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웃음-쿄쿄쿄
오혜빈(발달장애1급/여 9세), 2002년 1월 지원 시작
들녘의 곡식들이 좋아할 맑은 가을날... 햇빛이 따스함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따가움을 느껴보았다. 오늘 혜빈이와의 만남은 내게는 더 특별한 날이어서 기대와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갔다.
혜빈이는 눈이 참 예쁜 아이이다. 짙은 눈썹, 까만 눈동자가 가득하다. 혜빈이는 장난 쟁이다. 혜빈이가 "쿄쿄쿄" 웃는다. "혜빈이가 요즘 들어 저렇게 웃네요" 혜빈이의 웃음을 어디선가 많이
들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혜빈이는 눈을 잘 마주치지는 않지만 나에게 장난을 걸며 웃는다. 윷놀이를 하듯 살짝 살짝 던지는 던지기 놀이. 같이 던지다가 내가 하지 않는 것처럼
혜빈이에게 장난하면 내 손을 잡아 휴지나 작은 물건들을 내 앞에 놓고 던지라고 신호를 보낸다. 또한 내 손이 혜빈에게 장난감이 되어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재미있는지 내 손을 가지고
논다. 혜빈이는 또 "쿄쿄쿄" 웃는다. 유난히 손끝이 부드러운 혜빈이. 아이들의 손이 뽀송뽀송 하다지만 혜빈이 손은 유난히 부드러워 실크 같았다.
혜빈이는 학습위주보다는 행동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주 작지만,
그 작은 변화가 어머니는 너무나 기쁘시단다. 어떤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지만 어머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고. 현재 학교는 휴학 중이라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엄마와
혜빈이는 동생이 어린이집 간 시간이면 햇빛도 느끼고 바람도
느끼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느끼기 위해 외출을 하곤 한다.
혜빈이 아버지는 현재 시무하고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은퇴하시기 때문에 새로운 사역지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1년에
몇 번씩의 잦은 이사,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단하지만 감당 할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모든 상황이 혜빈이에게 맞추어져 있지만 4살배기 동생 종국이는 샘을 부리지
않아 감사하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 중간에 갑자기 생각 난 혜빈이의 웃음소리. 그 것은 신종 웃음이다.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웃음을 혜빈이가 낸다고 어머님께 말씀 드렸더니 박장대소하시면서 혜빈이가 유행을 안다면서 너무 즐거워하셨다. 우리가 웃는 동안 다시 한번 "쿄쿄쿄"하면서 웃는 혜빈. 어머니와 난 동네
친구라도 만난 듯 아버지가 퇴근하시는지도 모르고 웃고 떠들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님이 기도제목이 많으신 것 같았다.
혜빈이가 약을 먹는 문제, 심한 아토피, 아버지 사역지에 대한
문제, 어머님의 약한 성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장아람 가족들의
기도로 힘이 나고 늘 감사하다시면서 손을 꼬옥 잡아주시며 안아주셨다. 혜빈이가 인사하며 눈을 한번 맞추며 웃어주었다. 그
웃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음에 볼 때는 어떤 웃음소리로 반겨줄지 기대된다.
-글. 안선현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