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 산은 옛산이로되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송순 - 십년을 살면서
십년을 살면서 초가삼간 지어냈으니
나 한간 달 한간에 청풍 한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박목월 -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윤동주 -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호수 -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국화옆에서 -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은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나태주 -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나이부르스 - 배성
사랑을 하려거든 불같이 뜨겁게 하고
이별을 하려거든 미련도 후회도 버려라
서로가 좋아서 사랑했다가
서로가 싫어서 헤어졌다면
아, 미움도 원망도 가슴에 상처도
사나이답게 사나이답게 잊어버려라
사랑을 하려거든 불같이 뜨겁게 하고
헤어져 돌아설땐 눈물도 한숨도 버려라
서로가 좋아서 사랑했다가
서로가 싫어서 헤어졌다면
아, 뜨거운 눈물도 쓰라린 상처도
사나이답게 사나이답게 잊어버려라
나옹선사 시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법구경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이백 -
금릉의 주막에서 이별하며
갈 듯 가지 않고 술잔만 비운다
그대 뭇노니
동해로 흐르는 강물과 석별의 정
무엇이 더 긴가
칼 들어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 들어 시름 녹여도 시름 더욱 시름겨워라
인생살이 뜻과 같지 않으니
내일 아침엔 머리 풀고 조각배를 띄우리라
산중문답(이백)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느냐 묻지만
웃으며 답하지 않아도 마음 절로 한가롭다
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고
별천지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니라오
여산폭포
나는 듯 쏟아지는 삼천척 물줄기
하늘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은하수인가
그대 돌아갈 날 생각할 때
이 내 가슴은 미어지고 있다오
아무 것도 모르는 봄바람은
어찌하여 비단 장막으로 불어들어 오나
백발 삼천 장은
수심 때문에 그리 길어졌다오
거울처럼 맑은 강물 그 어드메서
가을 서리 얻어왔나 알지 못해라
저녁에 푸른 산을 내려오니
산의 달도 사람을 따라온다
내 취하고 그대 또한 즐거우니
흥에 겨워 다같이 세상일을 잊는다
도를 얻으면 고금이 다름없지만
도를 잃으면 다시 늙어간다
구름돛 높이 달고 창해를 건너리라
내 하늘과 땅을 모두 묶어
꾸러미에 집어 넣어
혼돈과 더불어 방자하게
자유로우리라
고통도 삶의 일부이고 현재의 순간이다
그 지금을 사랑하라
지금이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늘로 들어가면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고통도 맞서야 한다
두보
곡강
꽃잎 하나 날아도
봄이 줄어 드는데
어찌 보리, 바람에
우수수 지는 모양
눈앞을 스쳐
사라져 가는 꽃들 바라보면서
지나치기 쉬운 술
입술 들어옴 마다 마시라
낙일
탁주야, 누가 너를
만들었느냐?
한번 마셔 일천 가지
시름 잊으리
정지용
바다
바다위로
밤이
걸어 온다
김소월(진달래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이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외려 즐기려 한다
문정희 - 목숨의 노래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너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한용운(님의 침묵 중)
사랑도 사람의 일이기에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님의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가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푸시킨(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힘든 날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초혼(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간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행복(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윤사월(박목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고은(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차중락(사랑의 종말)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하늘과 땅사이에 나홀로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
대답없는 메아리 허공에 지네
꽃잎에 맺힌 사랑 이루지 못해
그리움에 타는 마음 달래가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 몰랐어요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나태주(들길을 걸으며)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건
그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러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합니다
어제 내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걸
나는 봅니다 나는 봅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오직 그대 그대 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러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어
새로운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앞에 여리게 떨리는
풀잎이면 합니다 풀잎이면 합니다
남이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