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9월 27일 새벽 2시쯤이었던 것 같다.
재명이와 같이 자고 있는데 갑자기 재명이가 ‘으..’하는 신음소리를 내어 순간적으로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 또 경련이 시작된 것이다.
불을 켜니 재명이 눈이 뒤집혀지고 숨이 잠시 멎어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주여... 도와주소서’ 간절히 기도했다. 한 5분정도 흘렀을까..
아이가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이내 편히 잠이 들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감사기도를 하고 아이를 자리에 눕히는데 경련을 일으키다가 아이의 발등이 장난감 통에 부딪혀 까졌는지 피가 고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다시 또 입술을 깨물고 흐느꼈다.
그 시간 이후로 명렬 집사와 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재명이가 한 16개월 쯤 되었을까..그 때 심한 열감기로 고생하던 중 열이 있는 상태에서 또 고열을 받아서 처음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차 안에서 경련을 일으켰는데 아이의 모습에 얼마나 놀라고 가슴이 아팠는지..
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 같다는 생각과 초보 엄마의 실수와 미련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병원에 가서야 재명이가 고열로 인한 열 경련을 일으켰음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여태껏 내 주변에선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것이라 너무나 생소하기만 했다.
열 경련이란 생후 6개월에서 5-6세 사이의 어린이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고열과 함께 뇌가 흥분하면 그것이 근육에 전달되어 전신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체로 3-4%의 어린이들이 이러한 열성경련을 경험한다고 한다.
재발률은 약 30% 정도이며, 특히 1세 이전에 첫발생시 50% 이상에서 재발을 하게 된다.
급성질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주로 감기, 편도선염, 인후염, 중이염 등으로 인해 유발되며 부모가 어렸을 때 경련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면 그 자녀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증상은 대개 38℃ 이상의 열이 갑자기 오르면서 발생하고 눈이 돌아가거나 고정되며, 양쪽 손발이 경직되거나 규칙적인 경련을 보인다.
의식을 잃고 입술이 파래지거나 침을 많이 흘리기도 하고 입에서 거품이 나오며 혀를 깨물기도 한다. 보통은 15분 이내에 멈추게 되고, 경련을 멈춘 후에는 아이가 녹초가 되어 잠을 자게 된다.
그 외에도 경련의 양상은 다양하며 15분 이상 경련을 지속하는 수도 있다.
한두 차례의 단순열성 경련은 대부분 별문제가 없고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지도 않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15분 이상 경련을 계속하며 잦은 경련을 일으키고 열이 없는데 경련이 일어난다면 불치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전간(간질)일 수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열이 있을 때 일어나는 경련은 열없이 일어나는 경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명이는 감기에 걸리면 항상 편도선이 먼저 부어 고열이 일어났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경련을 일으켰지만 대부분 5분 이내의 경련이었다.
그래도 위험한 편은 아니라서 주님께 감사했다.
이런 일을 통해 또한 여러 가지 응급처치를 배울 수 있었다.
경련이 일어날 경우 여유가 있으면 열이 몇 도까지 올라가는지 확인해야 하며 일단 열이 오르게 되면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것, 아이의 고개를 돌려주어 질식을 막아주며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줘야하는 것, 무엇보다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건 정말 침착해야 한다.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는 동안 아이를 흔들거나 큰소리로 부르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행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아이의 경련으로 고생하고 있는 부모들을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고 너무 안스러웠다.
아이가 질병에 걸려서 고생한다거나 증상이 빨리 호전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특히 아이의 생명이 오늘, 내일.. 이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경우는 달랐다.
그들의 염원은 오직 하나였다.
아이가 ‘하루만 한시간만 더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아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다. 부모란 그런 것 같다.
아이가 기쁘면 한없이 기쁘고 아이가 아프면 더없이 아픈,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는 것 같다.
야곱의 경우처럼 요셉을 잃고 베냐민마저 애굽으로 내려가야 했을 때 ‘아이의 생명이 나와 결탁되어 있다‘고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와 부모가 뗄 수 없는 관계이듯 하나님과 우리 또한 그런 관계이다.
부모..라는 이름이 위대한지만 반면 막중한 책임감도 든다.
나는 부모라는 이름을 주님께 받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또 아이의 생명에 관여할 수도 없다.
그러나 참으로 감사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기도가 있지 않은가..
정말이지 이럴 땐 기도밖엔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주님께 맡기며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난 부모로서 아이와 나 서로에게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더불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우리 모두의 삶을 돌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지금 곤히 자고 있는 재명이의 얼굴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뭐랄까.. 재명이를 보면 나의 과거와 기도의 응답과 하나님의 사랑이 보인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기다리며 눈물로 보낸 3년의 세월.. 회사가 끝나면 교회로 와서 아무도 없는 성전에 앉아 목 놓아 울었던 그날들이 떠오른다.
‘주님.. 제게 아기를 주세요. 한나의 심정으로 기도하오니 아이를 주시면 주님께 바치겠습니다.
주님.. 제 기도를 들어 주소서..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던 날들.
주변에서 아이가 안 생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반드시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실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난 아기를 가졌지만 곧 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병원을 먼저 갔더라면 선천성 난소 기형으로 난소를 제거하여 난 영영 불임의 몸이 되어야만 했지만 기적적으로 아이가 생김으로 인해 난소의 역할이 멈추는 그 때 임신 3개월에 수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반신만 마취상태였기에 수술대에 올라간 1시간 30분 동안 나는 시편 1편과 23편을 내내 외울 수 있었다.
그 당시의 기억은 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술 할 당시에 유산 가능성이 90%였지만 내게 아무 내색도 안하시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수술을 하셨던 최원장님..그분을 만난 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다.
또한 수술할 당시에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던 목사님, 사모님.. 우리 교회 모든 성도들.. 그때를 생각만하면 그 사랑과 기도에 눈물이 난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그동안의 일들이 영상물의 필름처럼 내 앞에 펼쳐지면 더 잘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사랑의 주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허락하심은 주님의 은혜라 여겨집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게 하시고 부모로서 주님을 위해 또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기도하며 나아가게 하시고 무엇보다 신앙의 본이 되는 부모로 서게 하소서.
제게 부모라는 이름을 주시고 아이를 허락하셔서 아이로 인해 주님의 마음을 알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행복한 마음과 사랑으로 또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며 주님이 주신 삶을 겸허히 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첫댓글 다시 읽어보니 더욱 은혜스럽네요~
재명이가 하나님의 복된 자녀로 살아가길 바래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