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탄절과 함께 하는 신앙교육
성탄동화
모자, 안경 그리고 장갑
예쁜 토끼‘빨간 눈’이 예쁜 선물을 받았습니다. 길고 예쁜 두 귀가 들어가게 만든 빨간 모자, 안경, 그리고 빨간 장갑. 옆집에 사는 금노루 할머니가 이사 가면서 주신 것인데 그것들을 첫눈 오는 날 쓰면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모자를 쓰고 안경을 끼고 다시 장갑까지 끼고 나서 세 가지 소원을 마음속으로 말하면 금세 이루어진다니 얼마나 신기한 물건입니까?
“남에게 이야기하면 금세 녹아 버린다. 잘 숨겨 두었다가 첫눈 오는 날 한번만 써라. 1년에 한번, 첫눈 오는 날이야, 알겠지?”
할머니는 몇 번씩이나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빨간 눈은 12월 달력이 걸리자마자 물었습니다.
“엄마, 12월인데 왜 눈이 안 와요?”
“얜, 벌써 눈이 오니? 아직도 하늘이 저렇게 높은데.”
엄마는 마당을 쓸면서 말했습니다.
“하늘이 언제 밑으로 내려와요, 엄마?”
“하늘나라 아저씨들이 첫눈 내릴 준비를 다 해야 해.”
빨간 눈은 하루하루가 지루했습니다.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정말 하늘이 토끼네 지붕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엄마, 엄마. 하늘이 저렇게 내려왔어요.”
“곧 눈이 올 것 같구나. 하긴 첫눈이 올만도 하지. 곧 크리스마스니깐”하고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옆에 계시던 아빠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갖다 온 토끼가 이야기 하는데 이번 성탄절은 굉장할 거래. 교회를 새로 크게 세웠는데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큰 잔치를 한대요”하고 말했습니다.
듣고 있던 빨간 눈은 “아빠, 올해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내려가고 싶어요. 데려가 주세요”하고 졸랐습니다. 엄마는 눈까지 부릅뜨며 말씀하셨습니다.
“안돼! 넌 아직 어려서 나쁜 아이들에게 잡히면 큰일 나. 어른이 되면 가거라.”
그런데 어느 날 빨간 눈이 눈을 떠보니 아,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늘나라 아저씨들이 밤새 눈을 뿌렸나 봅니다. 산도, 나무도 하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엄마, 눈이 와요! 눈이 하얗게 왔어요.”
빨간 눈은 소리치며 엄마 방으로 갔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빨간 눈아, 잘 잤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야. 네가 기다리는 첫눈인데 넌 늦잠이구나, 마을의 어른들은 올해도 사람들의 마을로 구경 간단다. 집 잘 보고 있어. 다녀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주마.’
빨간 눈은 시무룩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올해는 엄마아빠를 따라 꼭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려고 했었는데 에이 참….
그때였습니다. 빨간 눈은 깜짝 놀라며 숨겨두었던 모자와 안경을 꺼냈습니다. 장갑도 꺼냈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을로 내달았습니다. 무슨 소원 세 가지가 가장 좋을까 생각하며 달리는 토끼는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토끼는 마을에 다다랐습니다.
‘사람에게 잡히면 어때, 나에게 모자와 안경과 장갑이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눈사람이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하고 토끼는 뽐내면서 말했습니다.
“안녕, 빨간 눈.”
“어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알다마다. 너 내 소원 하나 들어줄래?”
“제가 어떻게요?”
“시침 떼기는. 난 다 알아. 네 모자, 안경, 장갑.”
“눈사람 아저씨는 어떻게 알았죠? 무슨 소원을 들어 드릴까요?”
빨간 눈은 뽐내면서 말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어, 진짜 사람이….”
“사람이 되세요, 눈사람 아저씨.”
그러자 눈사람은 진짜 사람이 되어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고맙다. 어서 교회에 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나 봐야지. 난 아까부터 그게 궁금했거든.”
“아저씨, 같이 가요.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나 혼자 가면 사람들이 잡아버릴 거예요”하고 빨간 눈이 외쳤지만 눈사람 아저씨는 벌써 저만큼 가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집들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모두 교회에 갔기 때문입니다.
“나도 교회로 가볼까? 안돼. 거기 갔다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아빠에게 들키면 야단맞거든. 마을 구경이나 얼른하고 가야지.”
빨간 눈은 여기저기 구경을 했습니다. 어느 집에 가보니 집토끼들이 토끼장에 갇혀서 놀고 있었습니다.
“누가 너희들을 이렇게 가두었니?”
“사람들!”
“나가고 싶지? 내가 나오게 해줄까?”
“네까짓 게 무슨 힘으로!”
“이것들이 나를 뭐로 보고. 토끼들아 나와라.”
그러자 토끼장의 문이 저절로 열리고 토끼들이 나왔습니다.
“야, 너 굉장한 애구나. 고맙다. 넌 뭐든지 할 수 있니?”하고 한 토기가 말했습니다.
“그럼, 뭐든지.”
빨간 눈은 뽐내면서 말했습니다.
“난, 사내 토끼가 되고 싶어.” (생략) (송재찬/동화작가) 12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