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mulun 번 호 : 1565
작 성 일 : 2001/09/17 (월) PM 05:06:27 (수정 2001/09/17 (월) PM 05:14:14) 조 회 : 44
#어느 넓은 들판
봄의 기운이 만연한 어느 들판.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고.. 이름 모를 여러 꽃이 빛을 받으며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다. 찬찬히 들판을 살피며 오른 쪽으로 카메라 이동하면 아기자기한 별장이 보인다. 잠시 후, 별장의 문이 열리고 남자 두 명이 걸어 나온다. 약간 늙은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자에게 무언 가를 건네주면 모자를 눌러 쓴 남자, 잠시 망설이더니 받아 들고 인사를 하며 별장을 떠나는 모습에서 D.
#기차 간이역
사람이 별로 없는 한가한 간이역. 대합실에 늙은 할머니와 꼬마 아이가 장난치며 놀고 있다.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이 제멋대로 굴러가서 누군가의 발 밑에서 멈춘다. 위로 시선을 올리면 아까 모자를 푹 눌러쓰던 남자다. 멀뚱히 공을 바라보던 남자, 아이가 공을 주워달라고 말하면 잠시 머뭇거리더니 무시하고 지나친다.
할머니(혀를 차며)쯧쯧..하여튼 요즘 젊은 애들은..(일어나서 공을 주워 아이에게 준다.)이까짓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러누..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는 공을 받으며 즐거운 듯 연신 깔깔거리며 대합실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논다. 모자를 쓴 남자, 의자에 앉아 짐을 내려놓으며 이어폰을 낀 채 한가한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있는 눈동자를 비추며 카메라 점점 멀어지는 데에서..
track two..슬픈 아픔 sung by SEOTAEJI&BOYS….first fragment
E)전시회~~?
# 2학년 5반 교실
기가막히다는 흥수의 표정 옆에 맘에 안든다는 애라의 표정이 보인다. 둘의 시선을 따라가면 의기양양한 모습의 혜원이 보인다.
혜원(안내지를 펼치며)그래~~이거 봐. (전단지를 손으로 가리키며)나이나 자격에 제한 없이 참가한 작품들 중 수준 높은 걸 전시한대잖아.(기쁜 듯)아마추어나 프로의 좋은 작품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구.
애라(관심없다.)신혜원이 전시회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네.(손을 내저으며)콘서트라면 또 모를까. 난 미술엔 관심 없어.
혜원(책상을 탕탕 치며)무~~씩한 것들!! 늬들이 자꾸 그러니까 정서가 메말라 가는 거야!! 정서가 메마르면 음악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구!!
애라(뾰로통)치. 콘서트나 한 번이라도 가봤음 이러진 않지. 우린 음악 동아린데 왜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거야?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반응에 혜원,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안내재를 들고 한숨을 쉰다.
혜원(한숨)에이 참..신화도 가기 싫다고 했는데..혼자 가야 하나..
E)뭔데?
혜원, 고개 돌리면 지민이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아이들, 지민의 뒤에 있는 가방을 보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혜원(찌푸리며)지금 온 거야?(시계를 보며)..1교시가 끝난 마당에 등교라니..(째려본다.)
흥수(혀를 찬다.)어째 이번 달은 지각이 많다, 너?
애라(걱정스러운 듯)야, 3번 이상은 결석 이라며. 출석일수 모자라면 어떡해?
지민(가방을 걸며)결석 몇 번 한다고 해서 출석일수 모자라진 않아.(혜원에게)무슨 얘기 하던 거였어?
유미(고개를 들고)…혜원이가 미술부에 가고 싶나봐..
지민(벙한)…뭐?
애라(한숨을 쉬며 유미를 툭툭 친다.)자다가 들으니까 완전히 혼자 편집을 하셨어.
흥수(의자를 제자리에 갖다 놓으며)그게 아니고..전시회에 가고 싶으시단다.
지민(눈을 동그랗게 뜨고)..전시회? 미술 전시회 얘기야?
혜원 어..(한숨을 쉬고)꼭 가보고 싶은데..다들 가기 싫다고 하잖아.
지민(웃으며)신화는? 걔도 가기 싫대?
혜원(뾰로통)그 녀석은 전시회같은 거 싫어해.(투덜)좀 같이 가면 어때서..
혜원이 들고 있는 안내지를 보면 ‘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라고 적혀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민, 한 장을 넘기면 각 전시관 별로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설명되어 있다.
지민(중얼)..봄이라..(혜원에게)..근데 갑자기 전시회는 왜?
혜원(책 피며)봄이라서 나른하기도 하고..쌓인 것도 좀 풀까 해서..(지민에게)같이 안 갈래?
지민(웃으며)글쎄..하교 후에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아서..
혜원(한숨)그래….(엎드린다.)아아..가고 싶다..
흥수(퉁)완전 바람났네, 바람났어.
E)누가 바람났다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 돌리면 무서운 표정의 광도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흥수,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광도(큰 소리로)박흥수! 1반 녀석이 왜 여기 와 있어!(버럭)당장 너희 반 가지 못해!
흥수, 재빨리 교실 뒷 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가고 아이들, 조용히 책을 피고 광도의 눈치를 살핀다.
광도(냉랭)봄이다 뭐다 해서 잠이 오네, 놀고 싶네 떠드는 녀석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지민 째려보며)이미 기강이 흐트러진 녀석도 다 파악 했어! (교탁을 탕탕 친다.)정신들 차려! 지금부터 이 따위 정신을 갖고 있으면 내년 중요한 시기는 더욱 넘기기가 힘들다! 알았나!
아이들, 힘 없이 예~하고 대답하고 진도에 맞춰 책을 피면 광도, 수업을 시작한다. 혜원, 말 없이 책을 바라보다가 멍하니 창 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중얼 거린다.
혜원(중얼)..진짜 가고 싶은데..
중얼거리는 혜원을 바라보는 지민과 옆 분단의 신화의 얼굴에서 F.O.
E)이번 달만 해도 5번이야, 5번!!
#교무실
화난 듯 큰 소리를 내는 광도의 옆에 지민이 서 있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지민이 맘에 안 드는 듯 더욱 큰소리를 내며 출석부를 거칠게 뒤적인다.
광도(화난)내가, 너희 담임선생님을 봐서 웬만하면 어느 정도는 봐주려고 했는데..이게 뭐야, 어!!(손으로 짚어가며)지난 주에 2번. 이번 주..이것 봐! 이틀 전에도 지각이고 오늘도 지각이야!
지민 …
광도 그것도 몇 분 지각의 차원이 아냐, 넌! 1교시가 끝나고 오는게 태반이야! (버럭)대체 어디다가 정신을 팔아먹고 다니는 거야!
지민 …
광도 집안 믿고 까부는 것도 정도가 있어. 한번 만 더 걸리면 한 달동안 봉사활동 시킬 테니 그리 알아! 알았어?
지민 …예..
무표정하게 대답하는 지민의 모습에 광도, 더욱 화가 난듯 몸을 돌려 머리만 긁적인다. 주위 선생님들 광도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교무실 문을 열고 재하가 들어온다.
재하(밝게)엇차~1교시 수업, 잘들 마치셨습..(분위기가 이상하다)..왜 그러시는..
복만(광도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재하에게 조용히 하라고 제스처를 준다.)
재하(광도 쪽을 바라보고 지민이 서 있는 걸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 짓다가 표정을 바꾼다.)참~주임 선생님. 교감 선생님께서 좀 뵙자고 하시는 데요?
광도(지민을 관리 잘 못하는 재하가 맘에 안 든다.)..뭐요?
재하(쓴 웃음)아뇨..아까 오다가 들었는데..교장실로 좀 오시라는..
E)됐습니다, 이 선생.
재하의 뒤로 명교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광도, 자리에서 일어나면 명 교감 뒤로 따라들어오는 남학생이 보인다.
일평(남학생을 보고)..전학생인가? (고개 저으며)타이밍도 안 좋게 오는 구만..
광도(일평을 째려보다가)..절 찾으신다고 들었는데..
명 교감 아, 잠깐 이리 좀 와보세요. 이 선생님도요.
재하, 지민의 옆으로 슬쩍 다가가서 가라고 제스처를 넣어 주면, 지민 피식 웃으며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간다. 지민이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학생, 명교감의 인도에 따라 앞으로 선다.
명 교감(재하와 광도에게)이번에 2학년 5반으로 전학온 학생입니다.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왔으니 잘들 좀 보살펴 주세요.(광도에게)학생부 기록은 내일 가져온다고 합니다. 교복문제와 교과서 문제가 아직 남아 있으니 주임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 좀 챙겨주세요.
광도 ..예..
재하(웃으며)저희 반이야 언제나 환영이죠.(학생에게)야~너 아주 복 받은 거다. 우리 반에 전학 오다니 말야.
학생(말없이 고개만 까딱하며 인사한다.)
재하(무안한)..음..수줍움이 많구나..하하..
광도(재하를 째려보다가)..교복문제는 그렇다 치고 교과서가 문제군.(학생에게)..교과서가 얼마나 다르지?
학생 거의 비슷합니다. 과학이랑 영어가 좀 다른데요..
광도(재하에게)이 선생. 반장을 시켜서 거 왜..물려 받은 교과서 쌓아 둔 곳에 가서 괜찮은 것 좀 골라주세요.
재하 아..예..
학생 …
무표정한 학생의 얼굴과 씁쓸한 재하의 표정이 보이는 데에서 F.O.
# 복도
한숨을 쉬며 복도 창가에 기대있는 지민.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지민의 짧은 머리가 바람에 움직인다. 조용히 바람을 느끼던 지민, 수업 종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재하(지민 보며)어, 지민아.
지민(고개 돌리며)안녕하세요.(옆에 서 있는 학생을 쳐다본다.)
재하(웃으며)아, 우리 반에 전학 온 학생이란다.(장난스레)잘생기지 않았냐?
지민(웃으며)이번 시간 선생님 시간인데..딱 맞네요.
재하(걸음을 옮기며)으음..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가 귀에 들리는 구나..(슬픈 듯)이래서야 내가 설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민 뭐..신화나 태훈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그렇게 되시지 않으셨어요?
재하(피식)그런 가?(학생에게)너도 조심해야한다. 우리 반 남자애들이 꽤 잘생겼거든.
학생 …
또다시 무안한 재하, 헛기침을 하곤 교실 문을 활짝 연다. 지민, 전학생을 힐끔 쳐다보더니 자신을 뒷문으로 돌아서 들어간다. 덤덤히 책을 보던 태훈, 지민이 들어오자 지민을 쳐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한숨을 쉬며 눈을 감는다.
지민 ….(몸을 돌려 자리로 간다.)
태훈(말 없이 안경을 닦고는 교과서를 꺼낸다.)..전학생인가..
여자아이들, 재하 옆에 따라들어온 남자애를 보곤 환호성을 지른다. 애라, 이게 웬 떡이냐 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인다.
애라(황홀한)웬일이니~태훈이나 신화만으로도 벅찬데..또 미남이다, 야..
유미(중얼)그럼 뭐해…잡지도 못하는데..
애라(째려보며)내가 먼저 찜했다.(무서운 얼굴로)건드리지 마.(혜원에게)너도(지민에게)너도.
혜원(못 마땅한)그 관심을 좀 다른데다가 쏟아봐라.(중얼)전시회는 관심도 없으면서..
애라(못 들었다)조용, 조용. 이름 말하려나 봐.
지민 …
재하 옆에 서 있던 전학생, 가벼운 미소를 띄며 인사를 한다.
형주(인사를 하며)김형주라고 합니다. 중간에 전학와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많이 도와주세요. 여러분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재하(여자아이들의 환호성을 진정시키며)자..조용. 너희들, 중간에 전학왔다고 해서 따돌리거나 그럼 안된다. 알겠지??
여자아이들(거의 발악이다)네에~~~
신화(피식)난리 났구만..(형주보며)..흐음..전학생이라..(힐끔 지민을 쳐다본다.)
지민(웃으며 혜원과 얘기하다가 시선을 느낀다.)…(신화 보며)왜?
신화 아니..아무것도.
지민 ??
신화(중얼)..아닌가?
재하(교탁을 탕탕 치며)자자..이제 수업을 시작해야지.(형주에게)넌..음..(태훈의 옆자리 가리키며)저기 앉아라. 무뚝뚝하긴 하지만 도움은 될 거다.(태훈에게)한태훈!
태훈(묵묵히 책을 보다가)..예?(반 전체 시선이 자신에게 모아져 있자 얼굴을 찡그린다)..저요?
재하(한껏 위엄있게)전학생을 네 옆에 앉힐 테니 여러모로 도움을 주기 바란다. 여학생들 대할 때 처럼 무뚝뚝하게 하면 안된다, 알았지?
아이들, 킥킥 대고 여자아이들, 잘 됐다는 듯 태훈과 형주를 번갈아 보며 눈을 반짝인다. 뒷 자리의 태훈을 힐끔 쳐다보던 지민, 관심 없다는 듯 이내 고개를 돌린다. 태훈, 가벼운 미소를 띈 형주를 쳐다보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태훈(별 관심 없다.)예.
재하(고개 끄덕인다.)그럼, 믿는다.(좌중을 둘러보며)자아~~새 친구가 왔으니 새 기분으로 공부를 하자!
아이들(원성이다)전학생이 왔으니까 놀아요~~
재하(책을 촥 펴며)진도가 늦은 거 알지?(단호한)자~~책 펴라~~
아이들 원성 사이로 형주가 지나가며 뒷 자리에 다가간다. 태훈의 옆 자리에 털썩 앉고 가방을 걸어놓고는 형주, 태훈에게 인사한다.
형주(웃으며)안녕. 김형주라고 해.
태훈(안경을 벗으며)..한태훈이다. 잘 부탁 해.
형주(악수 하며)음. 나도 잘 부탁 해.
태훈(악수를 하며 고개를 까닥하고 다시 안경을 쓴다.)음..
형주(앞을 보며)내가 알아서 할 테니 도움은 안 줘도 돼.
태훈(무슨 소린가 싶어서 형주를 쳐다본다.)…뭐?
형주(웃으며)아니..괜히 도움을 준다고 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아까 선생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신 것 같아서.
태훈(말 없이 형주를 쳐다보다가 다시 책으로 고개 돌린다.)..별로 그럴 생각은 없는데..
형주(피식)그럼 다행이고.
이내 앞을 보며 수업을 듣는 형주를 쳐다보는 태훈, 관심 없다는 듯 자신도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둘의 모습, 뒷 모습으로 길게 비추는 모습에서 D.
#점심시간
흥수와 성제가 와서 같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열심히 먹어대던 흥수, 깨작깨작 힘없이 먹는 혜원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신화를 툭 친다.
신화(찡그리며)..왜 쳐?
흥수 쟤 좀 어떻게 해 봐라. 힘이 넘치던 애가 저러니까 밥이 안 넘어 간다.
신화(퉁)왜 나한테 그래? 그럼 네가 같이 가주던지..
흥수(고개를 설레 설레 흔든다)난 그런 곳에 가면 온 몸에 부스러리가 나는 사람이다.(중얼)넌 소꿉친구니까 좀 맞춰줄 수 있을 거 아냐..
신화(피식)임마. 소꿉친구라도 그런 거 까지 맞춰주는 놈이 어딨냐?
성제(신화와 흥수를 쳐다보며)..무슨 얘기야? 혜원이가 뭐?
애라(밥을 먹으며)얘가 갑자기 (강조)미!술! 전시회에 가고 싶다고 난리잖니..
형주(뒷 자리에서 말 없이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든다.)…
성제(웃으며)미술 전시회? 갑자기 왜?
애라 그걸 우리도 모르겠다니까.(입을 내밀며)평소엔 미술의 미자도 꺼내지 않던 녀석이 갑자기 전시회 타령이니..
형주(말 없이 앉아 있지만 대화를 듣고 있다.)
태훈(안경을 쓴 채 책을 보며 이상한 녀석이라는 듯 형주를 힐끔 쳐다본다.)
성제(혜원에게)전시회에 가고 싶은 이유를 물어도 돼?
혜원(힘없이)..몰라..
흥수 야, 성제가 이렇게 물으면 대답해 주는 게 좋은 거야. 같이 가 줄지도 모르잖냐.
혜원(짜증)아,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냥 어디론가 가고 싶었던 건데..
성제(웃으며)그럼 굳이 미술 전시회가 아니어도 되는 거네?
혜원(짜증나서 만사가 다 귀찮다)아, 몰라..하여튼 어디론 가 가고 싶어..
신화(퉁)것 봐라. 웬일로 얘가 미술에 관심을 갖나 했다..
애라(혜원에게)그럼, 전시회 말고 다른 곳에 가자. 난 그런데 가기 싫단 말야~
유미(눈을 반짝이며)그럼, 우리 주말에 어디 놀러가자. 난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흥수(고개 끄덕이며)음..그런 데라면 나도 갈 용의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며)같이 가자, 어때?
E)탕!
교실에서 밥 먹던 아이들,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뒤를 쳐다보면 형주가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옆에 앉아 있던 태훈, 약간 놀란 듯 형주를 쳐다보면 굳은 표정의 형주가 눈에 들어온다.
태훈(물끄러미 쳐다보며)…어이, 괜찮냐?
형주(말없이 굳은 표정인)…
태훈(참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가 입을 열려고 하면 밖에 서 있는 연진이 보인다.)…
연진(교실로 들어온다.)..4교시가 늦게 끝났어.(형주를 힐끔 쳐다본다. 관심없다.)..짝 바꿨나 보지?
태훈(안경을 벗는다.)..음..(형주를 힐끔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쉰다.)나가자.
태훈이 연진을 데리고 나가면 주변 여자아이들 서로 수근 거린다.
여자1(밥 먹으며)완전 시중이야, 시중.
여자2(화난다)태훈이가 뭐가 모자라서 저런 애 말을 저렇게 들어줘야 하는 거야?
여자3(물 마시며)공부잘하지, 잘생겼지, 여자아이들한테 잘 대해주지..(생각하다가)또 뭘 잘하지?
여자2 노래도 잘 하잖아.(생각난 듯)저번 서울시 포트폴리오도 쟤가 대상 먹었어.
여자1(황홀한듯)역시 모든게 완벽한 아이라니까..
가만히 서 있던 형주, 쓰러진 의자를 일으키더니 성큼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옆에서 떠들던 아이들, 자신들이 뭘 잘못 말했나 싶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그런 형주를 쳐다보는 신화와 성제의 모습에서 D.
E)패턴을 좀 바꾸는 게 어때?
#옥상
허공을 응시한채 바람을 느끼던 지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뜬다.
지민(뒤도 안 보고)..아까 애들 점심 먹을 때 넌 안 보이던데..
정연 음..수업이 늦게 끝났어.
지민 배 안 고파?
정연(지민 옆으로 다가가서)너랑 같이 먹지, 뭐.
지민(피식)안 먹을 생각인데..
정연(상관없다)그럼 나도 안 먹어.
지민(웃으며)뭐야, 그게..나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정연 너, 나쁜 애 맞아.
정연의 말에 지민, 무슨 소린가 싶어서 정연을 쳐다보면 정연, 운동장을 내려다 보며 손을 뻗는다.
정연(손을 뻗은 채)..난 만져보고 싶은데..(지민 보며)네가 못 만지게 해.
지민 …
정연 ..나, 네 친구 맞니?
지민 …
정연(슬픈 듯)혹, 나마저도 너 한테 버림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웃으며)나혼자 착각하고 있는 걸까?(잔잔한)..나 역시 널 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걸까..
지민(말 없이 정연에게 기댄다)..너, 행여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마..
정연 …
지민(눈을 감으며)너 뿐이야..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슬픈 듯)너만 있으면 돼..
정연(말 없이 지민 머리 쓰다듬어준다.)
지민(눈을 감은 채)..혹, 내가 아직도 널 밀어낸다면..그건 내가 바보같아서야..널 미워해서가 아냐..(간절한)나, 아직..완전히 기댄다는 거..무서워서 그래..
정연(씁쓸한)..아주 호되게 당하고 왔구나, 너..
지민(피식)..그런 거 같애?
정연(맘에 안든다)그러길래 내가 가지 말라고 했잖아..뭣 땜에 자꾸 그 쪽을 뒤돌아 보는 거야?
지민 ..글쎄..(웃으며)아직 완전히 끊지 못했나봐…
정연(밑을 말 없이 바라보며)..태훈이 때문이니?
지민, 천천히 정연에게서 몸을 떼어 일어난다. 쓸쓸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지민. 그런 지민을 쳐다보던 정연,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댄다.
정연 태훈이가..널 막는 거니..아님..(지민을 보며)네 감정이..널 막는 거니..
지민(씁쓸한)..어렸을 때..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언제 였더라..
정연 ..
지민(웃으며)맞다..초등학교 졸업식 때였을 거야..셋이서 모여서..케익을 켜놓고 밤늦도록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그 때 태훈이가 그랬어. …우리, 변하지 말자고..(정연을 보며)부디 언제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정연..
지민(웃고 있지만 눈에 슬픔이 고인다.)..바보같지 않니? 난 이미 변해가고 있었는데..(허탈한)조금씩 발은 내밀어서..잡아보려고 했었는데..(눈을 감는다)..변하지 말자고..그러더라..
정연(슬픈)..그래서..무서워?
지민 무서워..(고개를 젓는다)몸서리 치도록 무서워..변하는 나를 받아주지 못할 거라면..언젠간 나도 버림받을 거야..(정연을 보며)..내가 버릴 거야.(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단호한)내가, 먼저 버릴거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강함으로 자신을 쥐여가는 지민, 그런 지민을 바라보던 정연 말없이 지민을 안아준다. 서로 슬픈 얼굴로 가만히 안는 데에서..
지민 E)..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정연 E)..왜, 누가 떠나고 싶대?
지민 E)음..혜원이가..
정연 E)갑자기 왜?
지민 E)…글쎄..
# 한적한 별관
아무도 없는 복도에 형주가 서 있다. 밖에서 들리는 떠들썩한 소리와는 분리된 듯한 공간에 서 있는 형주. 물끄러미 자신의 오른 손을 바라본다.
지민 E)..간절한 무언가를 원하는 지도 몰라..
자신의 손을 움직이는 형주. 별 무리 없이 움직인다. 계속 꼼지락 거리던 형주, 순간 울컥하며 주먹으로 벽을 쾅 친다.
지민 E)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간절한 무언가를..찾고 싶은 게 아닐까..
그렇게 가만히 서 있던 형주, 힘없이 제자리에서 무너진다.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데에서 D.
지민 E)자신의 상황에 대한 당위성을 말야..
# 떠들썩한 점심시간의 복도.
교실에서 혜원이 나온다. 힘없이 창가로 가서 밖을 바라보면 신나게 운동하는 남자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혜원, 힘없이 한숨을 쉬며 열심히 움직이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교실에서 아이들이 나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다른 쪽으로 걸어간다.
신화(나오다가 혜원이 가는 쪽을 바라본다)…
흥수(혜원 보며)혜원이네..왜 안간다는 거지? 어디 가자고 한 건 자기면서..
애라(뾰로통)놀이동산은 자기 수준에 안 맞는다, 그거 아니겠어? 치..
유미(고개 갸우뚱하며)..난 재밌는데..
애라(고개 저으며)이그~몰라 몰라! 안 가면 자기만 손해지 뭐..
성제 자자..그만 하자. 혜원이는 다른 곳에 가고 싶은 가 보지..
애라(투덜)그게 맘에 안 드는 거라구..놀이공원 가는 게 내 눈에 보였단봐라..그냥..팍..
투덜 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 성제와 혜원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신화의 모습 위로..
혜원 E)아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별관
이곳 저곳 빈 교실을 갸웃거리던 혜원, 지쳤다는 듯 한숨을 쉬다가 시계를 보고는 걸음을 빨리한다.
혜원(짜증난)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대체 어디 있는 거..(앞을 보며 소리를 지른다)지민아~~
지민(어느 교실에 들어가려다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어? 혜원아.
혜원(지민 근처로 와서 숨을 내쉰다.)여기서 뭐해? (정연에게)정연이도 있네.
정연 어..옥상에 있다가 잠시 들린 거야. ..넌 여기 웬일이야?
혜원 어? 뭐 좀 찾고 있는데..(지민에게)야, 미술실이 어디야?
지민(혜원의 말에 벙한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는다)..킥..미술실?
혜원(찡그린다)왜 웃어~~미술실이 어디 있는 지 모르는 게 그렇게 웃기냐?
정연(덤덤)웃기지..(팻말 가리키며)바로 여긴데 말야.
혜원, 벙한 표정을 지으며 팻말을 보면 ‘미술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멋쩍을 웃음을 짓던 혜원, 지민에게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혜원 근데, 너흰 여기 왜?(지민에게)야, 넌 전시회도 안 간다며! 근데 왜 오는 거야?
지민(웃으며)아..정연이에게 얘기 했더니 가보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
혜원 ..정연이가?(정연보며)..너, 미술에 관심 있었니?
정연(교실로 들어서며)미술에 관심있다기 보다는..무언가를 그려나갈 때 거기에 담겨있는 열정과 생각을 느끼는 걸 좋아해.(웃으며)그런 건, 아무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지민(말없이 그냥 잔잔히 웃는다)
혜원(무언가가 잡힐 듯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린다)으음..그래..(중얼)..난 왜 가려는 걸까..
정연(혜원에게)근데, 너는 왜 가려는 거야? 듣자하니, 굉장히 가고 싶어한다던데..
혜원(정곡을 찔린 듯 정연을 쳐다본다)그게..(덤덤한 표정의 정연이 왠지 힘들다)음..나도 잘 몰라..
지민 몰라?
혜원 어..(웃으며)굉장히 가고 싶기는 한데..어디론가 가고 싶기는 한데..왜 전시회인지는 나도 몰라.
정연(덤덤한)..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굳이 전시회일 필요는 없지..스트레스 쌓인 거라면 어디 놀러가는 편이 좋을 텐데..
혜원 아니.(단호한)그런 데는 아냐. 분명..어디론가 가고 싶기는 하지만..거기는..아냐..하지만..이유는 아직 모르겠어..
심각한 표정의 혜원을 쳐다보던 지민과 정연, 피식 웃으며 혜원을 토닥인다.
지민(웃으며)뭐..꼭 이유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같이 가자.
정연(덤덤)오랜만에 여자 셋이서 한번 나가보지 뭐..
혜원(피식 웃는다)그래…(지민 흘겨보며)넌, 내가 가자고 할 땐 말 안 듣더니..정연이가 말하니까 듣냐?
지민(웃으며)그런가? 미안해..(미술실을 둘러보며)딱히 정연이라서가 아니라..갑자기 나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
혜원 …갑자기?
지민(빙긋)음..갑자기.
서로 마주보던 혜원과 지민, 풀썩 웃으며 팔짱을 끼며 정연에게로 다가간다.
지민(정연에게)정연아, 이제 가자. 수업 시작할 때 다 됐어.
정연(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본다.)..이것 좀 봐봐..
혜원 ? 뭔데 그래..(가까이 다가가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벌판?
지민(앞에 놓여있는 그림을 보더니 상기된 표정으로)..봄이지? ..이렇게 꽃이 많다니..
정연(흥분한)..이거..누가 그린 거야? 우리 학교 미술부야?
혜원 우리가 어떻게 알아..(하다가 그림의 밑을 보고)맞다..그리고 나면 이름을 적는다던데..혹시..
지민(밑을 보면 이름이 희미하게 적혀있다.)..너무 희미해서 읽기 어려운데..’영?’(얼굴을 찌푸린다)..이거, 작년에 그린거야. 날짜는 보이는데?
정연(여전히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그럼 적어도 1학년은 아닐거야. 1학년이면 미술실에 작품을 둘리가 없어.
정연과 지민, 말없이 작품을 뚤어져라 쳐다보고 있고..혜원, 이유없는 이끌림에 작품에 손을 대려고 손을 내밀어 본다.
E)손 대지 마!
놀란 혜원과 지민, 고개를 돌리면 거칠게 미술실 문을 열어젖힌 형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혜원과 지민의 놀란 표정에 정연, 뒤를 돌아보면 처음 보는 남자아이가 거칠게 걸어들어온다.
정연(놀란)..누구..
형주(거칠게 아이들 젖히며)..누가 보라고 했어..(버럭)누가 손을 대라고 했어!
혜원(놀라서 정신이 없다)어어..미안..네 것인지 몰랐어..
지민(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다)..네 그림이야?
형주(말 없이 그림을 포장한다)..
정연(누구냐는 표정으로 지민을 쳐다보면 지민, 전학생이라고 말한다.)..전학생? (덤덤)전학생 그림이 왜 여기 있지?
형주(그림을 다 포장하더니 그림을 들고 정연을 쳐다본다)..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냐. (낮은)함부로 그림을 보고 손을 대려고 했다는 거..그게 중요한 거야!
지민 ..그림이 있으면 보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형주(거칠게 미술실을 나간다)신경쓰지 마!(노려보며)이 그림에 대해선 잊어! (미술실 밖으로 나간다)
정연(덤덤)..과민반응이네..(혜원에게)아까 이름이 뭐라고 했지?
혜원(고개 갸웃)..’영’이라는 글자 밖에 못 봤는데..하지만 쟤 이름이..에..
지민(퉁)김형주. 오늘 전학 온 애야. 아까 교무실에 있을 때 잠깐 봤어.
정연 ..그럼 쟤 그림은 아닌 가?
지민 난 그것 보다 왜 저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지..그게 이해가 안 되는데..
혜원 …
세 명, 서로 의아한 듯 마주보다가 조용히 울려퍼지는 수업 종 소리에 놀란 표정으로 미술실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