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오세영
고혈압 증상이니
살을 빼라는 진단이다.
저울에 달아보는 몸무게는
기준치 보다 7, 8킬로 더 나가는 체중
설탕을 들지 말라고 한다. 또
술을, 담배를……
그러나 매일 매일 체크하는 눈금은
항상 제자리.
어떻게 살을 뺄까,
살이 불어 걱정하는 나무나 새는 없는데
인간만이 유독 병을 앓는다.
땅의 중심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는
태양 아래 분수를 지키고
나뭇가지 끝에 앉아 노래하는 새의 저
하늘과 가늠하는 균형.
아, 그들은 스스로가 우주의 저울이구나.
그러므로 알겠다,
달콤한 애욕 탐하지 말라는 금식
뜬 구름 잡지 말라는 금연
시류에 취하지 말라는 금주
그 빈 가슴에 인간의 저울이 있다는 것을.
진실로 다이어트란
살을 빼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감상>
적절한 통제와 금기
거기에 진정 아름다움이 있거늘
세상 사람들아
그러기에 세상의 온갖 재미에
-취 하지 마라
-탐닉하지 마라
-항시 부족하고
-항시 아쉬운듯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는 않게 (이언)
<작가>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장성, 진주에서 성장
1965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1년 동 대학원 국문과 수료, 문학박사
1965∼1969년 『현대문학』지에 「잠깨는 추상」으로 추천완료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2006년 3월 시인협회 신임회장
⊙수상:소월시문학상 수상
제7회 공초문학상 수상
⊙대표작 : 문열어라하늘아, 김소월, 무명연시, 만파식적서
♬배경음악:Soledad Welcome To 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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