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
안녕하세요, 전 서대문장복에서 사회재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희 사회복지사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동네에서 자신의 직업, 취미를 나누어 줄 분을 구하고자 하는
엽서를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볼까 합니다.
그 시작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회재활사업에 대한 고민에서부터였습니다.
사회재활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방과후교실.
한번은 야외활동, 또 한번은 예능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야외활동-공연 및 전시회 관람, 노래방이용, 체육활동 등-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외부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지요.
주로 만들기, 미술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또 한번의 수업은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흥미가 없었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였으며, 힘들어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명 만들기나 미술을 매우 좋아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집단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아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한계에 부딪쳤죠.
그래서 정말 이 아이들 개개인에 맞는, 개개인이 좋아하는,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해 줄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매주 미술활동 소재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찾아보고,
만들기를 직접 실습해보고 프로그램을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
그 과정이 사회복지사인 저 자신에게는 개인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나,
미술에는 문외한인 제가 준비하기보다
이미 소재와 꺼리,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동네 미술학원 선생님을 찾아가 걸언을 했더라면,
그게 더 사회복지사 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술활동 진행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회복지사보다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미술선생님이 훨씬 수월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회복지사는 미술교사가 아니지 않은가요.
물론 사회복지사도 책을 보고 아동미술을 공부하여 프로그램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회복지사의 자발적인 선택이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미술활동에 대한 역량이 있든 없든 그것을 떠나서
개인적인 역량과 자질에만 맡길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미술선생님을 고용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회복지사는 미술 선생님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사회복지사가 능력이 뛰어나 미술 수업도 하고, 음악 수업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일까요. 우리의 역할일까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속에서 변화를 꾀하기 위해..
미술활동 관련 능력을 나누어 줄 이를 구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을 본 특수학급의 방과후 선생님이
자신의 능력을 나누어 주고 싶다며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너무나 반가워 당장 전화를 해서 감사인사와 함께 가능한 시간을 조정해보았으나
일정이 겹쳐 방과후 교실에서는 프로그램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생각나는 학생이 있었지요.
바로 엽서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현우라는 친구인데,
방과후수업을 하면서 지켜보니 현우는 손재주가 좋고,
현우도 만들기와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방과후수업은 14명이라는 집단이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라
14명 모두의 욕구와 기능수준이 다릅니다.
현우가 만들기에 흥미가 있고, 빠른 속도로 잘 따라하더라도
현우만을 위해 진행을 할 수는 없었죠.
바로 이 부분도 저에겐 매우 고민스러웠던 부분이고, 엽서 제작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코 욕구의 다양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통한다면
개인의 특성에 최대한 부합하는 활동 기회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복지관이 아닌 나의 집, 내가 사는 동네, 우리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그 장애학생만의 욕구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우를 미술 선생님과 연결하였고, 지속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선생님이 현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가 함께 했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 현우에 대해, 현우의 상황에 대해, 현우가 가진 강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함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단 두 번 밖에 사회복지사가 함께 하지 않았는데도 다섯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우, 현우어머니, 미술 선생님 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져 저를 통하지 않고도
수업 시간과 방문요일을 조정합니다.
현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들기를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마음껏 할 수 있고,
한가지 활동(클레이 점토)를 지속함으로써 그에 대한 기술 습득,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매주 집으로 찾아오는 선생님과 친구가 될 수 있어 좋습니다.
미술 선생님도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좋습니다.
동네 미술선생님은..개인
스쿠버다이빙은..동호회
사진학원은..기관, 단체의 능력나눔 사례입니다.
때마침 김종원 선생님이 엽서를 제작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회재활팀의 김상현 선생님과 저는..
이 세가지 사례를 모아
우리의 고민과 비전을 담은 엽서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복지관에서 셀프운동실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
자원봉사자..복지관 식당의 어머님..장애학생을 둔 부모님..
다른 부서의 직원, 팀장님..
그리고 저의 가족, 친구들에게도 이를 계기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지와 격려를 받았고,
기대한바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고대하던 엽서가 나왔으니
지역을 돌아다니며 참여를 부탁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아래 글에서 김종원 선생님이 쓰셨듯이..(소식지,홍보,마케팅 메뉴의 159번글)
이 엽서는 지역을 돌아다니게 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매개로 끊임없이 내 친구와, 내 이웃과, 우리 동네와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
그것이 중요한 거죠.
첫댓글 이글은 '지역에서 봉사자를 찾도록 돕는 엽서'에 대해 이주희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함께 기획한 이주희선생님글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부탁드렸습니다. 부탁을 흥쾌히 들어주시고 귀한 글을 써주신 이주희선생님 감사합니다.
거창네트워크까페에 오신 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복지순례 또는 기관견학이나 학습여행 때 이 사례를 들으러 가고 싶습니다.
귀한 글과 경험 감사합니다. 본오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에 담아갑니다. ^^
다시금 저를 돌아보는 글 감사합니다. 지금의 제자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뜻 깊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