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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m 이상급 4개의 산 봉우리를 넘다
1. 일자 :
2. 장소 : 민주지산 (1,242m)
3. 행로 및 시간
[도마령(
4. 동행 : 홀로 / 산죽산악회
< 민주지산 산행 개요 >
태백산 산행 이후 근 한달 여 만에 묻지마 버스를 타고 민주지산에 올랐다. 도마령에서
출발하여 각호산, 민주지산,
< 도마령에서 각호산 >
산죽산악회가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황간 IC를 경유하여 오늘 산행 들머리인 도마령에 도착한 것은 10:30분. 옛날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은 것에서 명명된 도마령은 843m 높이로,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나를 산의 품에 넘겨 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도로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쁘게 단장한 계단 길을 따라 오늘의 산행을 시작하였다.
< 도마령 산행 들머리 모습 >
오늘 산행을 준비하며 산악회에서 제시한 행로가 너무 긴 것이 아닌가 하며, 고수들의
산행기를 살펴 보았고, 그 중 도마령에서 황룡사까지를 7시간 40분 만에 종주한 기록이 비교적 상세했다. 그러나, 평소 애용하는 100대 명산 수첩을 근거로 소요시간을 추정해 보니
쉬지 않고 걸으면 6시산 남짓이 소요될 듯 하다. 차이가
크다. 어떤 것이 맞을지 나중에 확인해 보자. 확실한 것은
어느 것을 근거하든 도마령에서 각호산까지의 오르막 길과
이어 오른 각호산 정상. 잡목의 막힘이 없어 전망바위 보다 한 수 위의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등산의 고도를 잡아 먹는 오르막은 이것으로 마무리 된다는 생각에 다시 힘이 솟는다. 한참 동안 주변 경관을 바라본다. 이곳까지 50분이 체 안 되었다. 빠른 행보다.
< 각호산 정상에서 >
< 각호산에서 민주지산 >
몇 년 전 산 서적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때 마주친 ‘민주지산’이라는 이름은 왠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민주투사들이 자주 오르는 산?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 산이름에 ‘之’자가 붙은 것도 특이하고, 흔치 않은 넉자짜리 산이름이라니, 그만큼 낯설고 귀설은 이름이다. 그 유래가 궁금해 다시 조사해 보니, ‘岷周之山’전체적으로 민두루한 육산인 데서 그 유래가 왔음이 정설일 것이다.
각호산 정상에서 곧바로 험한 밧줄 길이 이어진다. 아픈 어깨 때문에 가뜩이나 몸을 살이고 가는데 가파르게 이어지는 암벽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줄을 잡는 것 보다는 가급적 험해도 바위를 딛고 내려선다. 곧이어 각호산 이정표가 나온다. 민주지산까지는 3.4km, 1시간 30분 여가 소요될 것이다. 오를 때는 몰랐는데 날이 따듯해 지며 길가에 얼음이 녹고 있다. 길이 점차 뻘 길로 바뀌고 있고, 중간 중간 오르내림은 계속되지만 육산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오르막 보다는 이곳 같은 능선길의 완만한 내리막이 내겐 제격이다.
<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산죽 길 / 특전사의 아픔이 깃든 무인대피소 >
뻘 길에 신경이 쓰이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산죽길의 푸르름이 싱그러움을 준다. 새로운 희망이 돗아나는 느낌이다. 한참을 지나니 십자로 갈림길이 나온다. 민주지산까지 아직 2.9km가 남았다 한다. 이어지는 ‘119 신고 7지점’, 오랜만에 나타나는 인공 구조물이다. 이곳에서 20여분 거리에 무인대피소가 있었다. 1998년 4월초 이곳 부근에서 천리행군 중이던 특전사 6명이 쏟아지는 눈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동사한 곳에 대피소를 지었다 한다. 폭설과 강풍, 자연현상의 예기치 못함과 낯선 길 사정과 체력의 고갈 등이 나은 참사이다. 4월초에 폭설이 내린 것도 특이하지만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특전사 대원이 그것도 6명씩이나 사고를 당한 것은 정말 이레적이다. 이 사고를 備忘 하고 혹시나 있을 유사 사고를 대비코저 대피소를 지어 놓은 것이다. 안을 들여다 보니 제법 너른 평상에 페치카도 있다. 다만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안타갑다.
민지지산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을 기어 오르니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이 나타난다.
< 민주지산 정상에서 1 >
지금까지로 볼 때, 고수들의
산행기 보다는 100대 명산의 소요시간 안내가 정확한 듯 하다. 이곳
민주지산 일대는 동으로 한반도의 허리춤이 되는 추풍령을 딛고, 한반도 남반부를 동서로 갈라놓는 덕유산을
연계하여 북쪽으로 천만산과 각호봉을 이고 충청도와 전라도의 사이에 둘러치는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식당 자리를 찾아 나선다. 정상부근에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마른 풀이 우거져 더욱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준비한 점심을 푼다. 힘겨운 산행 끝에 맛보는 도시락은 언제나 맛나다. 입으로는 음식을 먹고 눈으로는 산들의 전경을 즐긴다. 행복감이 절로 든다. 혼자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호젓하게 즐기는 여유가 생겨 좋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든다. 내가 자리한 곳이 명당인가 보다. 밥을 먹고 옷을 챙기는데 입고 온 면티가 땀에 흠뻑 젓어 있다. 이래서 산에서는 기능성 옷이 필요한가 보다. 후미진 곳에서 면티를 벗고 복장을 간단히 하니 마음도 시원하다. 아쉬운듯 덕유능선과 백두대간 길을 뒤로 하고 석기봉으로 길을 나선다.
< 민주지산 정상에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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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지산에서
내림 길로 들어서 머지 않은 곳에 쪽새골 갈림길이 나온다. 도상 연습에서 산행이 힘들면 이곳에서 물한계곡 쪽으로 탈출할 생각을 했던 곳이다. 다행히 체력은 아직 여유롭다. 최근 등산 잡지에서 산행시 체력 안배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오를 때 40%, 하산 시 30% 그리고 나머지 30%는 비상시를 위해 비축해 두어야 한단다. 산행 사고의 대부분은 무리한 산행에 의한 탈진과 저체온증에서 발생하는데 체력을 너무 소진하면 결국 불행한 사고로 이어진다 한다. 오늘 6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에서 나의 체력을 한 번 시험해 보자. 앞으로 있을 설악산 종주 산행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쪽새골 감림길을 지나며 부터는 별다른 이정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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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 출발 1시간 만에
< 하산 길에 올려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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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봉에서 삼도봉 >
내려서며 올려다 보는
< 삼도봉 정상에서 >
중간에 정자 삼거리에서 응주암골을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 30여 분을 걷자 삼도 화합탑이 서 있는 삼도봉 정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삼도봉’이라 명명된 산은 많으나,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가 나뉘는 이곳이 진정 삼도봉일 것이다. 둥근 공을 머리인 인 상징물이 각기 다른 세 방향을 보며 포효하는 모습이 이체롭다. 혹자는 인공의 냄새가 지나치다 하나 시간이 지나면 이 탑도 자연과 동화할 것이니 그리 염려할 바는 아닐 것이다.
< 삼도봉에서 황룡사 >
산악회 버스 출발시간은
삼마재골 사거리를 지나며부터 길은 본격적인 계곡 하산 길이다. 초입은 나무로 계단을 만든어 놓았다. 길은 여전히 진흙탕이다. 이런 길을 1시간 넘게 내려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5시간이 넘는 산행에 내 다리가, 이제는 본인 생각도 좀 해 달라고 보챈다. 그래 힘들겠지 조금만 더 가자.
고도가 급격히 낮아짐을 느낄 때 길도 순해 진다. 좌측 계곡의 물소리가 세차다. 물한계곡이다. 물이 한없이 많아 붙여진 이름일까? 이 모진 가뭄에도 저리 물살이 세찬 것을 보니 명불허전임을 다시금 실감한다. 경사도가 낮아짐에 따라 길에 돌이 많아 진다. 너덜 수준은 아니지만 발바닥에 무리가 온다. 하산 길이 왜 이리 길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응주암폭포가 자태를 드러낸다. 얼음 사이로 내리꽂는 물살이 세차다. 밑에는 너른 소가 형성될 정도로 규모가 작지 않다. 겨울날에 보기 힘든 색다른 모습이다. 응주암 폭포를 지나고 한참을 더 가서 용소 앞 개울을 건넌 후에야 물한계곡 유원지의 너른 길이 나온다. 잣나무 숲이 인상 깊은 삼거리를 지나자 우측으로 황룡사에 절집 지붕이 보인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절집이다. 들어갈 볼 힘이 없다. 5분 여를 더 내려오자 물한계곡 돌탑이 보인다.
이어 주차장까지 힘든 다리를 끌고 내려오니 나를 집으로 데려다 버스가
보인다. 반갑고 고맙다. 시간은
배가 출출하여 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버스 한 편에 커다란 찜통 속에서 무언가가 끊고 있다. 이제서야 출발시 산죽산악회 대장이이 한 “하산 후 김치찌개로 다른 반찬없는 소박한 밥상을 대접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다른 산악회와는 다르게 산죽은 산행 인솔자가 총대장, 인솔대장, 여자 총무의 3명이나 되었고 분위기가 가족적인 느낌이 들어 특이했는데, 밥까지 해 주다니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다. 밥에 찌개를 부어 만든 소박한 음식. 그러나 그 맛 만은 최고다. 후다닥 한 그릇을 먹고 다시 그릇을 내민다. 정성에 감동하고 맛에 반한다.
오늘 민주지산 산행은 여러 모로 인상적이다. 먼저 산행시간이 평소보다 길었고 다른 산악회를 경험했고 무엇보다 1100-1200급 고산을 4개나 넘었다. 나름 장거리 산행에 대한 자심이 붙었고, 속도는 느리지만 쉼없이 걷는 나만의 주행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산행 내내 내 눈을 즐겁게 해준 덕유능선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