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눈에 아기는 한없이 허약해 보이기만 한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죽 한 술 더 받아먹으면 '예쁜 짓'이 되는 아기들. 그래서 아기 보약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그렇게 높은가 보다. 그러나 잘 먹어야 아기 건강에도 이롭다는 보약. 그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보약은 언제부터 얼마나 먹어야 할까?
보약은 건강한 아기들의 경우를 기준으로 나이에 따라 복용하는데 한 살된 아기는 한 첩, 두 살된 아기는 두 첩을 먹인다. 그러나 이 분량은 녹용의 용량, 첨가되는 다른 한약재의 종류, 아기의 상태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보약을 먹이고 싶다면 먼저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아 아기의 상태나 체질을 정확히 알아낸 뒤에 적절하게 먹여야 한다. 한약도 바른 처방과 바른 용법을 지켜야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흔히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오히려 '여름에는 기력을 보충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夏月宣補氣)'고 하여 여름철 보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아기들의 경우에는 호흡기가 다소 편안해지는 여름철이 오히려 보약을 먹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물론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봄, 가을 보약이 생장발육을 촉진시키는 데 가장 좋다고 본다. 하지만 보약은 신체 어떤 부분이 허약해서 복용하는 것이므로 '허약'이 문제가 된다면 계절에 상관없이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아기에게 보약이 필요한 경우는 감기를 자주 앓는다거나, 특별한 병이 없는데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식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비슷한 병에 자주 걸리거나 병은 없지만 피로를 자주 느끼는 경우, 나이에 비해 신체·정신적 발육이 늦거나 키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를 말한다.
아기 보약 처방 기준은 어른과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체질을 사상체질(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로 분류한다. 그러나 아기들은 이러한 분류를 통해 특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함소아한의원의 최혁용 원장은 "아기들은 아직 체형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이므로 체질보다는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에 따라 간, 비, 심, 폐, 신의 오장 중에서 특히 허약한 장기를 판단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기는 한창 성장하고 있으며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장부허실이 잘 변한다. 따라서 체질보다는 장부의 강약을 판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라고 말한다. 이제 아기의 증상별로 어떤 보약이 처방되는지 살펴보자.
잘 넘어지는 아기(간계허약아)
간 기능이나 대사 기제가 허약한 아기들은 안색이 누렇고 특히 계절을 심하게 타는 편이다. 근육이나 인대가 약하기 때문에 자주 넘어진다. 한방에서는 근육이나 인대의 성장을 간 기능의 상태로 판단하여 진찰하는데, 간 기능이 약하면 근육, 인대의 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증상/ 자주 넘어진다. 팔이나 다리를 자주 삔다. 부분적으로 근육에 경련이나 자주 쥐가 난다.
상용 처방/ 간은 피를 보관하는 창고이기 때문에, 생지황이나 목통, 현삼, 과루인, 지모, 독활 등의 약재를 쓴 '도적강기탕'으로 간의 피를 보충해준다. 여기에 방풍이나 강활이라는 약재도 들어가는데, 이 약재들은 기운이 잘 순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잘 놀라거나 경기를 하는 아기(심계 허약아)
순환기나 정신신경계가 허약한 아기들은 안색이 창백하거나 다소 푸른색을 띠기도 하며, 잘 먹지 않고 특히 체중이 제대로 늘지 않아 수척하며 감기에 잘 걸린다. 심장은 한의학에서 정신을 주관하는 부위로 여기는데, 심기능이 허약할 경우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
주요 증상/ 환경변화에 대해 불안, 초조, 긴장을 잘 느낀다. 잘 놀란다. 경기를 한다. 밤중에 꼭 한두 차례씩 깨어 울다가 다시 잠든다. 소변을 자주 본다.
상용 처방/심장과 담은 서로 도와주는 장부로 생각되기 때문에 담을 튼튼하게 하면 불안, 초조, 놀램이 적어져 심장이 편안해진다. 이럴 때는 향부자, 백복신, 진피, 당귀신, 산조인, 천문동, 맥문동 등의 약재를 쓴 '장담보신탕'을 사용한다.
잘 먹지 않거나 설사나 변비가 잦은 아기(비계 허약아)
안색은 윤기가 없는 황백색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며 대개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체형도 수척하다.
주요 증상/ 밥맛이 없어 잘 먹지 않는다. 편식을 잘 한다. 자주 체한다. 배가 아프다고 자주 투정을 부리거나 꾸룩꾸룩 하는 소리가 난다. 구토를 자주 한다. 설사나 변비가 잦다.
상용 처방/ 비위를 강하게 하려면 소화를 왕성하게 하여 밥을 잘 먹도록 해야 한다. 이때는 창출, 후박, 진피, 반하, 적복령, 곽향, 초과 등의 약재를 쓴 '가미양위탕'을 쓴다. 이는 위장에 나쁜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운을 도와 음식을 잘 먹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잘 낫지 않는 아기(폐계 허약아)
기후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고 찬 음식물만 먹어도 기침을 하는 등 외부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다.
주요 증상/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잘 낫지 않는다. 감기에 걸리지 않아도 밤이나 새벽에 기침을 자주 한다. 찬바람을 쏘이거나 찬 음식만 먹어도 기침을 한다.
상용 처방/ 호흡기가 약해서 잔기침을 하거나 숨이 차 하는 아기들에게는 백복신, 원육, 백출, 당귀, 산수유, 사인, 목향 등의 약재를 쓴 '소아보혈탕'을 쓰기도 한다. 이는 폐를 촉촉하게 해서 공기가 잘 소통되게 도와주는 것으로, 선천적으로 폐가 허약한 아기에게 좋다. 그러나 소화기가 약한 아기가 장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소변이 잦은 아기(신계 허약아)
신계란 흔히 말하는 비뇨생식기를 의미한다. 신계가 허약한 아기는 소변에 이상이 있고 신경도 예민하며 골격이 약하고 수족이 차가운 특징이 있다.
주요 증상/ 소변이 잦으며 시원치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 주위가 자주 부어 있다.
상용 처방/ 한의학에서는 아기는 소양의 기운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새싹이 자라나는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뿌리를 튼튼하게 하려면 숙지황, 산약, 산수유, 백복령, 택사, 목단피 등의 약재를 쓴 '육미지황탕'을 써서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
질병이 있다면 질병 치료가 보약보다 우선
보약은 아기가 가장 건강할 때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분당 함소아한의원의 김병호 원장은 "한의학은 몸의 허약한 부분을 치료하기 위한 의학이기도 하지만 몸의 이상을 미리 예방하는 예방의학을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특히 아기들의 경우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이때에 몸을 보하는 약을 쓰면 뼈의 완성이라든지 여타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질병이 있다면 질병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순서이다.
특히 열이 있을 때 보약을 먹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소화불량이나 복통,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는 아기의 경우는 소화기가 허약하므로 일단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나 약으로 부족한 소화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아기의 소화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보약을 먹인다면 보약의 흡수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소화기가 더욱 약해지고 결국은 전신적인 허약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또한 돼지고기, 닭고기는 피해야 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에는 지방이 많아서 약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보약을 먹이는 중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보약을 먹일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아기가 먹는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느냐이다. 보약도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앞서 먹은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보약의 흡수에도 장애를 일으켜서 효과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녹용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 대하여
녹용은 인삼과 함께 신체의 기능을 보강하여 몸이 허한 것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보약이다. 녹용은 생장발육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의 저항력(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방에서는 보약의 재료로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저하된 아기들이라면 성장발육에 녹용이 아주 요긴한 역할을 해준다.
간혹 어려서 녹용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거나 비만이 된다는 속설 때문에 녹용이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한의학 문헌 어디에도 그런 기록은 없다. 반대로 녹용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녹용은 아기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약재일 뿐이다. 또한 아기의 체질과 상태, 소화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복용했을 경우 발열 또는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하여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의 제언 -- 영양제 제대로 알고 먹입시다!
흔히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잘 먹어도 몸이 말랐다고 생각되어 손쉽게 먹이는 것 중에는 보약 말고도 어린이 영양제가 있다. 어린이 영양제는 대부분 종합 비타민제로 성장기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을 첨가해 뼈와 치아의 발육과 재생에 도움을 주도록 되어 있다. 이외에도 칼슘 위주로 처방된 칼슘제제, 그리고 철분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철분제제 등도 어린이 영양제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최근에는 유아용 정장제도 각종 영양소를 첨가해 영양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어린이 영양제를 고를 때는 월령이나 연령보다는 아이의 상태가 더욱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나이보다는 증상에 맞춰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용 정장제는 대략 생후 100일이 지난 뒤에 먹여도 되고, 종합 비타민제는 간 기능과 신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되기 시작하는 두 돌이 지날 무렵부터 먹여도 무방하다. 그런데 밥 잘 먹고 건강한 아이에게 복용시키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라면 정상 출산아에 비해 영양이 부족하므로 반드시 영양제가 필요한데, 이때에는 전문의와 상의하고 아기의 상태에 맞는 영양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영양제를 복용하려면 한번쯤 소아과를 방문해 아기의 발육이나 영양상태에 대해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아이에게 맞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그리고 영양제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유나 우유를 충실히 먹이고, 균형 잡힌 식사로 고른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