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r.blog.yahoo.com/h960742/1233223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데쓰프루프'(Death Proof, 2007년)는 과거 동시상영관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B급 영화다.
아닌게 아니라, 이 작품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든 '플래닛테러'와 하나로 묶여서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상영된 작품이었다.
미국에서는 두 편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속해서 동시 상영됐고, 국내에서는 각기 나눠서 개봉했다.
참고로, 그라인드 하우스는 동시상영관을 말한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1970~80년대 국내에는 동시상영관 천지였다.
시내 개봉관이 아닌 동네 극장은 모두 동시상영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중, 고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벤허' '머나먼 다리' 등의 영화관람을 갔는데, 그럴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빠져나와 동시상영관으로 달려갔다.
우선 동시상영관은 시도 때도 없이 표를 팔았다.
심지어 상영 중간에도 표를 팔았는데, 그래도 가능한 것이, 중간부터 보고 기다렸다가 다음회를 또 보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좌석번호도 없다.
좌석도 지금처럼 푹신한 시트가 아닌 이발소 의자처럼 비닐로 된 딱딱한 의자였다.
영화는 낡은 영사기와 필름 때문에 시종일관 화면 가득 비가 내리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중간에 필름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어른들은 담배를 피워물고 기다렸고 애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그곳에서 이소룡을 만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환호했으며 얄개 이승현과 함께 웃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서 이 같은 동시상영관의 추억을 가득 살려냈다.
우선 영화는 화면 가득 비가 내리고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한다.
과거 동시상영했던 B급 영화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영상에 흠집을 냈다.
영상만 그런게 아니라 내용도 전형적인 B급 영화다.
스턴트맨 출신의 마초맨인 주인공 마이크(커트 러셀)는 여자들이 탄 자동차만 쫓아다니며 들이받아 죽인다.
거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다.
영화는 왜 마이크가 미쳐 날뛰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마이크의 광폭한 행동에 같이 흥분하고, 마이크가 처절하게 박살나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면 될 뿐이다.
영화는 심오한 메시지와 철학을 찾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액션이 끝남과 동시에 비디오 게임처럼 갑자기 막을 내린다.
엔딩 타이틀과 함께 흐르는 경쾌한 음악은 B급 영화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냐는 듯이 비웃는 타란티노 감독의 웃음소리같다.
비록 이야기의 개연성은 떨어지고 황당하지만 상영시간이 더 할 수 없이 즐거운 오락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제대로(?) 만든 B급 영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의도된 스크래치 때문에 따로 화질을 논하는게 무의미하다.
그런 와중에도 강렬한 색감이 눈에 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적당한 편.
심지어 음향 조차 일부러 끊어지고 튀게 만들어 간혹 이상하게 들릴때가 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나 원래 음성해설은 아예 녹음을 하지 않았다.
부록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인터뷰 등이 있으며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부르는 노래가 노컷으로 들어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재치와 악동 기질이 제대로 빛을 발한 영화다.
화면 가득 잡티와 스크래치가 보인다. 70년대 동시상영한 B급 영화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흠집을 냈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번 영화에도 카메오 출연을 했다.
타란티노는 카메오 뿐만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했다.
중간 인서트 컷은 독특하게도 흑백이다. 주인공을 맡은 커트 러셀은 배우 빙 러셀의 아들이다. 커트는 실제 자동차 운전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커트 뿐만 아니라 그의 여동생도 인디500 자동차 경주에 참가한 최초의 여성 카레이서다.
'킬 빌'처럼 이 작품 역시 타란티노의 음악 선곡 감각이 돋보인다.
제목인 데쓰프루프는 방수를 뜻하는 워터 프루프처럼 죽음을 막아준다는 뜻. 스턴트맨들이 위험한 사고에서도 죽지않도록 설계된 자동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주인공 마이크는 일부러 무지막지한 교통사고를 내서 여자들을 죽인다. 희생양이 된 붉은 색 승용차는 혼다 시빅, 죽음을 몰고온 마이크의 차는 셀비 노바.
극중 스턴트우먼을 연기한 조이 벨(오른쪽)은 실제로 뉴질랜드 출신의 스턴트우먼이다. 그는 '킬 빌'에서 우마 서먼, '캣 우먼'에서는 샤론 스톤 대역을 맡아 스턴트 연기를 했다. 또 TV시리즈 '원더우먼'에서 린다 카터 대역을 한 지니 에퍼와 함께 '더블데어'라는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조이 벨은 스턴트맨 출신답게 위험천만한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리 역을 연기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노래 솜씨가 일품이다. DVD 부록에는 그의 노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영상이 들어 있다.
닷지와 닷지의 결투다. 흰색 차는 1970년판 닷지 챌린저, 검은 색 차는 닷지 차저.
가공할 자동추 추격 장면은 역대 유명 스턴트맨들이 총동원됐다. 검은 색 차는 커트 러셀을 대신해 버디 조 후커라는 노장 스턴트맨이 몰았다.
여성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