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답니다.
광주에서 출발할 때는 눈발이 날리는 날씨였어요.
8시30분까지는 도착하라는 공문이 각 학교 회장단에 전달이 되었을 것인데,
이런저런 이유야 있었겠지만 9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기행 스케줄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지요.
화순을 경유하여 장흥으로 가는데,
눈덮힌 산들은 끝 없이 이어지고,
어제부터 그것들을 보아 온 내 눈은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창 밖에 고정이 되어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해산토굴'을 찾아가 한승원 님을 만났습니다.
나는 님의 책 중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만 읽었을 뿐이고,
신문을 통해 단편적인 글들을 몇 차례 읽은 적이 있을 뿐이고,
준비된 마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을 해보리라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신문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건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선생님은 우리를 반기ㅣ셨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통해 사물을 보고 받아들여 가슴으로 해석하여 다시 눈으로 반사한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높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 길은 책을 읽음으로, 특히 소설, 가능하다 합니다.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이라도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사람은 눈높이가 높지 못하고,
무학자라도 책을 많이 읽으면 눈높이가 높은 사람이 된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갖춰야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가 '오만하지 않는 것' 이라 하셨습니다.
'내가 이만큼 책을 많이 읽었는데...'
'나는 이처럼 돈이 많은 부자인데...'
여러 가지로 인간은 오만해질 수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망함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 되겠지요.
선생님의 '해산토굴'은 청정해역 득량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당 자리에 자리했으며,
집 양 측으로 대나무를 둘렀고,
석탑과 석등이 마당에 하나씩 서 있고,
아랫마당에는 연못이 있어 이것들로도 선생님의 정신세계를 가늠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토굴이라 함은 스님들이나 수양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거처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 하는데,
해산은 바다와 산을 나타낸다기 보다,
지리적인 용어로서,
바다 속에 높이 솟은 산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수면 가까이까지 높이 솟아 배들이 항해하는데 위험한 것들은 암초라고도 부른답니다.
어쨋든 해산은 물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글처럼 글을 쓰시며 거처하는 집 이름도 상당히 어려워 겸손한 듯 하면서도 약간의 수준 높은 오만함(?)이 엿보이지 않나요?
여다지라는 횟집에서 성찬의 오찬을 하고 우리 팀은 의미없이 시간을 아낌없이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웠지요.
차를 돌려 천관산 아래 쪽에 있는 방촌유물전시관을 지나며 방촌의 연못에 없는 세 가지에 대해 장흥 해설사로 부터 들었습니다.
장흥의 삼 성씨 하면 위씨, 임씨, 마씨가 있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방촌은 양반마을로 유명했는데,
종달새가 없고요, 개구리가 없고요, 메기의 수염이 없대요.
양반이 그들의 공부와 의식을 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두 가지를 부적을 던져 없애버렸고요,
양반 앞에서 수염을 기른 메기가 같잖다 하여 부적을 던져 그 수염까지 없앴대요.
어때요?
양반의 위세가 대단하지 않나요?
눈 쌓인 천관산을 감상하며 다다른 곳은 정남진,
그 곳엔 천.지.인을 상징하는 세 동그라미를 올려 만든 조형물이 우뚝 서 있는데,
바다 가운데에 제방을 쌓아 간척을 하여 사람들을 이주시켜 살게 했으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손에 닿을 듯이 가까이 보이는 산들과 고기잡이 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가슴앓이 섬'과 반대 편 간척지엔 뻘같은 습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흥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인심이 좋아 정월 초하룻날 해돋이를 보러 전국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먹거리를 대접하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스님이 자올자올 졸았다는 '자올 고개'를 거쳐 시간 관계상 호도 박물관이나 문학관 등은 다음으로 미루고 광주로 향했습니다.
장흥에는 좋은 산이 많이 있는데,
철쭉으로 유명한 제암산,
사자형상의 사자산,
억불산,
억새축제의 중심인 천관산 등이 있지요.
그중의 천관산은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내장산, 월출산과 내소사가 있는 능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이라 불린답니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제암산과 사자산 억불산에 들어야겠습니다.
천관산은 몇 년 전에 들었다 나왔거든요.
오늘 여행도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첫댓글멋있게 표현한 장흥기행글 맛있게 잘읽었어요. 멋과 맛을 겸비한 차창의 유리에 투영된 경란씨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마. 생을 즐겁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구마.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가는 공수레 공수거인데, 동녘의 아침해와 정남중의 정오해, 그리고 석양의 노을 모두가 그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는데,
첫댓글 멋있게 표현한 장흥기행글 맛있게 잘읽었어요. 멋과 맛을 겸비한 차창의 유리에 투영된 경란씨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마. 생을 즐겁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구마.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가는 공수레 공수거인데, 동녘의 아침해와 정남중의 정오해, 그리고 석양의 노을 모두가 그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는데,
네, 선생님, 월욜날 1;30분에 세정아울렛에서 우리 만나지요?
나두 한승원님을 만나러 갈것입니다 그런데 한승원님의 작품이 내게 한권도 없네요모레쯤 갈 예정인데...
아제아제바라아제를 읽으라고 강추... 꼭... 사는 일은 펌 잡는 것이 아니고, 맘 가는 대로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