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표시의 제3자와 파산관재인 : 대판 2006. 11. 10, 2004다10299
(1) 파산관재인이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는가? 대판 2003.
6. 24, 2002다48214는 이를 긍정하였고, 위 대법원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
이유로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
의로써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나아가 그 선의·악의도
파산관재인 개인의 선의·악의를 기준으로 할 수는 없고, 총파산채권자를 기준으로
하여 파산채권자 모두가 악의로 되지 않는 한 파산관재인은 선의의 제3자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파산관재인의 선의에 관한 판단 부분은 선례로서의 가치가 있는
데, 파산관재인을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본 이상 파산관재인의 선의·악의를 총파산채
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 그렇다면 파산관재인은 제3자인가? 이 부분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지만, 파산관
재인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제3자라는
문구에 맞는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선의의 제3
자’에 관해서는 종래 복잡한 법리가 전개되어 왔다. 대법원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
만, 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제3자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당사자 및 그 포괄승계인 이
외의 자로서 그 허위표시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
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파산관재인을 제3자로 보는
것이 이 기준에 맞는 것인지 논란이 있고, 그 당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먼저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인지 문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산관재인
을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도산실무에
서 채무자가 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고,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채무
자나 파산자를 대표 또는 대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파산관재인을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으로 볼 수는 없다. 파산선고로 파
산관재인이 선임되더라도 파산자의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것이고, 파산관재인
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재산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있지
만, 이는 파산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나아가 파산관재인은 파산자나 채권자로부터 독립하여 이해관계를 조정하
고 파산절차상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 판결에서는 파산관재인이 제3자라고 판단하면
서 “파산관재인은 선임되어 파산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설명되는 법적 지위
에서 여러 가지 직무권한을 행사”한다고 하였다.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포괄승계인
이기 때문에, 무조건 제3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다음으로 허위표시의 제3자가 되려면 허위표시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
대로 실질적으로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문제된다. 허위표시의 외관을 갖
고 있는 사람과 매매 등 법률행위를 한 사람만을 제3자로 볼 근거는 없다. 민법 제
108조 제2항에서 단순히 ‘제3자’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를 허위표시의 외
관을 갖고 있는 사람과 법률행위를 한 사람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
서 압류채권자를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본 판결(대판 2004. 5. 28, 2003다70041)을 이
해할 수 있다.
한편 파산관재인이 제3자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파산관재인을 압류채권자와 유사하
게 보아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고, 파산관재인을 통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민사
집행절차가 개별적인 집행절차라고 한다면 파산 등 도산절차는 포괄적이고 집단적
인 집행절차라고 할 수 있다. 파산선고를 통하여 파산자의 재산이 집단적으로 압류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와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도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할 것이다.
(3) 대법원은 허위표시의 제3자를 문언과는 달리 좁게 개념 정의하였으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허위표시의 제3자에 속하는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대법원은 ‘파산관
재인은 파산선고에 따라 파산자와 독립하여 그 재산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로서의 지위도 갖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찬성한다. 다만 이
것이 허위표시의 제3자에 관한 종래의 판단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단계
에서 대법원이 허위표시의 제3자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던 법리가 적절한지 재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