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벌어진 '건국전쟁'의 확인
김호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변호사)
요즘 상영되고 있는 다큐영화 ‘건국 전쟁’의 관람객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고 해서 그 행렬에 동참해 보았다.
나이 든 연령층이 관객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젊은 층도 적지 않았다.
노부부가 나란히 함께 오거나 어린 학생을 동반한 가족들의 모습이 객석 분위기를 따뜻하게 했다.
영화가 끝나자 뭔가 억울했던 응어리가 위로를 받은 것처럼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객석 곳곳에서 조용히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이승만에게는 아직도 반민주 독재자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을 도모하고, 3.15부정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유린했으며,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도적ㆍ물리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론이 있을 수도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의 정치적 책임까지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승만은 “부정을 보고 일어서지 않은 백성은 죽은 백성이다.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도 물러나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며 스스로 물러났고, 대만의 장개석 총통이 보낸 위로 서신에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으므로 나는 성공한 것이다.”며 자신이 세운 나라의 민주주의에 자부심을 드러냈었다.
비판을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도 함께 기억하고 또 평가해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승만은 건국 초기의 혼란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으로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토지개혁과 의무교육제를 도입하여 산업화와 국가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계속 충돌하면서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쟁취해 낸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국제정치에 대한 통찰력과 단호한 결단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승만은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집요하게 폄하되고 왜곡되고 있다.
북한은 이승만을 반민족ㆍ분열주의자로 매도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대남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국내 주사파 운동권들은 북한의 투쟁지침에 동조하며 끊임없이 그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00년 이후 정부의 방치 속에 더욱 확산되었다.
이승만이 상해 임시정부와 하와이에서 활동할 당시 투쟁노선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을 빌미로 그를 비방ㆍ모략하는 내용의 인신공격성 다큐물이 공영방송에서 제작, 방영되기까지 했다.
2013년에 제작된 다큐물 ‘백년전쟁’이 그 결정판이다.
그러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은 국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와 남북한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한 이승만의 혜안에 근거한 것이었다.
당시 북한에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어 소련에 의한 공산주의가 틀을 잡아가고 있었고, 남한에서는 여운형, 박헌영 등 좌파에 유리한 정치적 지형이 형성되고 있어 그대로 두면 한반도 전체가 자연스럽게 공산화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사적 흐름과 공산주의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던 이승만은 남한만이라도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양보나 타협은 있을 수 없었다.
그의 결단력과 완고함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이다.
우리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격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겪으며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다.
그 앙금이 가시지 않은 탓에 아직도 이승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은 이미 붕괴하여 사라졌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던 중국도 공산주의가 가지는 전체주의적 성격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사정이 어떠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국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에 대한 이승만의 통찰력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은 마땅히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송나라는 여진족의 금나라에 의해 남쪽을 쫒겨나는 수모를 당했지만 비옥한 강남을 개발함으로써 경제적 풍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명나라 역시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멸망하는 치욕을 당했지만 그로 인해 만주를 포함한 광대한 영토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은 우리 하기에 달렸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으로 한반도 통일이 미뤄졌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지 않는가.
자유와 번영으로 북한을 견인하여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고 세계사의 발전에 공헌하는 대한민국으로 우뚝서는 일, 그것은 후속세대인 우리의 몫이라 할 것이다.
강현 기자diak@munhaknews.com
출처 : 문화뉴스
[출처] 논란 벌어진 '건국전쟁'의 확인|작성자 푸른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