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서 > 성호전집 > 성호전집 제4권 > 詩 > 李瀷
개떡에 대한 시〔假餠詩〕
진짜 떡도 맛있다 할 만하지만 / 眞餠旣云美
개떡도 그 맛이 일품이라네 / 假餠味亦奢
병든 나 보리 추수 기뻐하면서 / 病翁喜及麥
그걸 일어 먼저 빻길 재촉하였지 / 淘洗促先磨
보릿가루 반죽도 힘이 안 들고 / 溲麪不費功
솥에 찌면 순식간에 익혀진다네 / 熺釜辦咄嗟
①예전부터 화기 잘 오르는 사람 / 前來氣燻人
그릇을 첩첩이 더하였었지 / 瓦豆疊相加
뚜껑 열면 선명하게 뜸이 든 것이 / 離離帶飯餾
꿰인 구슬처럼 보기가 좋네 / 綴玉看更嘉
베어 물면 입안에 맛이 스미고 / 一嚼滋齒舌
삼키면 뱃속이 든든해지지 / 再嚥旺脾家
촌사람은 일해서 먹고살기에 / 野人但食力
배부르고 노는 일 자랑거리지 / 飽嬉事堪誇
②고기 맛은 본래 잘 알지 못하니 / 庖牢本不識
이런 양생 영단묘약 다름없다네 / 養秊敵靈砂
③근자에 임금 은혜 깊고 중하여 / 近者君恩重
그 은택의 물결이 집에 미쳤네 / 澤流覃茅窩
④정성을 담뿍 담아 올린 미나리 / 進芹固有忱
삼베옷 입은 등에 따뜻한 햇살 / 背暄衣黂麻
어찌 구중궁궐에 능히 전할까 / 那能達九閽
먹고파도 참고 대신 외 올린 마음 / 忘口替獻瓜
어진 임금 작은 정성 헤아리시고 / 天仁燭微隱
하찮아도 나에게 허물 않으리 / 雖賤不余瑕
민심은 미루어 알 수 있는 것 / 民情可推類
어이 충절 다하는 데 차등 있으랴 / 殫節豈等差
⑤그 옛날 곡식 가루 모아서 찐 떡 / 須知古糗餌
실하고 소박한 게 그만이었지 / 樸素貴無華
한번 보라 나의 이 보리개떡을 / 請看吾假餠
⑥용단차에 비교가 아니 된다네 / 不比龍團茶
① 예전부터 …… 더하였었지 : 보리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화기(火氣)가 많은 사람의 화를 다스리는 데 유용하다 하여 예로부터 보리개떡을 많이 먹었다는 말인 듯하다. 원문의 ‘와두(瓦豆)’는 도자기로 만든 고대의 예기(禮器)로 하늘에 제사할 때 썼다고 하는데, 이 구절에서 ‘그 그릇을 첩첩이 더하였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로부터 화기가 잘 오르는 사람은 그 화기를 낮추기 위해 보리개떡을 여러 접시 먹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보리개떡을 솥에 찔 때 많은 양을 쪄서 먹기 위해 층층으로 기물을 설치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먹으려고 제기에 담아 제사상에 자주 올렸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② 고기 …… 다름없다네 : 촌사람들은 평소에 고기를 잘 먹지 못하므로 이런 보리개떡을 즐기는데, 그것이 오히려 신선의 단약(丹藥)에 버금갈 정도로 양생법(養生法)이 된다는 말이다.
③ 근자에 …… 미쳤네 : 임금의 은택이 집에 미쳤다는 것은 짐작건대 성호의 아들 이맹휴(李孟休)가 과거에 장원급제하자, 영조(英祖)가 한성부 주부로 제수해 준 것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④ 정성을 …… 마음 : 《열자(列子)》 〈양주(楊朱)〉에 나오는, 시골 사람이 미나리 맛이 좋다고 윗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미나리를 바친 헌근(獻芹)의 고사와 삼베옷을 입은 가난한 시골 사람이 등에 닿는 따뜻한 봄날의 햇볕을 임금에게 바치려 했던 헌폭(獻曝)의 고사를 인용하여, 옛날 시골 사람의 바로 그런 정성을 담아 보리개떡을 올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오이를 바쳤다는 것은 《시경》 〈신남산(信南山)〉의 “밭 가운데 여막이 있고, 밭두둑에 오이가 있는데, 이걸 깎아 김치를 담가, 황조에게 올리네.〔中田有廬 疆場有瓜 是剝是菹 獻之皇祖〕”라는 구절에서 온 말로, 이 역시 오이김치를 담가 임금에게 정성을 다해 올린다는 뜻이니, 여기서는 그런 정성으로 보리개떡을 올리고 싶다는 말이다.
⑤ 그 옛날 …… 떡 : 원문의 ‘구이(糗餌)’는 쌀이나 기장, 콩 등의 곡식을 가루로 내어 그것을 합쳐서 찐 떡을 말한다. 《周禮 天官 冢宰下 籩人》
⑥ 용단차(龍團茶) : 송(宋)나라 때 임금에게 올리던 최상품의 차이다. 송나라 때 정위(丁謂)와 채양(蔡襄)이 처음으로 이 차를 만들어 진상했다고 한다. 《大學衍義補 卷29 山澤之利下》
ⓒ 한국고전번역원 | 이기찬 (역)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