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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조배, 성체흠숭의 은총
합스부르크 황실 가문의 요한 신부
- 요한 신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가문은 21명의 왕과 16명의 황제를 배출한,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권세를 누린 황실 가문이다. 요한 신부는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태어나 스위스 프라이버그주에서 성장했다. 오스트리아 황제 부부인 샤를과 지타의 증손자이다. 신부가 되기 전인 23세 그는 국제금융가에서 명성과 재력과 영향력을 겸비한 눈부신 경력의 증권인수업자가 될 같았다. 그러나 이 젊은 대공의 인생에서 진로를 정한 이는 완전히 다른 분, 바로 성체의 주님이셨다. 그 성소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이렇게 시작했다. "성체적인 삶은 가장 깊고 가장 노력을 요하는 길이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내게 다가오셨다. 훌륭한 사냥꾼처럼 그분께서 영혼을 길들이시고 당신의 성체 성심으로 인도하셨다."
여덟 남매 중 셋째인 나는 신앙심이 그저 하루 일과가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서 의식적인 부분을 상당히 차지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교회와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감, 특히 마지막 오스트리아 황제의 후손으로서의 책임감이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 여덟 남매는 우리가 지탱해야 하고 전달해야 하는 어떤 영적 유산을 막연히 자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가정기도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은혜롭게도 집안에 성체를 모신 경당이 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나는 스포츠와 문학에 강하게 끌렸으며, 세상이 허용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에도 강하게 끌렸다. 또한 이기주의나 이중생활 같은 영적생활에 “건전하지 못한" 온갖 것에 끌리고, 죄에도 흔들리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증조부모님인 샤를과 지타 황제 부부의 거룩함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깊이 감동했다. 두 분은 진정한 성체 신심의 인물이셨다. 샤를 황제는 2004 년 10월 3일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되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은퇴하여 스위스 지저스에서 사시는 증조모 지타 황후를 찾아갔었다. 증조모 는 1989년에 돌아가셨고, 시복 조사는 2009년에 끝났다. 거룩한 그리스도인인 증조부모님을 볼 때, 나는 “합스부르크"라는 호칭이 때로 부담되었지만 점차 무엇이 중요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고귀한 신분이 아니라 고결한 마음을 내게 요구하신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열여섯 살 때 우연히 쟝 세비아의 《지타, 용감한 황후》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은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인 나의 증조모의 삶을 다룬 책이다. 그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나니, 내 안에 있는 은총을 깨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요한, 깨어나라! 샤를과 지타, 이 두 분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 관심을 쏟았다. 가난한 이들을 돕고 전쟁을 종식시키고 국민을 위해 정의를 실천하고 ... 그것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중상과 치욕과 배신과 강탈을 당하고 가난해져서 추방까지 당했다. 너는 예절은 바르지만 순전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이런 깨달음은 나를 압박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시야를 넓혀주었다. 희생적인 증조부모 황제 부부의 삶에 감명을 받아서 내 삶 의 더 깊은 목표를 찾게 되었다.
영적인 투쟁
그때부터 선에 대한 열정을 지닌 십대의 아름다운 이상, 그리고 내 싸구려 자아에 강한 매력을 발휘하는 “세상의 나팔소리" 사이에서 영적인 투쟁이 내 안에서 거세지기 시작했다. 결국 열아홉 살 때 나는, 인생을 즐기고 유명인사가 되어 나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소망으로 재계에서의 경력을 택했다.
2004년 생갈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에 들어갔고, 인수합병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의 거래를 흔하게 다루면서 파리에서 아주 바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열여덟 시간 일하고 새벽 두 시까지 일하는 것은 다반사였고, 때로는 일주일 내내 일했다. 아드레날린이 최고로 치솟는 성공적이고 자극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점차 주님의 온화한 말씀이 나로 하여금 그분이 없다면 이 빛나는 세상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했다. 그런 세상에는 진정한 사랑이 없으므로 아무 가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도 나는 외로웠고 완전히 허무했다. 나는 의미 없는 삶, 내 절실한 의문에 답이 없는 삶에 지쳐 자문했다.
"오늘 너는 네가 찾던 지위를 차지했다. 내일은 네가 원하는 또 다른 것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날이 계속될 것이다. 네 삶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나는 기도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영혼의 중심은 나 자신이고 하느님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환멸스런 1년이 지나고 2005년 나는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예수님, 제 마음에 오소서!
그 무렵 부모님이 내게 제안했다. 내가 문화와 철학에 관심이 있으니 일 년 동안 크리스챤연구소에서 인류학을 공부해보라고 말이다. 나는 나를 성가시게 하는 문제의 해답을 거기서 찾게 되기를 남몰래 희망하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말로, 1년간의 학업이 시작될 때, 한 교수가 삼위일체 간의 이기심 없는 사랑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내적인 하느님 사랑의 열매가 바로 은총이라고 했다. 그것은 내 모든 의문에 대한 결정적인 해답이었다. 은총!
그때, 열여덟 살인 여동생 마리 데 네쥬가 이미 한 해 전에 체험한 예수님의 은총을 들려주며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나는 "예수님, 제 마음속에 오소서!"라고 기도하면서 내적 어둠 속에 갇힌 나를 도와달라고 청했다. 몇 주 후, 10월이었는데, 아침 미사의 복사를 서면서 사제 옆에서 성혈이 든 성작을 들고 신자들이 영하도록 돕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친히 이 은총의 순간을 택하셨다.
그분께서 내 마음속에 말씀하셨고 나는 깨달았다. 내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분의 전 존재가 내 것이고, 내 온 삶이 내 몸 역시 모두 그분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내 모든 것을 찾아낸 것이다. 마침내 평화가 내 영혼에 깃들었고, 사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갖는 생각이었다.
그 길을 찾는 과정에 샤를 드 푸코의 기도를 온 마음을 다해 올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1년간의 학업이 끝날 때, 청년공동체 “성체회"의 설립자인 니콜라 뷔떼 신부(1961~ )에게 1년 동안 그들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바친 가난한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의 삶이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처음에 우리 가족들은 내가 이 "맨발의 수도자"들과 무얼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의아해했다. 처음부터 내가 제일 감동했던 것이 성체 흠숭이었다. 침묵 중의 평온한 기도, 성체 안의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시선, 매일 예수님과의 만남.
성체회로 부르심
첫날 저녁, 나는 살면서 아주 상처를 많이 받은 32세의 어떤 사람과 마주했다. 성체 회는 사실 비틀거리며 살다가 내적 치유와 회심의 시간을 위해 오는 사람들을 신중하게 받아들인다.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인터넷 중독, 우울증, 자살 충동,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사람들...
아무튼 그 사람은 거의 두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스타워즈에 관해 너무나 열광적으로 말하는 동안, 내가 거기 있다는 것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다! 거기서 나는 속으로 후회했다. "그런데 예수님, 이런 사람들이랑 1년을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예수님께서 내 삶을 인도해주신다는 느낌은 있지만, 이 첫인상 때문에 이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볼 때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나의 미래는 지성적인 주님께서 따로 준비해주실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지탱해준 것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었다. "네 고향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1)
그렇다. 순전히 인간적으로 사물을 보는 내 관점을 버리는 법을 나는 배워야 했다. 그리고 이 "약속한 땅”, 다시 말해 주님의 뜻을 찾아야 했다. 주님께서 나를 이해시키는 데는 그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요한, 이 사람들은 겉으로 볼 땐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분명한 재능도 없고 대화를 나눌 흥미있는 얘깃거리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네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겠느냐?"
이로써 내가 깨달은 것은, 하느님께서 내가 이 공동체에 뿌리내리길 바라신다는 점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원하신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세 명의 우리 형제자매가 우리 공동체 안에 들어와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그때도 지금도 내게 아주 큰 기쁨이 되었다. 특히 마리 드네쥬 수녀가 제네바에서 멀지 않은 생 주아르의 같은 공동체에서 한동안 나와 함께 살기도 했었다. 그곳에는 2004년 안시 교구가 우리에게 준 13세기 요새였던 보르가르성이 있다. 2011년, 공동체가 나를 프리부르에 보내어 사제수업을 받게 했다. 주님께서는 내가 내적인 모습을 갖추고 좀 더 성체 신심을 갖기를 바라셨다. 곧 내게 자가면역 질환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 했으며, 그때부터 거의 3년 동안 나는 등의 극심한 통증으로 5분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한 줄기 희망의 빛도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온몸으로 체감했으며, 육체의 고통에 심하게 사로잡힌 나머지 그 악순환으로 무기력해졌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창세 2, 18) 그때 예수님께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완전히 성체로 내어주셨는데도 나는 당신께 나 자신을 완전히 넘겨드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통증 속에서 나는 마침내 배웠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안에 쥐고 계시며, 살아있는 내 신뢰만을 원하신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저 그분께 어린아이처럼 나 자신을 내드리며 "예"라고 응답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육체노동도 할 수 있었다. 지금, 통증은 더 이상 내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 "우상"이 아니며, 여러 가지 "수단들" 을 완전히 하느님께 맡기도록 이끄는 “파트너”이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생각과 같지 않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흠숭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나의 큰 기쁨이라는 점이다. 이제 나는 안다. 결코 끝나지 않을 내 갈증을 성체 안에서 해소하길 예수님께서 바라신다는 것을! 나처럼 성체 안의 샘물을 마시길 원하는 모든 영혼들을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을 빠져나오게 하신다. 즉, 그들이 세상이 주는 것들을 끊고 영적으로 더 깊어지게 하신다.
이런 정화는 정말로 모두에게 필요하다.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이 바로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이고, 주님께서는 우리를 정화의 이 내적 죽음으로 데려가신다. 이 정화가 필수적이라면, 주님께서 우리에게서 열매를 거두신다는 의미로 볼 때 절대적으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나는 영적 결실이라는 하느님의 계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 내가 원래 지적인 경향과 더불어 성급하고 변덕스런 기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더 훌륭하고 더 잘 보이는 일일수록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생각과 같지 않다."(이사 55, 8 참조) 그래서 주님의 도우심으로 내 관점이 바뀌었다.
사랑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얼마나 하찮은지는 상관이 없다. 마루를 닦으면서 세상을 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신비로운 걸레질"이라고 부른다. 성체조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겸손이다.
주님께서는 지금도 영적이고 진실한 숭배자를 찾으신다. 그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서 기꺼이 값비싼 향유 항아리를 깨어 예수님께 아낌없이 몽땅 부어드릴 그런 숭배자를! 성체의 향기는 지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향기이다. 그것을 발산하는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하느님께 끌어당기는데, 그 향기는 온 세상이 찾아 헤매는 참사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말할 것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일 수도 없고 살아있지도 않고 무의미하고 무력해 보이는 성체 안에서 위대한 침묵 중에 당신 스스로를 “성체”로 변화시키시는 까닭은 바로, 내가 당신을 원하도록 나를 애타게 하고, 내가 당신처럼 되고 당신처럼 거룩해지라고 나를 초대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Triumph of the Heart no. 98>에서
이선영 옮김
(마리아지 2023년 9•10월호 통권 24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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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사랑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얼마나 하찮은지는 상관이 없다. 마루를 닦으면서 세상을 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신비로운 걸레질"이라고 부른다. 성체조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겸손이다.
아멘. 신비로운 걸레질과 같은 일상생활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미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모든 피조물과 저희와 모든 사람의 모든 활동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영예과 영광이 창조주께' 도장을 찍어 성모님을 통해 봉헌합니다.
주님, 모든 피조물과 모든 사람의 모든 숨과 심장고동과 활동 안에 있는 당신의 뜻과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