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4 토요일
태백 구문소로 향하는 길목은, 전국에서 나귀를 타고 오는 동점초등하교 14기 동기
들로 인하여 꽉 막혀 버렸다.(약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은 반가움의 길이요 그리움의 길이었기에, 예순이 넘은
우리는 자신을 잊어 버린 체, 4기통 짜리 나귀가 8기통보다 더 쌩쌩 달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연락하느라 핸드폰이 바쁘기만 하다.
(왜 일까 ?… 모를 일일세…… 정말 모를 일이로세)
먼 대양을 나갔던 연어 떼들이 본향 찾아 회귀하는 것처럼…
마치 우리는 변하지 않은 그 때 그 아이들인 것처럼…
오선지에 지나온 인생사 60년을, 한 순간에 되 돌이 표를 그려 놓은 것처럼…
지각자 하나 없이… 약속장소에 집결… 반가움과 그리움의 충분한 척도를 알 수 있었고
어찌 보면 소풍 가는 날 아이들처럼 설레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변한 만큼 친구도 변했을까.
모른다면 어찌할까.
어쩌다 처음 보는 친구의 얼굴… (가물 가물)
가슴에 걸린 친구의 이름표 … 쓰지 않고 너무나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이름표가 되었
기에, 주변의 통역자 없인 쉽게 답안을 쓰기조차 어려운 지나간 시간을 원망할 수
밖에 없는 답답함이, 우리의 가슴을 더 미이게만 한다.
너무나 길게 비워졌던 시간들… 손 발짓 다해가며 긴 더듬이를 움직여, 친구의 존재를
기가 막히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통점은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던 효자친구 보다, 꼬챙이 들고 온 동네를
쏘다니며 저지레하던 친구들과, 지금 자식들이 들으면 민망할 정도의 별명을 소개하면
이해가 빨랐다.
이젠 군대의 병사처럼 암호로서 친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가슴에 걸린 암행어사
마패 같은 이름표가 없어도 된다.
친구야 ! 가로 막았던 시간들을 걷어 버리고 다시 만나게 되어, 이제서야 친구 너의
두터운 손을 잡게 되는구먼…
산중에 일찍 찾은 어두움도, 우릴 막아 세우지 못 했다.
지나온 얘기와 마른 목청은, 토할 듯이 시간을 재촉하기만 한다.
밴드 연주자가 화장실 다녀 올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들은 발꿈치 들어 외쳤다.
약간의 실수도 친구라는 브랜드 앞에 중화되어 묵인되었고, 누구 하나 퉁퉁 불어 있는 친구 또한 없었다.
잊어 버린 나이는 남자 친구들을 해병용사보다 더 용맹스럽게 만들었고, 여자 친구들은
요즘 소녀시대 윤아 보다도 더 이뻤었다.
고막 째지는 소리도, 버들피리 같은 소리도…
양귀비가 바르던 향내도, 덜 말린 오징어 냄새도…
오광대 춤도, 뒤뚱거리는 말뚝이 춤도… 우리에겐 모두가 베리 굿이다.
<철>이라는 철자도 모르던 시절의 친구들이기에, 어린아이처럼 이쁘게 웃지 않아도
이쁘게 보였고, 날을 세워 한 잠을 못 이뤄도 영원히 웃는 얼굴 하회탈 그대로였다.
다시 찾은 우리들의 초등학교는, 근 50 여년 전의 자신을 운동장 한 가운데 세워
보기도 하고, 변해 버린 교실 속에 마음으로 나마 먼 발치서 앉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우리들이 다니던 길은 초목으로 무성해 흔적조차도 없고, 미술시간의
모델이었던 문방구 앞 소나무 한 그루만이, 저 홀로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1,000 여명이 넘던 아이들의 흔적이, 이제 50 여명 밑으로 남았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목전에 분교를 훤히 보는 듯하여, 머지 않아 <연화봉 바라보는 우리 동점교>의 교가
마저 사라지지 않을 까 라는 아쉬움이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날아 가는 것 같다는 얘길 다시 실감하면서, 나귀가 낑낑소리를 내며 우리가
살던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태백에 거주하는 우리들의 친구들은, 운전하면서 친절한 가이드까지 맡았다.
우리집이 이 자리에 있었는데… 라며 서성거려 보지만, 정확한 좌표가 없어 신작로
위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다.
마을은 인걸이 끊긴 지 오래되어, 그 자리엔 이름 모를 나무와 잡풀들이 엉퀴 성퀴
키재기를 하고 있고, 어쩌다 남아있는 한 두 채도 성한 지붕 하나 없이 반쯤 떨어진
문짝만이 열렸다 닫혔다 를 반복하며 춤을 추고 있을 뿐이다.
마치 도깨비라도 나올 것 만 같다.
더욱 애석한 것은 부모님 모신 산소가 어느 재 아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힘 풀린
다리를 돌려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돌아 오는 길…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차창을 열심히 둘러 본다.
아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외워둔다는 말이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푸르게 채색된 산천도 머지 않아 붉게 변하게 되고,낙엽되어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게
될 것이다.
내 부모님 따라 재를 넘어 태백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내 의지로 그 길을 넘어 온다.
친구들아… 옛날 넘어왔던 그 길이, 고난의 길이였든 가시밭 길이었든… 이젠
그 길을 넘어야만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각자의 현실에서 열심히 살다 옛날 얘기
다시 들려 주자.
우리 친구들이 <청춘을 돌려 다오> <고장 난 벽시계> <여자의 일생>을 많이 부르는걸
보아, 결코 평탄한 삶은 아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으나 어찌하랴…
우린 보릿고개를 경험했으나, 내 자식에게 만큼은 경험토록 해서는 안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손톱 밑에 다시 살이 돋도록 우리는
열심히 살았지 않는가 ?
가난하게 태어 난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늙는다는 것은 우리의 잘못
이다.
본 행사를 준비했던 <재남>이 회장과, 일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준 <영호>와
<호근>이 <영식>이 <선종>이 등 태백에 거주하는 친구들 정말 수고했다.
준비된 잔칫상에 손님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친구들의 마음을 읽어본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도, 동일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 -
2013. 8. 27 동해 금진환 올림
첫댓글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
금진환이 짱이예요 ♥♥♥♥♥
읽으면서 가슴찡함은 공감의표현이겠지 친구들아반가웠다
진한 오빠 역쉬....친구들아 집엔 잘 들어갔니?
나 집앞까지 태워준 윤혁이가 최고 짱이다...고마웠어....
진환이 글 잘 읽었다!
휼륭했어! 재미있고 솔직하고 감동적이고 누구나 느끼고있는 마음을 네가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
내 속이 시원하구나!
글을읽는 내 가슴이 용솟음 친다*
너무 너무 좋았다.!
화이팅 이다!!!!!
감동 또감동 긴해석이 필요없음 친구야고맙다
글 자주 올려라 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