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 고리봉(鐶峰/708.9m)
위치 : 남원시 주생면, 금지면, 대강면 등, 3개면에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행일시 : 2008년 1월 15일 화요일 맑음. 10:00-14:10
참여 : 전귀옥, 김을수, 김자미, 최성복, 권양택, 한태순, 김현철, 이승규, 김수영(9명)
산행 전날 밤 권양택 선생으로부터 내일 산행 어디로 가느냐는 문의에 전번 성수산 산
행을 마치고 다음 산행지는 덕유산으로 하자는 말이 생각나 덕유산엘 간다고 대답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작년에 덕유산 산행 때 추워서 무척 떨었던 생각이 나기에 중무장
준비를 하고 바지 속엔 등산 내의를 입으니 둔하기 짝이 없다.
학교에 가니 이미 회원님들이 다 모여 있어 터프한 운전 솜씨를 자랑하는 김자미, 안전
운행 우선인 김현철 선생 차로 분승하여 춘향로를 따라 가는데 앞 차가 오수 구 길로
접어들어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따라 붙으니 동계 방면으로 달린다.
도로는 무척 한적하여 아늑한 감마저 준다.
차창 밖으로 농촌 정경 또한 정겹다.
드디어 권양 선생의 고향 대강(帶江)면에 이르러 약수정사 쪽으로 들어서니 고리봉 등
산로 안내표지판 앞에 주차하고 우리의 간식거리인 컵라면, 쵸콜렛, 사탕, 양갱, 귤 등
을 지급받아 챙겨 놓고 나서는데 약수정사쪽으로 가라고 한다.
리더 전귀옥 선생의 안내에 따라 약수정사 앞에 이르니 녹음된 독경소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고리봉 산속을 파고든다.
표지기를 따라 올라서니 덤불들 사이로 산행로가 있기에 헤치고 들어섰다.
이 지맥(일명 섬진1지맥)은 남쪽으로 뻗어가며, 묘복산과 만행산 천황봉을 거쳐 고리
봉(환봉,鐶峰)을 솟구쳐 놓고, 삿갓봉(629m), 두바리봉, 그럭재, 문덕봉(598m)으로 이
어지는데 이 산줄기는 독특하면서도 수려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의 최고 명산인 지리산이 인근에 있어,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지리산을 찾게 된다. 고리봉은 섬진강에 물을 댄다고 한다.
고리봉은 해발 60m의 저지대인 금지평야에 우뚝 솟아오른 험하고 절벽단애로 이루어
져 있으며, 유래를 고찰해 보면 이렇다.
옛적에 요천강변쪽 암벽에는 소금배를 매어둘 쇠고리를 매어단 자국이 있다고 해서,
한자로 고리환(鐶)자를 써서 고리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요천강의 수심이 낮아져 배가 드나들 수 없지만, 1백여년전까지만 해도 소금을
실은 배가 경남 하동에서 구례와 곡성의 섬진강을 거쳐 남원성 동쪽 오수정(五樹亭)에
닻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름엔 숲이 무성하여 헤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코가 닿으리만큼 경사진 곳을 오르노라니 두툼하게 입은 옷이 더욱 힘들게 하여 잠시
쉬면서 자켓을 벗어 배낭 속에 넣으니 한결 가쁜하다.
이왕 내친 김에 바지 속에 껴입은 내의도 벗고 싶었으나 여기서 그럴 사정도 아니고 해
서 나서는데 상체는 가쁜한 데 비하여 하체는 둔하여 발걸음이 가볍지가 못하다.
가쁜 숨을 몰아가며 오르고 또 올라 발아래 펼쳐진 S자로 흐르는 섬진강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帶江이란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강이 띠를 이루어 흐른다는 뜻이란다.
최성복 선생이 말하기를 대강면 사람들은 ‘대강대강 합시다.’ 하는 소리를 무척이나 싫
어한다고 하니 권양 선생도 그렇다고 한다.
능선에 도달하여 이젠 편하게 가겠구나 싶으면 또 오르막길이 나타나 헉헉거리게 한
다.
소나무 가지에서 꽃이 핀 색색의 표지기엔 전국 각지의 산악회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산이다.
평평한 곳의 헬기장을 넘어 오르고 또 오르니 이윽고 고리봉 정상이 우릴 반긴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90분 만에 정상에 이르렀다.
정상에 올라서면 남원시가지와 주생, 금지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으로 하늘금을 그
리며 운해에 감싸여 다가오는 지리연봉의 장엄한 모습과 서족의 섬진강 너머로 순창의
강천산과 담양의 추월산이 조망된다. 정상에서 남으로 뻗어가는 산줄기는 곡성지방의
마산봉(馬山峰), 동악산(動樂山), 형제봉으로 이어진다.
산행 등기점인 방촌마을에서 만학골로 오르면 우거진 수림과 기암괴석, 수려한 계곡이
어우려져 여름철 피서지로 손꼽힌다. 그러나 만학골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암릉
지대는 눈이나 비가 내릴때에는 위험한 곳이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정상에서 우린 환호성을 지르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사방을 둘러보니 담배 연기처럼
파르스름한 안개가 산허리에 둘러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름 모를 높은 산자락엔 하얀 눈이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산 정상 가운데 묘가 있는데 버젓이 묘비까지 세워져 있다.
후손들이 이곳에 묘를 쓴 사연이 궁금하다.
명당이어서인지, 아니면 고인의 유언에 따라서인지······.
후손들이 이곳에 성묘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주위엔 귤껍질, 일회용 수저 등이 지저분하게 너부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라면 식사를 하는데 맛이 그만이다.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이란······.
방학 중엔 난 이 라면 맛을 보기 위하여 일부러 혼자 산행을 하는데 산행을 즐기기 위
함인지 아니면 라면 맛을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이승규 선생이 준비한 복분자 술과 포도주를 돌린다.
일적불음하는 나이지만 다정하게 권하는 바람에 맛을 보니 달콤하다.
정상에서 잠시 쉬는 동안 땀이 식어서인지 몸이 선득거리기에 배낭 속에 구겨 넣은 자
켓을 입으니 아늑함이 느껴 오기에 산에 오를 때는 이러한 준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 길을 택하여 가는데 급경사 진 곳에 응달이 져 얼음이 녹지 않은
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조심스레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서는데 이럴 뗀 지팡이가 더욱 걸리작거려지기에 지팡
이를 땅 아래 던져 놓았다.
다음에 지팡이를 준비할 때는 4단짜리를 준비하여 밧줄에 의지할 때면 접어 배낭 속에
넣으리라.
이승규 선생은 금지쪽에서 오르면 이 길로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들고 시간도 5시간 걸
렸다고 하는데 그 말이 옳은 것 같다.
그런데 이 하산길이 오르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그저 내려만 가는 것이 아니고 한 없이 오르는데 무척 힘들다.
잘못하면 반대편 금지쪽으로 하산하면 우리 차가 주차한 곳과는 반대 방향이라 조심스
럽게 살펴가면서 약수정사 쪽인 왼쪽으로 난 하산 길을 찾아 나서는데 아무튼 오르고
내리기를 너댓 번이나 반복하는데 최성복 선생이 진짜 하산 길이 나왔다고 말하며 우
리에게 힘을 실어준다.
진짜 하산 길을 따라 가는데 솔잎이 두툼하게 쌓여 있어 폭신거려 비단길 같다.
하산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는데 표지기도 없고 선발팀도 보이질 않아 두리번거리다가
무조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우리 모두 당황한 기색이 하나도 없다.
자만심이 우러나서가 아니라 우리 회원 서로 믿는 신뢰감이 앞섰기 때문이리라.
시간적으로 한낮이고 이 근처에 분명히 길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길이 아닌지라 덤불들이 방해가 되어 이리저리 피해가며 한참동안 내려서니 길다운 길이 나와 안도감이 든다.
길옆엔 맑은 계곡물이 힘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산이 있어 물이 좋고, 물이 있어 산이 더욱 좋다.
김현철 선생은 주저 없이 계곡 물속에 손을 담근다.
권양 선생은 맑고 큰 고드름을 한 개 따서 움켜 쥐고 아이스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어린 유년 시절을 곱씹어 가면서 말이다.
초등학교까지 이 곳 고향에서 자라고 중학교 시절부터 고향을 떠나 학창생활을 하였다
한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고향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발견하여 감회가 깊다한다.
그렇다 고향은 어디 간들 잊힐리야.
계곡가엔 어떤 사람이 움막을 지어 놓고 빨래를 하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지······.
움막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약수정사가 나와 들어서니 절 뜨락에 약수가 철
철 넘치기에 받아 마셔보니 물맛이 좋아 보온병에 가득 담고 대웅전 앞에 이르니 돌부
처님이 좌정해 있다.
절 구경을 마치고 내려서니 선발팀이 우릴 반긴다.
약수정사에서 병풍처럼 둘러진 산을 보고 우리 모두 감회에 젖어들었다.
오늘 우린 고리봉 종주산행을 한 것이다.
힘은 무척 들었지만 보람찬 산행이었다.
리더 전귀옥 선생은 이렇게 힘들어도 어느 누구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따라 주는 우
리 하늬뫼 회원님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한다.
권양 선생이 남원에 가서 남원 명물 추어탕을 먹고 가자는 제의에 우리 모두 동의하고
앞차를 따라 금지 중학교 앞을 지나 남원에 이르러 추어탕 집에서 추어탕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 104차 산행지는 그동안 눈이 내리면 덕유산엘 가고 눈이 오지 않
는다면 지리산엘 가자고 하니 모두 동의한다.
식사를 마치고 총무 전귀옥 선생이 식사대를 지불하려고 하는데 식사대는 이미 권양택
선생이 지불했다고 한다.
자기 고향에 찾아 주신 우리 회원님들을 잘 대접하려는 배려감이었나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른한 몸을 차에 싣고 전주를 향해 가는데 김현철 선생은 졸음운전을
하지 않고 안전운행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 준다.
이윽고 학교에 도착하니 최문헌, 최재영, 막내 김지선 선생이 우릴 반긴다.
우리를 안전하게 이끌어준 전귀옥, 김자미, 김현철 선생님 그리고 산행삼락을 맛보게
하여준 권양택 선생님, 그리고 우리 모두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힘써 주신 우리
모든 회원님 고맙습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첫댓글 산행을 같이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 무자년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였으면 합니다. 1월말까지 연수 중이어서 다음 산행에 같이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고리봉에 하늬뫼팀 흔적을 남기노라 / 리본따라 길찾아 예까지 와서 보니 / 봉우리 아담한 모습 꿈속에도 못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