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암동 429-4번지, 유성에서 동학사 방면으로 국립대전현충원
조금 못미쳐 우측 도로변에는 카페 형태의 이색 건물 한 채가 자리잡고 있다.
얼핏 보면 라이브 음악의 통키타 소리가 잔잔히 흘러 나올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외양만으로 봐서 황토 흙을 이용하여 버섯 모양을 한 건축형태의 카페가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건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담하고 예쁘게 건축된 사찰, 여래사(如來寺)이다.
조그만 개인 미술관이라고 할까, 아담한 카페라고 할까.. 파격적인 사찰이 분명하다.
이곳 주지인 각림스님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출가해 법주사를 거쳐 통도사 승가대학을
마친 뒤, 은해사 종립승가대학원에서 경전을 연구한 스님이라고 한다.
각림스님은 이 여래사를 지으려고 건축자재 구입은 물론이고, 철골용접, 황토 흙벽을
바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셨다고 하는데 토담이며 경내의 나무 한 그루도 스님의
손이 닿지 않은 게 없다니 수행자이기 이전에 예술가적 재능을 타고나신 분인듯 하다.
동학사 가는 길목의 대로변 여래사 입구에 걸려있는 현판에 쓰인 글씨체가 아름답다.
여래사는 보통의 절집과는 많이 다르지만 카페같은 절이라 해서 오래 전부터 점찍어 둔 곳이었는데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5일,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라도 하듯 마음먹고 여래사를 찾아갔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 연꽃, 새 등이 새겨진 담장 부조와 솟대, 장승, 석불입상들이 참배객을 반긴다.
때마침 장미꽃이 활짝 피어있어 한층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어디가 법당일까?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처마 끝에 '무설전'과 '대웅전'이라고 쓰인 현판을 발견한다.
'대웅전'의 '대웅'은 부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진리를 깨달아 세상에 두루 펼친 위대한 영웅이란 뜻이다.
현판은 '대웅전'이라 걸려 있지만 도저히 법당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대웅전' 내부 모습이다.
대웅전 내부의 석가모니불과 불단의 우측에 그려진 백의관음상. 주지인 각림스님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안에서 눈길을 붙드는 것은 불단에 자리한 불상이 아니라 불단 왼쪽 관음보살좌상 뒤에 그려진
백의관음상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관음보살의 자애로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화려한 연등으로 멋스럽게 장식된 대웅전 천장
'무설전' 앞뜰에는 익살스런 포대화상을 비롯한 각종 석불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열돼 있다.
법당 건물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종무소.
절 마당에는 조각, 도자기, 맷돌 등 갖가지 작품들이 그득하다. 마치 미술관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대웅전 마당 오른쪽엔 '차마실'이라 쓰인 건물이 한 채 있다. 아마도 요사인 모양이다.
요사 이곳저곳에도 크고 작은 솟대며 황토로 구운 토우 등이 널려 있다.
요사 처마 아래 놓인 장승과 여러 종류의 풍경들
스님과 얘기라도 나눠 보려고 가만히 문을 열어 보았지만 아무도 없어서 내부 사진만 몇장 찍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다양한 표정을 하고있는 지장보살, 약사여래, 관음보살 등의 석불상들...
좌우 담장에 부착된 부조들. 절마당 담벼락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
벽화인가 싶었더니 기와를 붙여 모양을 냈다.
색상하며 모양하며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여래사는 그렇게 사찰에 대한 통념을 송두리째 뒤집어엎는다.
이런 파격이 무척 낯설고 어리둥절하다. 사실 파격이란 위험한 도박이다. "모 아니면 도"인 것이다.
여래사는 여러모로 특이한 사찰임에는 틀림 없다.
파격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잠시도 나그네의 눈길을 붙들고 쉬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은 "여래사의 변신은 '무죄'일까?"라는 의문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카페를 방불케 하는 외관모습이 절이 가지고 있는 수행처라는 고유한 상징성과 배치되지는 않을까?
절의 벽 전체를 황토로 바른 것은 과연 무난한 것이었을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