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림의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는 흥미로운 책이다. 중고등학생들의 독후감 숙제를 대신해주는 책 같은 느낌이다. 송정림의 책에는 세상의 온갖 명작이 다 들어있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의 독서 편력을 은근히 드러내보이고자 한 모양이다.
명작을 저자 나름으로 4개의 장으로 이야기를 분류를 하고 있다. 분류가 그대로 목차인 것이다.
1장. 파괴적이지만 아름다운 운명적 사랑 이야기
2장. 모두의 아픈 성장에 대한 따뜻하고 절절한 이야기
3장.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의 이야기
4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야기의 문은 『위대한 개츠비』가 열고 있으며, 모두 36편이 들어있다. 각 이야기의 구성은 ‘작가의 삶’, ‘명작 비하인드’, ‘작품의 줄거리’로 짜여져 있다. ‘작가의 삶’은 원작 소설의 작가의 잘 모르는 이야기들 간략하게 정리해 놓아 작품 이해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명작 비하인드’는 소설의 위상, 즉 그 소설이 왜 명작의 반열에 드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줄거리’는 그야말로 저자의 독서 편력이 그래도 드러난 아기자기한 줄거리가 전부이다.
그러나 줄거리가 짧다보니 그것만으로 명작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잘 모르겠다. 현대 사회를 바쁨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간단한 줄거리만으로도 원작을 읽었다는 착각을 하게 할 수도 있을 법하다.
저자는 그래서인지 시간이 없어서 고전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전을 추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기는 그렇게 해서라도 고전을 찾아볼 수만 있다면 이 책은 나름 성공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고전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이 책을 펼쳐들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의 자습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떨칠 수 없다. 이 책으로 줄거리만 간략하게 익힌 독자가 오히려 고전을 읽은 척하고 찾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솥바닥에 잔뜩 눌러 붙은 누룽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의 가물거리는 줄거리를 다시 떠올리게 해 주어서 일견 고맙기도 하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