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에 문경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감 선생님께서 생활통지표를 보려면
학교 수업하는 날 다시 오라고 하여 나는 그제 다시 학교를 찾았슴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나는 TV 어느 프로처럼 나의 초등학교 생활 통지표를
꼭 한 번 보고싶었슴다.
이번엔 빈 손으로 가기가 뭣하여 검은콩 두유를 하나 사 들고 갔슴다.
이번에도 교감 선생님은 반갑게 맞아 주셨고, 나의 기록을 찾는 동안 나는
교장실로 안내되어 교장 선생님과 차를 한 잔 하고 잠시 담소하며 기다렸슴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록을 찾던 서무담당하시는 분이 기록이 없다고 하네여.
교감 선생님과 나는 문서 보관실로 가서 직접 문서를 같이 확인하였슴다.
거짓말 같이 49회, 52회 두 개의 생활통지표 파일만 비어 있었슴다.
이럴 수가!!
교감 선생님은 이 문서를 담당하시다가 다른 곳으로 전근가신 선생님과 통화를 하셨는데
그 선생님 말씀이 두 회분의 파일이 학교에 불이 났을 때 소실되었다고...
하필이면 내가 졸업한 52회 파일이... TT TT
교장 선생님도 달려 와 아쉬움을 표했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쉬운 말이 튀어 나왔슴다.
" 아! 정말 슬프네요. 사실은 제 생애의 최고 전성기가 초등학교 시절이었거든요. ^^
초등학교 1학년~5학년 까지 줄곧 반장하고 졸업 땐 문경군 교육장 상 받고..."
" 그럼 1등으로 졸업 하셨네요."
교감 선생님이 말을 받아 주셨슴다.
정말...
어느 누구에게나 어느 시절이건 전성기가 있겠지만...
( 영자도 전성시대가 있었다구여... '영자의 전성시대' )
내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는 초등학교 때였슴다.
5학년 땐 '화랑도'라는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당시 문경 극장에서 전교생이 관람하는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모았고, 부잣집 아들에.. 범생에.. 미술, 음악, 체육 ( 배구/축구 선수,
릴레이 선수, 씨름 선수 ) 모든 분야에서 맹렬히 활약하였슴다.
( 흠..흠.. 내가 오늘 너무 오버하네... ^^ 이해해 줘유~~ ^----^ )
이후의 나의 인생은 세월이 갈수록 내리막 길...
중,고,대학 1차 시험 모조리 떨어지고, 학교 성적은 대학 가선 학점 부족으로
섬머스쿨까지... 릴레이 선수였던 내가 요즘은 숨이 차서 산에도 못 올라 가고...
결국 평범한 셀러리맨이 되어 ( 임원도 한 번 못해보고 ) 퇴직을 하고 노년을 맞았슴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나의 인생에 특별히 불만을 가져 본 적은 없슴다.
평범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같은 인생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게 더 나은 삶이
될 수도 있는 건 아닌지...
세상이 변했지 않은가...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지...
최선의 삶은 아니었지언정 그리 부족한 삶도 아니었지 않나.
나는 내 생활 통지표를 받으면 내친김에 교장, 교감 선생님 등을 송백헌으로 초대하여
정성껏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하였는데...
나는 그냥 학교를 나오고 말았슴다.
나의 전성기는 그래서 망각 속으로 사라져 갈 것임다. -,,-
첫댓글 과거를 잡지ㅣㅣ말고 미래를 바라보자고 하려니 좀 그렇지만... 고맙게 잘 커준 아이들이 있잖은가?
수재를 잡아끄는 것중에 이런 삽삽함도 내면에 있구나....최선의 인생이 존재할까? 내몸이 버텨줄 때까지, 내건강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혼신의 힘으로 달려온 차선의 길에 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번 더 같은 삶이 되풀이 된들
과연 이만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