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란, 대회에서 자기가 목표한 기록에 성공할 수 있도록
대회 경험을 살려 적정한 힘과 속도를 안배하여 러너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우리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등뒤에 목표기록을 붙이고 머리 위에
풍선을 달고 달리는 러너들을 볼 수 있는데, 이분들이 바로 페이스
메이커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춘천 마라톤에서도 많은 분들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임했고
그래서 그 분들이 게제한 대회 전략과 시간계획을 만남의 광장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분들이 올린 시간표를 보고 느낀바가 있어서 이렇게 나의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대회 출발점에 풍선을 단 페이스 메이커가 있으면 그 곳에 러너들이
모인다. 그러면 페이스 메이커는 대회 전략과 시간계획을 이야기하고
멋지게 완주를 하여 골인 점에서 고통의 희열을 함께 하자고 결의를
한다.
그러나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한 러너들 중에 몇 퍼센트나 골인 점에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골인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적은,
그러니까 불과 몇 퍼센트의 러너들만이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러너들을 이끌고 골인 점에 들어오는 러너들도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대회에서 함께 한 러너들과 우정을 나누며 교분을 쌓아 가는
페이스 메이커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 만난 러너들을 골인 점까지 많은 수를 이끌고 들어오는
페이스 메이커가 성공한 페이스 메이커라고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페이스 메이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중간 중간 러너들이 함께 하였다가 멀어지고, 또 다른 러너들이
함께 하였다가 멀어지고 하는...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완행열차처럼, 간이역에서 탄 손님들이
또 다른 간이역에서 내리고, 그러다가 또 타고 내리고, 또 타고 하면서...
종착역까지 가는 손님은 거의 종착역 한 두 정거장 못 미쳐서 탄 손님
밖에 없는 그런 것을 말함이다.
그래서 페이스 메이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려는 의지가 서려
있는 시간계획을 한 페이스 메이커와 위에서 언급한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보다는 중간 중간 러너들에게 시간전략의 경고를 주어 타고 내리게
하는 페이스 메이커로.. 두 종류로 나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 페이스 메이커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겠다는 의지
하에 시간전략을 짜는 것으로 나는 이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페이스 전략에서 고민한 흔적도 볼 수 있고 성공적으로 페이스 메이
커를 해야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과 기대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러너가 별로 없이 타고 내리는 러너가 많고, 결국 40키로 미터나 그
이후에 만난 러너 몇 명을 이끌고 골인 점에 들어온다면, 이것은
처음에 의도한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이며 무엇이 문제점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년 춘천 마라톤에서 3시간 59분대에 골인한 러너 65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금번 춘천 마라톤에서 4시간에 레이스를
끝내겠다는 7명의 페이스 메이커의 시간계획을 보고 약간의 간격이
있음을 발견했다.
간략이 말하면 러너들의 페이스는 초반에 빠르고 후반에 느린 반면에
페이스 메이커들의 시간계획은 초반과 후반의 시간계획이 거의 비슷하
다는 것이다.
물론, 풀 코스 마라톤에서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정하게 달리는 것이
초반 오버페이스를 방지하고 후반까지 힘을 아끼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마라토너 중에 전반과 후반을 균일하게 페이스를
조절하여 기복이 없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러너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어차피 25키로 미터 이후는 속도가 느려지는 게 당연한 것이고
30키로 이후에는 고통을 인내하면서 처절하게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면서 달리는 것인데, 후반에도 초반처럼 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대회에 참가해 보면 물결이라는 것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초반에
마라톤의 대열이 형성이 되면 강물처럼 물결을 이루어 흘러간다.
그리고 그 물결은 골인 점까지 계속 이어진다.
물론, 중간 중간에 추월을 하는 러너들도 있고, 뒤쳐지는 러너들도
있다. 그러나 본류는 그대로 흘러간다. 이 본류의 속도가 적정한
페이스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본류의 속도는 초반에 빠르다가 중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느려
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년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59분대를 기록한
러너들의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구간별 시간을 알아보자.
10키로 미터 통과기록 53분( 5키로 미터평균, 26분 30초)
20키로 미터 통과기록 1시간 47분(5키로 미터 평균기록 27분)
30키로 미터 통과기록 2시간 43분(5키로 미터 평균기록 29분)
40키로 미터 통과기록 3시간 45분(5키로 미터 평균기록 31분)
42.195키로 미터 통과기록 3시간 59분( 14분 여 소요)
이렇듯, 러너들의 속도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느려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 메이커들의 시간전략은 초반과 중 후반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궁금하시면 확인해 보시길.....)
물론 앞에서 언급을 했듯이 처음에 만난 러너들을 끝까지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이 아니라면 이 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시간 전략을 재고 해 볼 필요가 있으며, 물결을
이루어 흘러가는 러너의 속도에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러너들도 페이스 메이커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자기의 페이스에 맞게
전략을 세운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는 것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서,
대략 몇 키로 지점에서 페이스 메이커에 합류할 것인지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체크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아무튼, 이번 춘천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맡으신 모든
분들에게 같은 러너로서 존경을 표하며, 또 페이스 메이커를 하신 분들과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달린 분 모두가 골인 점에서 감격의 환희를
함께 나누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