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넥타이’는 최근 정치인들의 상징이 됐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 더 젊고 강렬한 이미지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이런 넥타이를 매면서부터다.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선진 20개국 정상회의(G20) 유치를 확정 지은 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빨간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언론은 이를 두고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넥타이는 남자의 정장 스타일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작지만 ‘표현력’만큼은 중요한 액세서리다.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오늘 어떤 넥타이를 매야 할지 고민이라면 style&의 분석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국내 고급 넥타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2개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에르메스의 판매 결과를 분석했다. 특히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색상별ㆍ무늬별 판매 순위를 내놨다. 에르메스의 멋쟁이 고객들은 어떤 색상의 어떤 무늬 넥타이를 선호하는가도 알아봤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촬영협조=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스
노랑·오렌지…감각 있으시네요 회색·초록…대담하시군요
옷장 문을 연다. 정장 재킷을 고르면서 셔츠를 꺼내 입고 ‘오늘의’ 넥타이를 집어 든다.일상의 반복이지만 선택엔 다 나름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빨강 넥타이를 골라서도 안 된다. 나를 가장 감각적으로 표현해줄 넥타이는 어떤 걸까. 2개 명품 브랜드의 판매 결과 분석을 통해 멋쟁이들의 넥타이 선호도를 조사해 봤다.
글=강승민 기자 ,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시선이 모이는 곳, 남자의 ‘V존’
이달 초 미국 ABC 방송은 “핑크색 넥타이, 경제 부활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리전은행 수석 경제분석가인 로버트 알스브룩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의 넥타이는 경기 동향의 선행지표”라면서 “넥타이가 남성 의상에서 가장 덜 비싼 품목이라 변화를 주기 쉬워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밝고 짙은 분홍색 넥타이를 맨 사람이 늘어났으므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밝은 색을 고른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이 많다는 뜻”이란 게 그 이유다.
별 생각 없이 고른 넥타이 하나에서 경기 동향을 가늠하듯 사람들은 은연중에 상대의 넥타이에서 숨은 의미를 읽어낸다. ‘상대방에게 안정감ㆍ신뢰감을 심어 주려면 청색 넥타이를 매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든가 ‘붉은 색 타이로 당신의 정열을 표현하라’는 얘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색깔이 띠고 있는 상징성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넥타이의 색상과 무늬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재킷의 양쪽 라펠(깃) 사이에 있는 V자 모양의 ‘V존’에 위치하는 넥타이의 역할 때문이다. ‘재킷+셔츠+넥타이’로 이뤄지는 V존의 중심은 목 아래부터 명치 부분까지 보이는 넥타이다. V존에서 더 많이 드러나는 부분은 재킷이나 셔츠지만 넥타이는 몸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사람의 시선을 끄는 힘이 크다. 에스모드 서울의 홍인수 교수는 “정장 스타일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거의 유일한 제품이 넥타이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장 재킷과 바지는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주로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셔츠도 마찬가지다. 시선은 큰 덩어리의 배경인 재킷에서 셔츠로 옮겨져 실질적으로는 몸의 중심에 있는 넥타이로 자연스럽게 집중된다.”
그래서 스타일에 신경 쓰는 남자들은 넥타이를 스타일의 ‘화룡점정’ 또는 ‘자신의 감각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여긴다. (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동물 무늬는 강아지 많이 팔려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의 넥타이를 골라야 ‘감각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005년부터 올 9월까지 페라가모 넥타이 판매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색상은 노랑 계열이었다. 페라가모 관계자에 따르면 노랑의 인기는 “정장 차림에 푸른 색 셔츠를 입는 남성이 많은데 노란색 넥타이가 여기에 가장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푸른색 셔츠에 노랑 넥타이는 청량한 느낌과 함께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넥타이 자체의 색상ㆍ소재ㆍ무늬는 유행 변화가 크지 않아서 넥타이의 인기 색상은 정장 차림의 기본인 셔츠 색에 따라 많이 결정된다. 푸른색 셔츠의 인기는 1996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애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인공 유동근이 입고 나왔던 푸른색 셔츠는 흰색 일색이었던 국내 남성 셔츠 시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여기에 주로 어울려 맸던 색상이 노란색 넥타이였고 이런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페라가모 코리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랑 계열 넥타이의 판매 비율은 전체의 19%로 이와 비슷한 오렌지 색상 계열의 18%와 더하면 거의 10개 중 4개꼴로 푸른 셔츠에 어울리는 넥타이가 인기를 얻었다. 그 다음 비중을 차지한 푸른색 계열(17%)보다 노랑+오렌지 계열이 2배 이상 많이 팔린 셈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판매 실적을 분석한 에르메스에서도 노랑(12%) 계열과 오렌지(16%) 계열, 즉 푸른 셔츠에 어울리는 색상의 넥타이가 가장 사랑받았다. 다음 순위는 페라가모와 마찬가지로 하늘색을 포함한 푸른색 계열(24%)이었다. 두 브랜드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모임에서 너무 튀지 않으려면 노랑ㆍ오렌지 또는 파랑 계열의 넥타이가 가장 무난한 색이란 게 결론이다. 페라가모에선 빨강ㆍ분홍ㆍ보라 계열이 10%씩이었고, 에르메스에서도 같은 계열의 색상과 녹색 계열 넥타이가 판매 순위 3~6위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동물무늬 중에선 강아지 무늬가 가장 많이 팔렸다. 특히 동물무늬 넥타이 판매에서 강세를 보이는 페라가모에선 판매된 넥타이 5개 중 1개가 강아지 무늬였다. 다음으론 물고기·거북이ㆍ코끼리 무늬 등이 뒤를 이었다. 에르메스에선 학과 거북이ㆍ기린ㆍ말 무늬 등이 골고루 사랑받았다.
1 넥타이를 풀 때 타이 끝을 잡아 매듭에서 빼내는 남성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넥타이 모양이 망가지고 주름이 진다. 잡아당기지 말고 매듭을 맬 때의 정반대 순서로 매듭부터 풀어 보관한다. 같은 넥타이를 매일 매는 것보다는 주름이 저절로 펴지도록 며칠 걸어 두는 것이 좋다.
2 넥타이의 매듭은 셔츠 칼라의 형태와 얼굴형에 따라 매는 게 좋다. 목이 짧고 굵은 편인데 매듭이 너무 두껍고 크면 부담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다.
3 셔츠의 양쪽 칼라 폭이 좁다면 넥타이 매듭이 굵은 ‘윈저 노트’는 피한다. 윈저 노트는 역삼각형 매듭의 양쪽 등변이 이루는 각이 넓어 폭 좁은 칼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4 넥타이의 색과 무늬는 얼굴형과 체형도 보완해 줄 수 있다. V존에서 넥타이가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얼굴이 검은 편이라면 검은 피부를 강조하는 밝은 색 셔츠는 피하고 베이지 또는 연한 회색 같은 중간색 셔츠와 짙은 색 넥타이가 좋다. 키가 작고 살집이 있는 편이라면 세로 또는 사선 줄무늬 넥타이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좋다.
5 넥타이의 넓은 쪽 끝을 ‘대검’이라고 한다. 대검 끝 삼각형 부분을 반으로 접었을 때 양쪽이 정확하게 포개져야 좋은 넥타이다. 넥타이를 손으로 꽉 쥐었다가 폈을 때 구김이 많이 남는다면 소재나 심지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이다.
6 대검 뒤에 보면 고리 모양의 실이 살짝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건 불량품이 아니다. 넥타이 천을 꿰매면서 몇 cm 정도 여유를 둬야 천이 뒤틀리거나 넥타이 모양이 변형되지 않는다. 이 고리는 손바느질로만 만들 수 있으므로 ‘고급 수제 넥타이’라는 표시도 된다.
7 100% 실크 넥타이가 비싸고 세탁도 까다롭지만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소재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실크는 색상이 곱게 표현되고 감촉도 좋을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장점이 많다. 탄력이 좋기 때문에 넥타이처럼 매듭을 묶고 푸는 것을 반복했을 때 원형으로 복원이 잘 되고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
8 손 거스름 등에 걸려 실크 넥타이 올이 튀어 올랐을 땐, 잡아당기지 말고 라이터 등으로 살짝 태우거나 가위로 바싹 잘라내는 게 좋다.
9 넥타이에 다리미 쇠판을 직접 대고 주름을 펴면 넥타이 모양을 잡아 주는 심지가 상할 수 있다. 때문에 넥타이 주름은 스팀다리미를 이용해 가볍게 펴주는 것이 좋다.
패션 피플 12인에게 물어 보니 감색 양복에 큐빅 박힌 넥타이, 이건 아니죠
나에게 넥타이란
-정장 재킷에 적당히 걸친 넥타이는 ‘계륵’이다. 슈트와의 조화를 제대로 살려 고른 넥타이는 ‘화룡점정’이다.(이상각ㆍ37ㆍ제일모직 과장)
-정장 차림에서 슈트만으로는 보여주기 힘든 나만의 감각 표현 수단.
(여성수ㆍ35ㆍSK네트웍스 클럽모나코)
-제대로 된 슈트 차림과 어울린 멋진 넥타이는 입은 사람의 격을 높여준다.(송인엽ㆍ35ㆍ솔리드옴므)
이런 넥타이가 좋다
-주인공처럼 보이고 싶다면 붉은색 넥타이가 좋다. 빨강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색은 없으니까.(김용찬ㆍ41ㆍ코오롱 FnC 부문 어반 캐주얼 기획BU 부장)
-짙은 감색 또는 감색 바탕에 빨강 사선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는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준다. 특히 감색은 안정감 있어 보여 좋다.(장인태ㆍ30ㆍ시스템옴므 디자인실)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슈트 차림에 때때로 유머가 곁들여진 넥타이를 매주면 여유를 표현할 수 있다. 회색 넥타이는 중대한 회의나 의사 결정 모임에서 권할 만하다.(전명진ㆍ35ㆍ제일모직 과장)
-짙은 회색 넥타이는 깔끔하면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아 스타일과 품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다.(류제혁ㆍ31ㆍ솔리드옴므)
-무늬 없는 넥타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색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슈트에 감각을 더할 수 있다. 감색 중 살짝 광택이 도는 것이라면 과하지 않게 개성을 살릴 수 있다.(김지상ㆍ30ㆍ솔리드옴므)
이런 차림에 이 넥타이만은 제발
-슈트 실루엣과 넥타이를 맞춰야 한다. 슬림한 실루엣의 슈트에 재킷 라펠도 좁은데 폭 넓은 넥타이는 절대 금물. 넥타이는 셔츠에 더하는 거추장스러운 부속물이 아니라 정장 패션의 완성이다.(김용찬 부장)
-업무상 만남에서 짙은 감색 슈트를 입었다면 반짝이는 큐빅이 박힌 넥타이는 정말 아니다.(손형오ㆍ38ㆍ코오롱 FnC 커스텀멜로우 디자인실장)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라면 동물무늬 넥타이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김창수ㆍ36ㆍSK 네트웍스 과장)
-격식을 갖춰야 할 자리에 지나치게 폭이 좁은 넥타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김현재ㆍ27ㆍ솔리드옴므)
-체크 무늬의 캐주얼 셔츠에 줄무늬 넥타이. 최악의 조합이다.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갈 때 나비넥타이 차림은 웨이터와 구별이 힘들어 보이지 않을까.(이창희ㆍ35ㆍ솔리드옴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