한다. 이미 반란을 계획하던 김선일이 있지만, 동료의 배신으로 실패하고 엄벌을 받고 있던 중이었는데, 길산을 그를 구출하고 그와 함께 금광문제를 해결하고, 잘못된 사회제도와 부패한 관리에 반대하여 본격적으로 억울하고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김선일 등과 함께 구월산으로 돌아온다.
구월산에 돌아온 그에게 접한 가장 우울한 소식은 친구 이갑송의 소식이다. 갑송이 출타중일 때, 그녀의 아내 도화가 계속 다른 남자와 배를 맞추고 있었고, 이를 눈치챈 갑송이의 노모를 살해하게 된 것이다. 이에 갑송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도화를 살해하고 월정사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버렸다는 소식이었다.
구월산에 들어와 맨 처음 화적질을 하게 된 것은 김기를 망하게 한 여첨지와 친구들을 배신한 서씨에 대한 처리였다. 하지만, 여첨지네 끌려간 김기의 딸이 그곳에 며느리가 되어버렸기에 김기는 고뇌끝에 여첨지를 감히 죽이지는 못하고, 친구들을 배신한 서씨만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 일로 그는 완전히 선비의 옛 신분을 버리고 본격적인 산채사람이 되게 된다.
여자때문에 망한 이가 또하나 있는데, 그가 바로 불타산의 첫봉이다. 그는 산채에서 눈이 맞은 고만이라는 여인과 정을 나누며 살았는데, 고만이의 욕심에 첫봉이가 충족을 해 줄 수 없게 되자, 고만이는 그를 배신하고 관가에 불타산과 달마산의 화적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에 관가에서는 토벌작전이 시작되었는데, 달마산과 불타산에 있던 화적패들의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먼저 첫봉이는 사실되고, 둘봉이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가는데 성공한다. 한편 달마산에서는 선흥이가 다리에 심한 총상을 입고, 길산이 구월산에 왔다는 소식을 전하러 선흥에게 왔던 감동, 만석, 말득 등도 작은 부상을 입었다. 물론 다른 화적패들의 무리도 죽고, 잡히고 더 이상 불타산과 달마산에서의 화적질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간신히 탈출한 선흥 일행은 구월산에 가서 장길산과 합류한다.
한편 송도 상인 박대근은 자신의 주인인 배대인의 막내딸과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배대인의 사업을 인수받기 시작하고, 우연히 인삼 재배법을 습득하여 상업시장의 확장을 도모하게 된다. 장길산의 구월산으로의 귀향소식을 듣고, 우대용에게도 연락을 하여 함께 구월산에서 만나게 된다. 장길산의 구월산으로의 복귀와 함께 잘못된 사회제도와 부패한 탐관오리에 대항하는 진정한 의적활동이 시작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