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구례 요강바위산( 561m)
섬진강과 지리산을 바라보는 산
구례는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사람ㄷ을의 전초기지쯤 되는 곳이다. 밤늦게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가 새벽녘에 도착하면 버스와 택시들은 어두운 밤길을 달려 화엄사와 성삼재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기차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리산으로 달려가고 간혹 몇몇이 지리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주변 산을 오를 뿐이다.
그래서일까? 구례 주변으로 천왕봉과 형제봉, 국사봉, 갈미봉 등 교통과 조망이 좋은 산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구례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지리산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으나 다른 산에 대한 정보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요강바위산도 그렇다. 오르는 도중의 산성봉과 천왕봉, 국사봉에 이르는 코스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산행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어디 물어볼 데가 없다. 이번 산행을 기획한 계기다.
구례구역에서 읍내 백련리의 백련사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가면 아양마을 입구에 등산표지판이 나타난다. 거기에 따라 왼쪽 콘크리트길로 100m 정도 들어가면 도로가 끝나는 곳에 차량 몇 대 주차할 공간이 있는데,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감나무밭이다가 곧 숲길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무덤 하나를 두고 진행을 계속하면 키보다 높게 자란 대나무밭 사이를 걷게 되는데, 이 대밭을 지나고부터 길이 가팔라진다.
출발한지 15분만에 시야가 트이는 봉우리 하나를 올라선다. 소나무 사이로 짙푸른 섬진강의 모습과 2010년 개통 예정인 광양-전주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 사이로 거대한 뱀이 지나가는 것 같다. 개통되고 나면 그 편안함에 이끌려 자주 이용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만 나무를 잘라내고 산허리를 깎아내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이 아프다.
길이 가팔라지면서 다리가 풀리고 숨차다. 20~3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이삼일 끄떡없이 다니면서도 유독 낮은 산에만 오면 이렇다. 혹자는 이런 걸 머슴 체질이라고 하더라만...
출발한지 50분만에 산성봉으로 올라선다. 말 그대로 옛날 산성이 있어 불리는 이름이다. 50평 남짓한 봉우리 주변으로 돌을 쌓은 흔적과 문을 낸 흔적이 뚜렷하다. 동쪽으로는 구례읍내와 섬진강, 그리고 왼쪽으로 왕시리봉과 노고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바닥에서 한참을 웅크리고 사진을 찍던 일행이 무엇을 찍는지 궁금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살펴보니 소나무 싹이 나고 있다. 깨알보다 더 작은 조그만 씨앗이 땅에 떨어져 흙과 바람의 손길을 받으며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할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산성봉에서 100m를 더 가면 봉화터다. 봉화를 지피기 위해 쌓아놓은 돌무더기와 커다란 돌탑이 눈에 띈다. 주변으로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또렷한데, 그래서인지 전망은 뛰어나다. 구례읍내와 광의면 너른 벌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시천 건너 지리산 서북부 능선과 주능선 일부분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흔히 오산을 지리산 전망대라 부르지만 이곳도 그에 못지 않은 시원한 조망을 보여준다.
봉수터에서 내려서 10여분 진행하면 사동임도다. 남북으로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이 임도는 남쪽의 산성리와 북쪽의 서림리를 연결해준다.
숲을 벗어나 임도에 이르면 앞쪽으로 가야할 천왕봉의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바로 앞의 봉우리로 산길이 이어져 있다.
넘실재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던 길이 넘실재를 넘어서면서부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구례군에서 이 주변 산을 연결해 30km에 이르는 기다란 산행코스를 정비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등산로 주변으로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눈에 많이 띈다. 가파른 구간에는 안전로프를 튼실하게 설치해놓았다.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그 끝에 천황봉(550m)이 자리하고 있다. 정상 표지석에는 천황봉이라는 이름과 함께 '용강리 전주이씨 영지' 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지속적으로 관리를 한 탓에 주변으로는 잡목 하나 없고 곱게 잔디가 심어져 있다.
천황봉을 지나면 곧바로 갈미봉으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갈미봉 갈림길을 지나면서 정비를 한 흔적이 없어 등산로는 희미해지고 몸에 걸리는 잡목이 많아진다. 약 20분을 진행하면 요강바위산인데, 정상에 특별한 표식이 없다. 커다랗고 둥그스름한 바위 하낙 떡하니 버티고 서있어 이것이 요강바위라 짐작할 뿐이다. 잡목들에 둘러싸여 조망도 좋지 않다.
용강리로 내려서는 길은 험하다. 몸을 잡아채는 잡목도 많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탓에 조금만 한눈을 팔면 길에서 벗어나기 십상이다. 간간히 눈에 띄는 표지기를 따라 40분 정도 정신없이 내려서면 도로공사현장이 나오고 언덕 아래로 용강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산행길잡이
아양마을 들머리-(50분)-신성봉-(10분)-봉수터-(30분)-넘실재-(40분)-천황봉-(10분)-누룩실재 갈림길-(10분)-요강바위산-(40분)-용강리
요강바위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백련리 아양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맞은편인 농협 구례교육원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는데, 접근성은 아양마을이 좋다. 아양마을 입구에 등산표지판이 있지만, 정작 등산표지판에는 요강바위산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천황봉만 표시되어 있다.
산성봉까지는 가파른 산길이 이어지며 산성봉에서 넘실재까지만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사동임도에서 800m를 가면 넘실재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사동마을, 오른쪽으로는 사림으로 떨어지는 등산로가 있고 천황봉까지는 1.1km 거리다.
넘실재 이후부터는 길이 가팔라지는데, 가파른 코스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며 특별히 위험한 코스는 없다. 다만 등산로 주변으로 버려진 철조망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천황봉에서 요강바위산까지는 20분 거리지만 요강바위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잡목이 많고 길이 희미해 주의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요강바위산만 다녀온 후 갈미봉으로 빠지는 갈림길까지 되돌아와 갈미봉에서 누룩실재로 하산하는 것이 조금 더 쉽다.
계곡이 없고 식수는 더더욱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충분한 물을 갖고 산행에 임하도록 한다.
*교통
기점은 구례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구레행 기차가 하루 14회(06:50~22:50) 운행하며,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7:30~19:30) 다닌다. 광주와 순천에서는 구례행 버스가 많이 있다. 구례터미널에서 백련리 아양마을 들머리까지는 도보로 30분 가량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잘 데는 구례읍내에 있는 여관이나 화엄사 근처 민박집을 이용하거나, 구례병원 근처에 있는 보석사우나(061-783-6660)를 이용하면 가격이 저렴하다.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산동면에 위치한 지리산온천랜드를 이용하면 좋다.
구례터미널 옆에 자리한 '어부의 집'은 지리산을 자주 다니는 산악인들과 시인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허름한 포장마차 건물에 몇 가지 없는 메뉴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그외 주변으로 음식점들이 많이 있고, 화엄사 집단시설지구에서는 지리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을 맛볼 수 있다.
*볼거리
화엄사 노고단 아래 자리한 천년 고찰 화엄사는 544년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사찰 내에는 각황전을 비롯해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등 수많은 문화재가 배치되어 있다. 예로부터 지리산 불교문화의 요람이라 하였으며 그 규모와 아름다움은 지리산 불교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사성암 오산의 절벽 위에 지어진 사성암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544년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암벽에는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풍월대, 망풍대, 배석대, 낙조대, 신선대 등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원래 오산암이라 불리다가 이곳에서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등 이름 높은 고승이 수도했다 해서 사성암이라 부른다.
운조루 구례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운조루는 1776년에 건축한 건물로 주요민속자료 8호로 지정되어 있다. 운조루는 유이주라는 사람이 건축적 소양과 재력을 받침으로 지은 건물로 7년에 걸친 대공사를 거쳐 완공시켰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한 99칸 집이었는데 현재는 60여 칸만 전해진다. 운조루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집'이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글쓴이:전재완 객원기자
참조:구례 천왕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