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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Whom the Bell Tolls
- Ernest Miller Hemingway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
제1장
그는 갈색 솔잎이 깔린 바닥에 두 팔을 포개고 그 위에 턱을 고인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는 복사한 군사지도를 땅바닥에 펴 놓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노인은 그의 어깨 너머로 굽어 보았다.
"한데 영감님 성함이 뭐라고 했죠?" "안셀모요."
"한데 당신 이름이 뭐요?" "로베르토입니다."
이 안셀모라는 사람은 훌륭한 안내인으로 산악 지대를 돌아다니는 데는 놀랄 만큼 능숙했다.
"다리를 폭파하는 건 아무것도 아냐. 알고 있나?"
골츠 장군이 연필로 지도 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다리 폭파는 언제 해야 됩니까?" 로버트 조던이 물었다.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소?" 카빈총을 맨 사나이가 물었다. 로버트 조던이 왼쪽 가슴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당신 이름이 뭐죠?" "그건 알아 뭐 하려고?"
"파블로라고 한다오" 노인이 대신 말했다.
지금 넌 다리 폭파원이 아닌가. 사색가가 아니란 말이다. 아 배가 고파 죽겠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파블로한테 먹을 게 많았으면 좋겠는데.
제2장
그들은 울창한 숲 사이를 뚫고 좁다란 골짜기에서 컵 모양으로 꺼진 곳 위쪽 끄트머리에 이르렀다.
"그 여자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은데요. 나를 끔직이 미워하거든요." 집시, 라파엘이 대꾸했다.
"그럼요, 누구의 여자도 아니에요. 물론, 당신의 여자도 아니고요." 마리아라는 젊은 아가씨가 말했다.
"자, 어서 가서 다리나 보고 와요. 당신 물건은 내가 잘 간수해 둘 테니" 파블로의 마누라가 말했다.
제3장
"만약 이 세상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하느님이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아 온 일들을 일어나게 하셨겠어?" 안셀모 영감이 로버트 조던에게 말했다.
"그 좆 같은 다리를 날려 버리고, 젠장 이 좆 같은 산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오." 아구스틴이 물었다.
제4장
두 사람이 동굴 입구에 다다르고 보니 입구에 쳐 놓은 담요 사이로 한 줄기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난 다리를 폭파하지 않겠어" 파블로가 말했다.
"난 그 다리를 폭파하는 데 찬성이야" 파블로의 마누라는 그들 쪽으로 돌아서며 대답했다.
"이곳의 두목은 나야." 파블로의 마누라가 대꾸했다.
제5장
로버트 조던은 동굴 입구에 걸려 있는 안장용 담요를 한쪽으로 밀고 밖으로 나와 싸늘한 밤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 마셨다.
"우린 서너 번이나 당신이 그자를 해치우기를 기다렸어요. 파블로 편은 한 놈도 없으니까" 집시가 말했다.
"자네들과 그 마누라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로버트 조던이 대꾸했다.
내가 보기엔 안셀모와 파블로의 마누라만 정말 공화국을 믿고 있는 것 같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제6장
"이 전쟁을 하는 동안에는 진지하게 날 '동지'라고 불러 줘야 마땅하죠. 농담하는 동안에 부패가 시작되는 법이니까." 로버트 조던이 말했다.
제7장
그는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자, 어서 빨리 할 일을 해요. 그러면 다른 건 모두 사라지고 말 테니까요." 마리아가 헐떡이며 속삭였다.
제8장
사람을 죽여야 했지 사람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게 아니었어요!
제9장
우린 하느님을 없애 버렸지만 하느님이 계신가 봐
제10장
총알을 절약하기 위해서지.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을 나눠 져야 하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 고향에서 파시스트를 학살하던 마지막 광경이었지.
제11장
우리가 여태 이곳에서 살아온 건 순전히 기적이었어.
파시스트 놈들의 기적 같은 태만과 우매 때문이지.
제12장
마리아가 돌아서서 손을 흔들자 엘소르도는 마치 뭔가를 내던지는 것처럼 용무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인사는 아예 집어치우라는 듯 무뚝뚝한 스페인 사람 특유의 독특한 몸짓으로 아무렇게나 팔뚝을 위쪽으로 휙 내저었다.
제13장
그는 시간이 정지하고, 대지가 요동하더니 두 사람의 밑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제14장
그녀는 창기수가 사용할 말을 이끌고 투우장에 들어오는 일을 맡고 있던 파블로와 눈이 맞았다.
제15장
하지만 이 노인은 명령대로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로버트 조던은 생각했다. 이런 일은 스페인에서는 아주 보기 드물거든. 폭풍이 휘몰아치는 데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
제16장
인간들 중에서 제일 추잡한 건 술주정뱅이야. 도둑놈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때는 꼭 딴사람 같지. 강도는 제 집에서는 강도질을 하지 않고, 살인자도 집에 돌아오면 두 손을 씻지.
할 일이 없으면 나가서 용두질이나 쳐.
제17장
"죽여 버려" 필라르가 말했다. "이젠 나도 찬성이야."
제18장
바르셀로나는 꼭 희극 오페라 그대로야. 처음엔 머리가 돈 사람들과 혁명가들의 천국이었지. 하지만 이젠 가짜 군인들의 천국이야.
POUM은 정말 한심한 녀석들이야.
그렇다, 난 정말로 많은 것을 게일로드에서 배웠어.
이 전쟁에서 그가 알게 된 것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19장
불길한 전조를 보고 공포에 떠는 사람은 자신의 최후를 상상하지. 그러면서 상상한 대로 일이 일어났다고 믿어 버리는 거야.
제20장
한밤중 어둠 속에 누워 마리아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날씬하고 미끈하고 따뜻하고 귀여운 그녀의 몸이 자기 몸에 닿는 것을 느꼈다.
제21장
날이 밝으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때 기병의 말 한 마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로버트 조던은 그 사나이의 카키색 담요 케이프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새빨간 휘장을 보았고, 휘장 조금 아래 가슴 한복판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제22장
그 다리만 폭파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고비아를 점령할 수 있어요.
제23장
전 왼쪽 가슴 주머니에는 우리 증명서를, 오른쪽 주머니에는 파시스트 증명서를 넣고 다니죠.
제24장
내일 일을 위해 죽어야 한다면 기꺼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을 거요. 아구스틴이 말을 이었다.
프리미티보 저 녀석도 믿을 만해. 그리고 필라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대단한 여자고, 안셀모 영감도 마찬가지죠. 안드레스도 그래요. 엘라디오도 그렇고. 그리고 페르난도도. 하지만 우리에겐 두 가지 약점이 있소. 집시하고 파블로.
하지만 엘소르도 영감네 일당은 우리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고 할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먼 곳에서 조그마한 폭죽을 잇달아 쏘아 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소르도 영감네 캠프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그럼 도우러 가야지. 사람들을 모아요.
그건 안 돼요. 우린 여기 그냥 있어야 돼요.
제25장
지금까지 들려온 소리로 판단하면 적은 일단 공격해 왔다가 격퇴당한 것 같아요. 공격해 온 놈들이 이제 영감네 소굴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을 겁니다.
놈들은 방어물에 숨어 비행기가 올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제26장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나쁜 화가 미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아닌 한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기 때문이야.
제27장
저항하고 보루를 견고히 하면 승리하리라.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 두 다리로 서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겁니다.
쉰두 살의 나이에 세 군데나 총상을 입고 산꼭대기에서 독 안에 든 쥐처럼 갇혀 있는 엘소르도에게 죽음의 잔은 결코 달지 않았다.
제28장
놈들의 비행기와 자동무기와 탱크와 대포를 모조리 빼앗고 그 대신에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쳐 줘야만 한다고 안셀모 노인이 맞장구쳤다.
제29장
이것 보라고 잉글레스 양반. 오늘 이 일로 낙심할 필요는 없어. 엘소르도 영감이 없다 해도 우리에겐 초소를 공격하고 다리를 폭파할 인원이 충분하니까.
오늘 당신의 판단이 정확한 것에 감탄했지.
파블로가 여전히 술그릇만 바라보며 말했다.
제30장
이 불안감, 안드레스에게 골츠 장군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가지고 가게 한 뒤로 줄곧 그를 사로잡고 있던 증폭된 불안감이 이제는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제31장
아버지는 마을 시장으로 훌륭한 분이었어요.
어머니도 정숙하고 신심이 깊은 가톨릭 신자였는데,
놈들은 어머니를 아버지와 함께 죽여 버렸어요.
아버지가 공화당원이었기 때문이죠.
제32장
같은 날 밤, 마드리드의 게일로드 호텔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파르티잔과 함께 일하고 있는 조던이라는 사나이를 장군님도 아실겁니다. 지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 작전이 있을 곳에 가 있습니다.
제33장
필라르가 그를 깨운 것은 새벽 2시였다.
파블로가 사라졌어. 당신 물건을 갖고 갔어.
제34장
정권 밑에서 살아가는 편이 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쉽거든.
제35장
처음에 그놈을 보았을 때, 그놈이 다정한 척 굴 때가 바로 그놈이 널 배신할 때라고 너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넌 그토록 바보였더냐.
제36장
안드레스는 정부군 초소에서 검문을 받았다.
우린 장티푸스보다 파시스트를 더 많이 죽였소.
제37장
로버트 조던은 마리아와 함께 누워 시계를 보았다.
오직 지금뿐이다. 이 지금 말고 다른 것은 없다.
제38장
땅딸막하고 어깨가 넓은 텁석부리 파블로가 동굴 입구에 서 있었다. 엘리아스와 알레한드로의 부대에서 다섯 사람과 말을 데려왔다.
폭파장치를 버리고는 생각이 달라진 것이었다.
제39장
그들은 어둠을 뚫고 솔밭을 빠져나와 꼭대기의 오솔길을 향해 언덕을 올라갔다. 모두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 느린 걸음이었다. 말들도 안장 가득 짐을 지고 있었다.
제40장
로버트 조던이 자고 있는 동안, 다리 폭파 계획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그리고 그가 마리아와 함께 누워 있는 동안, 안드레스는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제41장
그는 소나무 줄기 뒤에 엎드려서 왼팔에 총을 걸치고는 아래쪽에 점같이 보이는 초소의 불빛을 지켜보았다. 가끔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초소의 보초가 화덕 앞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조던은 그곳에 가만히 엎드린 채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제42장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마르티 동지.
고메스가 갑자기 내뱉었다. 우린 오늘 밤 무정부주의자의 무지 때문에 방해를 받았습니다. 그 다음엔 관료주의적 파시스트들의 태만 때문에 방해를 받았고요. 그리고 이제는 공산주의자의 지나친 의심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장군님은 지금 공격 배치를 하고 있는 위쪽에 계시답니다. 그래서 그것을 참모장에게 주고 왔습니다. 받았다는 서명을 해 주더군요.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폭격기들이 적들을 날려 버릴지 몰라. 어쩌면 아군은 돌격로를 확보하게 될지도 몰라. 골츠는 요구하던 예비 병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폭음이 너무도 요란해서 그는 자신의 생각조차 들을 수 없었다.
제43장
마침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처럼 아름다운 5월 아침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갑작스럽게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버트 조던은 철사 줄로 가슴을 졸라맨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팔꿈치를 고정하고 앞쪽 손잡이의 잘록 들어간 데를 손가락으로 느끼면서 장방형의 가늠쇠를 맞추고 뒤쪽의 장방형의 가늠자를 그 사나이의 가슴 한복판을 향해 겨누고는 가만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빠르고 우아하면서도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기관총의 반동을 어깨에 느꼈고, 도로에 서 있던 사나이는 총알을 맞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앞쪽으로 넘어지더니 길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고꾸라졌다.
그는 철사를 한 바퀴 손목에 감고 안셀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폭파해요!" 그리고 발뒤꿈치에 힘을 주며 손목에 팽팽하게 감은 철사를 힘껏 잡아당겼다.
바로 그때 온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다리 한가운데가 마치 부서지는 파도처럼 공중에 솟구쳐 올랐다.
로버트 조던은 소나무 사이를 빠져 산비탈 위쪽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구스틴이 바로 그 뒤를 따랐고, 뒤이어 파블로가 따라왔다.
이제 당신은 가야해, 토끼. 하지만 난 당신과 함께 가는 거야. 싫어요. 당신 곁에 남겠어요.
동지들은 이제 모두 떠나 버렸고, 그는 홀로 남아서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어쨌든 우린 이 나흘 동안 모든 행복을 실컷 맛본 샘이야.
장교는 이제 일당이 타고 간 말들의 발자국을 따라 조금 빠른 속도로 달려왔기 때문에 조던이 누워 있는 곳에서 20미터쯤 아래쪽을 통과할 참이었다.
그러고는 장교가 솔밭의 양지바른 곳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심장이 숲에 깔려 있는 솔잎에 부딪혀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주요 등장 인물 ♤
로베르토 : 로버트 조던, 폭파병, 잉글레스 양반
미국 몬태나대학교_스페인어 강사
골츠 장군 : 사단장, 러시아인
안셀모 : 노인, 안내인
파블로 : 사내, 현지인(민병대) 두목
필라르 : 파블로 와이프, 실질적 리더
마리아 : 기차폭파 때 구조한 여인, 로베르토 연인
父 공화당원이라서 母도 함께 총살 당함
엘소르도 : 파블로 부대 인근 민병대장(52세)
♤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
1899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生
1917년 오크파크 고등학교 졸업.
<캔자스시티 스타> 수습기자로 취직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이탈리아, 운전기사)
1920년 <토론토 스타> 기자로 일함
1922년 그리스-터키 전쟁 취재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지원(美해군 잠수함 수색)
1944년 <콜리어> 특파원(노르망디상륙작전 취재)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
1961년 卒 (우울증, 엽총으로 자살, 향년 61세)
주요 작품 :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작품 경향 : 허무주의, 극기주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이 자랑하는 작가로
19세기 마크 트웨인과 허먼 멜빌이 꼽힌다면,
20세기에는 헤밍웨이와 포크너가 꼽힌다.
쿠바에서 몇 년간 생활을 했고,
말년엔 피델 카스트로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이 때문에 간첩으로 오해받아 몇 년간 미국 수사당국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