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센다이하리 선인(仙人)의 인욕(忍辱)
불교문화연구회 / 문영출판 / 1981.9.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 나라에 칼리라고 하는 왕이 통치하고 있을 때 이 나라의 조용한 어느 산림(山林)속에 문하생(門下生) 오백명을 데리고 모든 고행(苦行)을 참아간다고 하는 인욕(忍辱)을 닦고 거기에 자기 몸을 바치는 센다이하리 라고 하는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대선인(大仙人)의 이름은 사회에 널리 알려져서 그를 숭배(崇拜)하는 자도 많았다.
어느 때 국왕인 칼리는 부인과 여관(女官)과 여러 신하 등 궁 안에서 봉사하는 백관(百官)과 함께 이 선인(仙人)이 수행(修行)하고 있는 삼림(森林)속에 하루의 놀이를 하려고 했다.
갖고 간 좋은 술과 안주로 궁안의 여러 사람들은 향락을 하고 있었다.
국왕 칼리도 또한 대자연의 울창한 숲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셔서 마음도 가벼이 술잔을 거듭해서 마침내 피로함을 느껴 졸고 있었다.
이때 항상 궁전에서 일을 하고 거의 자유가 없었던 여관(여관)들은 왕이 잠자고 있는 것을 기회로 생각하여 호연(浩然)의 기상을 길러 보려고 새장을 벗어난 작은 새처럼 비로소 명랑한 얼굴을 하고 많은 꽃이 피어 있는 들로 나왔다.
그래서 즐거움을 따라 차례로 깊은 숲에서 다시 깊은 쪽으로 나아가서 마침내 왕성한 꽃 숲속에 다다랐다.
이 꽃 숲에 센다이라고 하는 대선인(大仙人)이 오백명의 문하생과 더불어 속세를 떠나 깊은 명상(冥想)에 들어 있었다.
꽃이 피고 새는 울고 있으나 풀 위에 단정히 앉아서 명상에 잠기고 있는 오백명의 수도자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침묵과 고요함이 이 꽃 숲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환락에 지쳐 꽃을 구하고 자유를 구하러 온 여관들에게는 이 광경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오백명의 선인들이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기침도 한번 하지 않고 마치 죽은 것처럼 침묵에 잠겨 있는 숭고한 정경(情景)을 본 그녀들은 환락으로부터 단번에 깨달아 자연과 선인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녀들은 피어 있는 꽃을 꺾어 이 사람들에게 드리고 공경하는 뜻을 나타내면서 그 앞에 다가가서 설법(說法)을 구했다.
선인(仙人) 중의 한 사람이 그녀들을 위해 법문(法門)을 설교(說敎)했다.
그녀들은 속세의 더러움을 잊고 잠자코 그 설법(說法)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꿈에서 깨어난 칼리 왕은 시녀들이 한 사람도 없는 데 놀라서 네 사람의 대신을 불러 대신과 더불어 여관(女官)들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꽃 숲 속에서 그녀들이 선인에 다가가서 설법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왕은 곧 노여움과 질투심을 느꼈다.
왕은 선인들 앞에 갔다.
그래서 목소리도 거칠게,
『선인, 당신들은 고마운 법문(法門)을 설교하고 있으나 사공처(四空處) 가장 높은 하늘에 있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아직 그만한 수행(修行)은 쌓지 못하고 있읍니다.』
『사무량심(四無量心)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고 괴로움을 떠나게 해 주려고 일어나는 네가 지의 마음.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네가지 마음을 말함은 어떨까?』
『그것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읍니다.』
『사선사<(四禪事), 사공처(四空處)에 이어 하늘 중의 하늘에 태어 나는 선(禪)>는?』
『미숙해서 그것도 아직 수도하지 못했읍니다.』
『뭐, 아직 그것도 깨닫지 못했어? 보건대 그대들은 아직 남에게 설법할 공덕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범부(凡夫)가 이러한 숲속에 살며 부인들에게 설법을 한다고 해서 듣는 자에게 아무런 법익(法益)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그대들은 항상 이곳에 살면서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가?』
『저는 여기서 모든 것을 참으려고 하는 인욕(忍辱)의 길을 단련하고 있는 것입니다.』하고 학사(學師)인 센다이하리는 대답했다.
이 대선인(大仙人)의 대답과 이상을 들은 왕은 허리에 찬 칼을 숙 뽑아 들고,
『뭐? 인욕(忍辱)의 길을 닦고 있다고, 그럼 내가 한번 시험해 보여 주지. 너의 두 손을 잘라 낼 테니 참으라.』하고 공박했다. 그러니까 센다이하리 선인은 태연히,
『반드시 참겠읍니다.』하고 대답했다.
왕은 칼을 빼어든 앞에서도 선인의 태도가 너무도 태연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아 마침내 그 선인의 두 손을 몽땅 잘라 떨어뜨렸다.
오백명의 제자들은 이것을 보고 놀랐다.
역관들은 눈을 가리고 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인은 얼굴빛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태연히 있었다.
『이번에는 두 발을 끊을테니 어떨까?』
『반드시 참겠읍니다.』
왕은 또 선인의 두발을 끊어 버렸다.
피는 대지를 물들였다.
그러나 선인은 몸과 마음에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악마에게 사로잡힌 것처럼 날뛰는 왕은 다시 선인의 귀를 자르고 코를 베어 냈다.
그런데도 선인은 다만,
『나는 모든 괴로움을 기꺼이 참겠읍니다.』하고 외칠 뿐이었다.
차례로 손, 발, 귀, 코를 잘린 선인은 인욕의 길을 단련하기 위하여 이러한 고난을 잘 참아갔다.
그때 갑자기 천지가 육종(六種)으로 진동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스승이 고난을 참고 있는 것을 눈물로 바라보던 오백명의 제자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래서,
『선생님, 인욕의 길을 게을리 한 일이 없사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스승인 센다이하리는,
『나의 마음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하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사제(師弟)간의 문답을 곁에서 들은 왕은 놀라서 선인을 향해,
『그대가 인욕의 길을 닦고 있다고 하나 그것이 진실한 인욕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하고 물었다.
『나의 인욕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흘러내린 피가 젖(乳)이 되고 끊겨진 손, 발, 귀, 코가 제자리로 들어가고 나의 신체가 원래와 같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선인이 대답을 마치자 붉은 피가 곧 젖으로 변하고 손과 발과, 귀와 코는 원래대로 회복됐다.
이 사실을 친히 본 왕도 이에 심히 놀라 도리어 선인의 높은 덕에 두려움을 품고 자기가 한 행동이 노무도 가혹한 소행으로 선인의 큰 덕을 욕보이게 한 것은 정말 구제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깊이 후회해서 선인 앞에 꿇어 앉아,
『내가 잘못 했다. 용서해 다오. 나의 비행을 벌하지 말고 나의 참회(懺悔)를 받아 다오.』하고 왕은 그 무모하고 불손(不遜)한 행위를 깊이 뉘우쳤다.
그때 센다리 하리 선인은 의연히 왕을 향해서,
『대왕, 당신은 여색(女色)에 빠져 질투한 나머지 나의 손과 발을 잘랐으나 나의 인욕의 길은 대지와 같이 그 때문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읍니다. 당신은 질투의 칼을 가지고 나에게 해(害)를 가했으나 내가 다음에 부처가 되는 날 새벽에는 먼저 첫째로 지혜의 칼을 가지고 당신의 탐(貪), 진(嗔), 치(痴)의 세가지 독(毒)의 유혹을 끊어드리죠.』하고 대왕의 탐욕과 분노와 우치(愚痴)의 삼독(三毒)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슬퍼하고 대왕을 바른 길로 이끌려고 했다.
삼림 속의 돌연한 일은 본 용귀신(龍鬼神)은,
( 얼마나 난폭한 일을 하는 왕인가.)하고 왕의 난폭한 행위를 증오하여 곧 큰 구름을 말아 일으키고 우뢰를 급히 크게 울려서 왕을 위시해서 그를 따라 온 자들을 해치려고 했다.
산 중의 용귀신이 몹시 노한 것을 알아낸 선인은 귀신을 향해서,
『만약 나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어쨌든 왕과 그를 따라온 자들에게 상해를 입히지 말아 주십시요.』하고 원했다.
자기의 원수 조차도 사랑하는 이 선인의 자비심에 가득찬 행동을 본 칼리왕은 한층 더 선인의 덕을 우러러 봄과 동시에 자기의 죄책에 대하여 강한 후회를 했다.
그 뒤 전날의 잘못을 회개한 왕은 공경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뜻으로 항상 센다이하리 선인을 왕궁에 불러서 그의 가르침을 듣고 그에게 공양을 했다.
칼리왕이 센다이하리를 받들고 존경하는 것을 본 다른 선인들은 증오와 질투심을 일으켜서 마침내 센다이하리 선인이 살고 있는 곳을 먼지와 오물로 더럽혀 놓는 장난을 했다.
센다이하리는 다른 선인들이 질투한 나머지 저질러지는 장난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는 『나는 지금 인욕의 길을 수행(修行)하고 있다. 나는 모든 생물의 유혹을 타파하기 위해 이 길을 닦고 있으나 만약 이 고행을 닦은 결과 내가 부처님이 된다면 우선 첫째로 법의 물을 가지고 그대들의 더럽혀진 먼지와 티끌을 씻어 내려서 오래도록 깨끗하게 해 줄 것이다.』고 하는 큰 맹세를 했다.
센다이하리 선인이란 지금의 석존이며, 칼리왕 및 사대신(四大臣)은 지금의 교진여(橋陳如)들은 다섯 비구(比丘)이다.
( 賢經愚第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